왕조를 이뤘던 박해민(LG 트윈스)과 김상수(KT 위즈)가 다시 만났다. 그때의 푸른 유니폼은 아니지만, 여전히 서로가 반갑다.
박해민과 김상수는 2021년까지만 해도 함께 삼성 라이온즈에서 뛰었던 단짝이었다. 특히 지난 2014~2015년 빠른 발로 삼성 거포 군단 앞에 밥상을 차렸던 준족 듀오기도 했다. 유격수와 중견수에서 팀 센터 라인 수비를 책임지는 사령관이기도 했다. 2014년 한국시리즈(KS) 4연패 완성에도 함께 힘을 보탰다.
시간이 지나 두 사람은 이제 다른 유니폼을 입고 KS 무대에서 재회했다. 박해민은 2021시즌 종료 후 LG로, 김상수는 2022시즌 종료 후 KT로 이적했다. LG는 올해 정규시즌 1위로 KS에 직행했다. 2위로 시즌을 마친 KT는 플레이오프(PO) 리버스 스윕을 거둔 후 KS로 올라왔다.
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S 1차전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김상수는 "해민이 형과도 좋은 승부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서로 워낙 좋은 관계다. 이렇게 야구장에서 보면 신기하다"며 "KS라는 제일 큰 무대에서 붙게 돼 좋다. 선의의 경쟁을 하겠다"고 했다.
두 사람은 실제로 그라운드에서 마주쳤다. 2회 말 2사 1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박해민은 선발 고영표에게 사구를 맞고 1루로 출루했다. 후속 타자 김현수가 땅볼로 물러나면서 이닝이 끝났는데, 2루로 뛰었던 박해민은 김상수와 만난 후 반갑다는 듯 손을 마주했다.
8일 2차전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박해민은 "상수와 긴 대화를 나눌 수 없었지만, 뭔가 묘한 감정을 느꼈다"며 "어린 시절부터 같은 팀에서 1승, 1승을 위해 뛰던 동료와 이제는 적으로 만나 KS 우승을 겨루고 있다. 프로에서는 흔한 일이지만, 이런 일이 내게 생기니 복잡한 감정이 샘솟는다"고 했다.
두 사람이 마지막으로 함께했던 2021년, 삼성은 2015년 이후 6년 만의 가을야구 진출을 이뤘다. 박해민은 당시를 떠올리며 "2021년에 상수와 '형들과 예전에 함께 이뤘던 KS 우승을 이번에 후배들과 함께 일궈보자'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고 과거를 떠올렸다. 두 사람의 바람과 달리 당시 삼성은 정규시즌 승률 공동 1위 후 타이브레이커 패배로 PO에 직행했고, 패해 KS 진출에 실패했다.
추억은 여기까지다. 1차전을 김상수에게 내준 셈이 된 박해민은 다시 우승을 향해 나아가겠다고 했다. 박해민은 "LG 후배들에게 '(삼성 시절) 2014년에는 1차전에서 지고 우승했고, 2015년에는 1차전에서 승리했는데 준우승에 그쳤다. 1차전 패배는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해줬다"며 "어제 우리가 패하긴 했지만, 안타 7개와 사사구 2개를 얻었다. 우리 타자들의 감각이 나쁘지 않다. 열정적으로 응원해주신 팬들을 위해서라도 오늘 꼭 승리하고 싶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