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 만에 한국시리즈(KS) 우승을 해낸 LG 트윈스. 이번 우승에는 야수진 '맏형' 김현수(35)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더그아웃에선 든든한 선배였고, 그라운드에선 중요한 순간마다 '한 방'을 쳐주는 해결사였다.
LG는 KT 위즈와의 2023 KS에서 팀 타율 0.331·홈런 8개를 기록하며 36득점을 쏟아냈다. 지난 시즌(2022) 우승한 SSG 랜더스가 팀 타율 0.262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매우 좋은 기록이다.
LG는 준비 기간 자체 청백전과 평가전을 꾸준히 소화하며 실전 감각을 잘 유지했다. 기술 영역에선 주전 야수진 최고참이자 한국 야구 대표 '타격 기계' 김현수의 조언이 통한 것 같다.
LG 주장 오지환은 KS 우승 뒤 인터뷰에서 "KT에 포심 패스트볼(직구)을 잘 던지는 투수들이 많았다. 타이밍을 빠른 공에 맞추려고 했다. (김)현수 형이 '지금(KS)부터는 어떤 선택을 하느냐의 문제'라며 어이없이 직구를 지켜보지 않고, 공격적으로 공략하도록 조언해 줬다"라고 말했다. 오지환이 KS 2·3차전에서 각각 윌리엄 쿠에바스와 김재윤으로부터 홈런을 칠 때 모두 빠른 공을 공략했다.
오지환은 "(김)현수 형이 워낙 경험이 많기 때문에 많이 도와줬다. 내 의견도 잘 이해해 줬다. 덕분에 주장 역할에 부담이 줄었다"라며 선배에게 고마워했다.
김현수는 타석에서도 잘 했다. KS 2차전, 2-4로 지고 있던 7회 말 2사 1루에서 KT 셋업맨 박영현을 상대로 우익 선상 2루타를 치며 1점 차 추격을 이끌었다. LG는 8회 박동원이 투런홈런을 치며 5-4로 역전한 뒤 승리했다. 김현수는 3차전에서도 1회 초 선제 투런 홈런을 쳤다.
김현수는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두산 베어스와 LG에서 모두 KS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진기록을 세웠다. 2015년 두산 소속으로 삼성 라이온즈와 KS를 치렀고, 타율 0.421로 맹타를 휘두르며 우승을 이끌었다.
2016·2017년 메이저리그(MLB)에서 뛰었던 김현수는 2018시즌을 앞두고 두산의 '한 지붕 라이벌'이었던 LG와 자유계약선수(FA) 계약하며 새 출발 했다. 그는 LG 입단식에서 "LG가 나를 영입한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LG 입단 후 6번째 시즌, 자신의 약속을 지켜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