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한국시리즈(KS) 우승을 차지한 LG 트윈스는 타격 못지않게 마운드의 짜임새가 돋보였다. KS 팀 평균자책점이 3.40으로 KT 위즈(7.33)를 압도했다. KT 투수들이 피홈런 8개를 쩔쩔맨 것과 달리 LG는 KS 5경기에서 단 1개의 피홈런만 허용했다. 가을야구에서만 반짝한 게 아니다. 정규시즌 팀 평균자책점 1위, 불펜 평균자책점도 1위였다.
눈길을 끄는 건 '젊은 피'다. LG는 지난 시즌 크게 주목하지 않았던 유영찬과 백승현이 'KS 필승조'로 우뚝 섰다. 정규시즌으로 범위를 넓히면 아쉽게 KS 엔트리에는 탈락했지만, 신인 박명근과 이지강의 활약도 인상적이었다. 김경태 LG 1군 투수 코치는 "감독님이 (선수를) 무조건 경기에 넣는 게 아니라 단계별 전략이 었었다"며 "(부담이 적은) 하위 타선, 컨디션이 안 좋은 타자를 상대로 내보내면서 계속 '성공 체험'을 하게 했다. 점차 중요한 상황에 투입했는데 계속 '성공 체험'을 하면서 필승조가 됐다"고 흡족해했다.
'가을 히트상품' 유영찬과 백승현의 투입 시점도 꽤 꼼꼼했다. 두 선수의 투구 유형을 고려했다. 야구통계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유영찬은 직구(56.6%)와 슬라이더(25.8%) 포크볼(16.9%)을 던진다. 서드 피치 포크볼의 비중이 작지만, 피안타율이 0.137에 불과했다. 백승현은 직구(58.6%)와 슬라이더(32.3%)의 비중이 90%가 넘는 '투 피치'에 가깝다. 가끔 섞는 포크볼(9%)은 피안타율이 0.300로 높았다. 김경태 코치는 "유영찬은 떨어지는 (좌타자를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역회전 포크볼이 있어서 좌타자랑 우타자가 겹쳐 있는 상황에서도 투입했다. 백승현은 슬라이더의 구종 가치가 높지만, 포크볼이 아직 미숙해 주로 우타자 상대로만 넣었다"고 말했다.
김경태 코치는 감독의 역할이 중요했다고 부연했다. 지난해 2군에 있던 김 코치는 누구보다 투수의 성향을 잘 파악하고 있다. 그는 "아무리 내가 역할을 많이 하려고 해도 감독님이 믿어주시고 기다려 주셨기 때문에 이 선수들이 성장할 수 있었다"며 "옛날에는 한 번 못 던지면 바로 2군에 내려가는 선수가 많았다.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 선수들을 계속 밀어주시고 좀 못 던질 때는 휴식도 줬다. (3연전 중) 1차전에 안 좋으면 나머지 2경기에서 쉬게 해주고 다른 팀 만났을 때 다시 넣고 그랬다. 감독님과 계속 공유하면서 그런 식으로 운영했다"며 공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