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레전드 김태균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이 유소년 선수들의 꿈을 위해 나섰다.
김태균 위원은 18일 충남 홍성군 결성면 만해야구장에서 2023 김태균 야구캠프를 열었다. 2020시즌을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감한 그가 처음으로 본인의 이름을 걸고 개최한 행사다.
이날 행사에는 김태균 위원의 선수 시절 등번호에 맞춰 52명의 선수들이 참가했다. 유소년 선수 52명이 만나는 건 김태균 위원이 전부가 아니다. 이날 김 위원을 돕기 위해 손아섭(NC 다이노스) 허경민(두산 베어스) 강민호, 구자욱(이상 삼성 라이온즈) 이태양, 채은성, 정우람(이상 한화) 등 현역 선수들이 참가했다. 은퇴한 최준석, 유희관도 일일 코치로 힘을 보탰다.
행사는 자칫 취소될 수도 있었다. 전날 홍성을 포함해 충남 일대에 눈이 쏟아졌다. 행사 전 그치긴 했으나 행사가 열릴 야구장이 눈밭으로 변했다. 홍성군을 포함해 행사 관계자들이 이른 아침부터 눈을 치워냈기에 간신히 정상적으로 행사가 열릴 수 있었다.
김태균 해설위원은 행사 시작에 앞서 "유소년 선수 여러분들이 이 자리에 온 KBO리그 스타 선수들의 뒤를 이어 앞으로 대한민국 야구를 이끌어 나갈 것이라 기대한다"며 "내 오랜 꿈이 이뤄졌다기 보단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선수 시절부터 아마추어 야구 저변 확대에 관심이 많았다. 어린 선수들이 앞으로 KBO리그를 이끌어 갈 수 있께 도움을 주고 싶었다. 하루 동안 캠프가 크게 기량이 발전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현역 선수들과 만난 추억을 돌아가서도 간진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한국 유소년야구에서는 보기 드문 기회이기도 하다. 강원도 원주에서 왔다고 전한 박만균 씨는 아들 박지빈 군과 함께 왔다고 했다. 박만균 씨는 "이런 기회가 정말 없다. 좋은 기회다 싶었다"며 "아들이 내성적이라 처음에는 머뭇거렸지만, 좋은 기회라는 점을 얘기해줬다. 아들이 KBO리그 선수들은 다 좋아한다. 이번에 온 구자욱, 강민호 선수도 정말 좋아한다. 응원가도 다 외운다"고 기뻐했다.
경기도 용인에서 아들 권동혁 군과 함께 온 권용안 씨는 "리틀연맹 홈페이지 게시물을 보고 '이런 좋은 기회가 있었구나' 했다. 그 전에 박찬호 선수의 캠프가 있었으나 참석을 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꼭 됐으면 했는데 52명 밖에 못 온다 해 걱정했는데 우연치 않게 오게 됐다"고 전했다. 홍성까지 먼 길을 왔으나 권 씨 정도면 '양반'이라고 했다. 강원도 태백, 전라남도 목포, 제주도까지 전국에서 야구 소년들이 홍성을 찾았다. 그만큼 흔치 않은 기회였다.
하루의 가르침이 선수들을 키우긴 어렵다. 하지만 동경하던 선수들과 함께 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 군포에서 아들 지현우 군과 함께 온 지영구 씨는 "이렇게 프로 선수들에게 언제 또 레슨을 받고 같이 훈련해보겠나. 정말 큰 의미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한화 모자를 쓰고 온 지 씨는 "한화 팬이라 나도 아들도 김태균 위원을 볼 수 있어 가장 좋았다"고 웃었다.
참가자들 중 투수인 유희관 위원과 정우람은 직접 배팅볼도 던졌다. 느린 공으로 유명했던 유희관 위원 공을 쳐본 포수 조의 박민재 군은 "공이 좋은데, 오질 않아 어려웠다"고 했고, 투수 조 이동희 군은 "역시 프로 선수들도 치기 어려워하는 이유가 있다"고 감탄했다.
티배팅 지도는 강민호와 손아섭이 나눠 맡았다. 강민호가 보는 앞에서 티배팅을 한 내야수 임준섭 군은 "배팅 때 허리 턴이나 스윙이 좋다고 칭찬해주셨다. 사실 좀 떨렸다"며 "허경민, 강민호, 정우람 코치님 등과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솔직히 말해 이야기해보고 싶지 않은 분들이 없다"고 설레는 마음을 전했다.
선수들에게 추억을 심어준 건 스타 코치진의 열정이다. 추운 겨울 홍성까지 찾아온 이들은 성심껏 선수들을 지도하고, 긴장했을 법한 이들에게 먼저 다가가 분위기를 녹였다. 프로를 향한 꿈과 야구 사랑 모두 심어주고자 하는 모습도 돋보였다. 손아섭은 "프로 선수는 6일 동안 같은 생활 패턴을 유지해야 한다. 그만큼 루틴이 중요하다"며 "미쳐야 이긴다"고 독려했다. 구자욱은 "학생들이 모두 야구를 좋아하는 게 느껴지더라. 순수한 아이들이었고, 야구를 잘하는 방법보다는 정말로 즐기고 싶어 왔더라. 나 역시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정말 즐거운 날이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