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축구대표팀이 지브롤터를 상대로 새 역사를 작성했다. 무려 9명의 선수가 득점포를 가동했는데, 킬리안 음바페(파리 생제르맹)는 3골과 3도움을 기록하며 가장 빛났다.
프랑스는 19일 오전(한국시간) 프랑스 니스의 알리안츠 리비에라에서 열린 지브롤터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2024 유럽선수권대회(유로 2024) 예선 조별리그 B조 경기서 14-0으로 크게 이겼다. 프랑스는 전체 슈팅 39개, 유효슈팅 20개를 퍼부으며 경기장을 지배했고, 지브롤터의 골망을 90분 내내 흔들었다.
프랑스는 이미 유로 2024 본선 진출을 확정한 상태였지만, 안방에서 열리는 A매치에서 최정예 선발 명단을 꾸렸다. 디디에 데샹 프랑스 감독은 4-2-3-1 전형을 내세웠다. 전방에는 마르쿠스 튀랑(인터 밀란)을 배치했고, 2선에 음바페·앙투안 그리즈만(아틀레티코 마드리드)·킹슬리 코망(바이에른 뮌헨)을 뒀다. 중원은 아드리앙 라비오(유벤투스)·워렌 자이르-에머리(PSG)였다. 백4는 테오 에르난데스(AC 밀란)·다요 우파메카노(뮌헨)·장-클레르 토디보(OGC 니스)·조나단 클라우스(마르세유)로 구성됐다. 골문은 마이크 메냥이 지켰다.
지브롤터는 이베리아반도 남부에 있는 국가로, 2021년 기준 인구 수는 약 3만 명에 불과하다. 객관적 전력이 매우 떨어지고,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도 198위로 최하위권이다. 이번 유로 2024 예선에서도 단 1골도 넣지 못하고 전패를 기록 중이었다.
프랑스는 경기 내내 공격을 퍼부으며 지브롤터를 농락했다. 전반 3분 만에 상대의 자책골로 앞서갔고, 튀랑과 자이르-에머리가 연속 골을 터뜨렸다. 그사이 지브롤터는 수비수 한 명이 퇴장당하는 악재까지 맞이했다.
프랑스는 직후 자이르-에머리가 부상으로 이탈했지만, 전반 30분 음바페가 페널티킥을 넣으며 4골 차로 벌렸다. 이어 클라우스·코망, 교체 투입된 유수프 포파나(AS 모나코)까지 골 맛을 보며 전반전을 7-0으로 마쳤다.
후반에도 프랑스의 기세는 이어졌다. 후반 18분과 20분 라비오와 코방이 다시 한번 골망을 흔들었다. 교체 투입된 우스만 뎀벨레(PSG)는 팀의 10번째 골을 터뜨렸고, 1분 뒤 음바페가 에르난데스의 패스를 받아 멀티 골을 완성했다.
음바페의 해트트릭은 후반 37분에 완성됐다. 포파나의 패스를 받은 음바페는 상대 골키퍼가 나온 틈을 보고 곧바로 롱킥을 시도했다. 골키퍼가 뒷걸음질 쳤으나, 공은 골망을 그대로 흔들었다. 프랑스는 후반 44분과 45분 올리비에 지루(AC 밀란)의 멀티 골까지 나오며 14-0 대승을 마무리했다.
한편 선발로 나선 자이르-에머리는 1945년 이후 프랑스 국가대표팀에서 최연소 출전 선수(만 17세 8개월 10일)로 기록됐다. 부상 탓에 출전 시간이 길지 않았으나, 전반 16분 코망의 패스를 받아 A매치 데뷔전에서 골 맛을 봤다. 데샹 감독은 경기 뒤 자이르-에머리에 대해 “15분 만으로 그를 평가할 수 없다”면서도 “그는 PSG에서와 같이 고요하고 침착했다. 다가오는 그리스전엔 무리겠지만, 그를 다시 볼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발탁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편 음바페는 한 경기에서만 무려 6골에 관여하며 월드클래스다운 실력을 뽐냈다. 이어 이번 해트트릭으로 단숨에 프랑스 국가대표 역대 득점 3위(46골)로 올라섰다. 음바페의 위로는 지루(56골) 티에리 앙리(51골)뿐이다. 음바페가 프랑스 1위로 올라설 날이 가까워지고 있다.
음바페는 해트트릭을 완성한 세 번째 롱 킥에 대해선 “상대 골키퍼를 20~25분간 지켜봤는데, 매우 앞으로 나와 있었다. 나는 그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면서 의도된 득점이었다고 밝혔다.
프랑스의 14점 차 승리는 그들의 A매치 최다 점수 차(종전 1995년 아제르바이잔전 10-0) 승리다. 동시에 유로 예선 경기 기준 최다 점수 차 승리를 갱신했다. 종전 최다 기록은 2006년 독일이 산 마리노를 상대로 기록한 13-0 승리였다.
한편 같은 날 독일은 베를린의 올림피아스타디온에서 열린 튀르키예와의 평가전에서 2-3으로 지며 고개를 숙였다.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은 부임 후 3경기 만에 첫 패배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그는 이날 카이 하베르츠(아스널)를 왼쪽 수비수로 배치하는 변칙 기용을 선보였다. 하베르츠는 선제골을 넣으며 기대에 부응하는 듯했으나, 후반 페널티킥(PK)을 내줬고 이 득점이 결승 골이 돼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