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릴 때는 이런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저 야구장에 가서 선수들을 볼 수 있는 정도였다. 그때 이런 캠프에서 프로야구 선수들을 직접 볼 수 있었다면, 좀 더 야구에 대해 이해도를 높이면서 클 수 있지 않았을까."
프로야구를 빛낸 프로야구 선수들도 대부분 프로야구 팬이던 시절이 있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후 자라난 현역 선수들 대부분 야구장에서 추억이 있고, 그 추억으로 지금까지 자라났다. 그래서 그 추억의 힘을 안다.
김태균(41)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은 지난 18일 충남 홍성 결성면 만해 야구장에서 52명의 유소년 선수들을 초청한 '2023 김태균 야구 캠프'를 열었다. 단 하루만 열리는 자리였으나 경쟁이 치열했다. 김태균 위원의 선수 시절 연고지인 대전, 충청 일대뿐 아니라 수도권, 전라도, 강원도, 제주도 등 전국 각지에서 신청이 쇄도했다. 행사가 열리기 전 늦은 밤까지도 대기하겠다는 학부모가 있을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단 하루 동안 캠프에서 어린 학생 선수들이 프로 선수가 되는 '비기'를 배웠을리는 없다. 대신 동경하던 프로 선수들과 바로 옆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직접 지도를 받아보는 건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될 수 있었다. 박찬호가 운영하는 '캠프 61' 외에 대규모 유소년 야구 캠프가 없던 상황에서 선수들을 키우던 학부모들에게 이번 행사가 반가웠던 이유다.
김태균 위원은 "내가 어릴 때는 이런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저 야구장에 가 선수들을 볼 수 있는 정도였다. 그때도 이렇게 프로야구 선수들을 볼 수 있는 캠프가 있었다면 좀 더 야구에 대해 이해도를 높이면서 클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런 게 참 아쉬웠고 이런 부분에서 재능 기부를 하고 싶었다. 홍성군에서 지원해주셔서 자리를 만들 수 있었고, 일회성이 아니니 앞으로도 계속해서 더 좋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추억의 힘은 프로 선수들 스스로도 알고 있다. 모두들 저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 있었다고 했다. 두산 베어스 원 클럽맨으로 통산 101승을 거둔 유희관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은 "이런 유소년 야구 행사는 기회가 되면 무조건 나오는 편이다. 박찬호 선배님의 '캠프 61'도 다녀왔다"고 했다.
유 위원은 "어린 선수들이 프로 선수와 잠깐 만나는 자리다. 하지만 나 역시 어릴 때 프로 선수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힘이 됐고, 즐거웠다"고 했다. 그에게 추억을 물으니 '두전드'가 아닌 '엘전드'가 나왔다. 유 위원은 "어릴 때 이상훈 코치님을 정말 좋아했다. 긴 머리를 휘날리며 마운드에 올라가실 때 정말 멋지다고 느꼈다. 어릴 때 혼자 잠실야구장에 가 이상훈 코치님을 봤을 때를 잊을 수 없다"고 웃었다.
삼성 라이온즈 구자욱은 류중일 국가대표 감독과 만남을 꼽았다. 구자욱은 "내가 어릴 때만 해도 이런 캠프가 많이 없었다. 선배님들께서 좋은 자리를 많이 열어주셨는데, 취지가 너무 좋다. 나에게도 (유소년 캠프 주최가) 또 하나의 목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내가 초등학생 때 대구 지역에 삼성 선수들이 많이 찾아왔다. 학교마다 3명이 왔는데, 류중일 감독님이 오셨던 기억이 난다. 그 기억이 20년이 지나서도 남아있다. 오늘 온 선수들에게도 캠프가 그런 추억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여수와 순천에서 자란 이태양(한화)은 "아무래도 KIA 타이거즈 경기를 많이 봤다. 야구장을 다니면서 야구 선수의 꿈을 키웠다"며 "사인을 받진 못했지만, 당시 김진우 선배님을 많이 봤다. 나도 투수였고, 선배님께서 워낙 투구 폼이 이뻤다"고 떠올렸다.
유희관 위원은 "그만큼 어린 팬들을 대하는 게 중요하다. 그 마음이 이후에도 쭉 간다. 이제 프로야구 선수들이 팬들의 소중함, 특히 어린 팬들의 소중함을 잘 알기에 더 다가가고, 사진도 찍고 사인도 해주는 것 같다. 앞으로도 계속 인식이 바뀌어 나가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