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팀 샌디에이고의 상황 탓이다. 샌디에이고는 매니 마차도, 다르빗슈 유, 잰더 보가츠,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등 장기 계약자들이 가득한 팀이다. 팀 재정이 넉넉하고, 이들이 모두 활약해 팀 성적이 좋다면 계속해서 우승을 향해 달릴 수 있다. 다만 성적이 부진하다면 더 효율적인 팀 운영을 고민하는 법이다. 그래서 이들에 비해 연봉이 작고 계약이 짧은 김하성을 트레이드시켜 더 나은 선수를 수급하는 게 낫다는 예측이 매 겨울 나온다.
이번 겨울도 그렇다. 지난 시즌 부진했던 샌디에이고는 시즌 말 선수 임금 지불을 위해 5000만 달러를 대출한 데다 구단주 피터 사이들러가 최근 세상을 떠났다. 팀 연봉 구조를 개선해야 하는 상황에서 골드글러브를 수상하며 공·수 빼어난 활약을 펼친 김하성을 트레이드시킬 수도 있다.
선수 본인으로서는 매 겨울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게 편하지 않은 일이다. 한국에서도 먼 거리의 팀으로 이적하면 집을 새로 구하는 등 어려움이 따른다. 하물며 미국에서 트레이드는 높은 확률로 먼 지역으로 이동해야 한다. 대륙 차원의 이사인 셈이다.
선수 본인의 입장은 어떨까. 18일 서울 청담 리베라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한 김하성은 트레이드설에 대해 묻자 "처음에는 스트레스받았지만, 지금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웃으며 말했다.
무엇보다 자신의 가치에 대한 확신이 생겨서다. 김하성은 올 시즌 베이스볼 레퍼런스 기준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5.8을 기록하며 팀에서도 손꼽히는 활약을 펼쳤다. DRS(수비 실점 기여도)에서 +16을 기록, 유틸리티 플레이어 부문 골드글러브도 수상했다. 17홈런과 38도루로 실버슬러거 후보에도 올랐다. 어디를 가도 주전으로 활약할 수 있는 빼어난 성적이다.
김하성은 "결국 트레이드가 된다는 건 다른 팀에서 저를 필요로 한다는 거 아닌가. 어느 팀이든 뛸 수 있는 출전 시간이 주어진다면 상관없다"고 했다. 이제 어느 팀에 가더라도 주전 경쟁을 펼칠 수 있고, 적응 걱정 없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거다.
물론 소속팀에 대한 애정도 잊지 않았다. 김하성은 "그래도 저는 샌디에이고가 좋다"고 미소를 지었다. 그만큼 현 소속팀 샌디에이고는 김하성의 적응에 큰 힘을 보탰다. 팀 리더 매니 마차도를 필두로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잰더 보가츠 등 스타급 선수들이 김하성이 적응할 수 있게 돕고,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다만 내년 시즌을 마치고도 샌디에이고에 남을 지는 아직 미지수다. 구단 재정 상태가 넉넉치 않은 만큼 김하성의 가치가 높을 경우 재계약을 맺기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