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 투수 고우석(25)의 해외 진출을 수락한 LG 트윈스가 외부 자유계약선수(FA) 영입 가능성은 일축했다.
LG는 22일 고우석의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도전 의사가 강한 선수의 요구를 수용한 것인데 '적절한 금액이 나와야 한다'는 조건이 달렸다. 터무니없이 낮은 포스팅 금액으로는 이적이 성사되지 않을 전망. 하지만 일단 포스팅이 진행되면 선수가 팀을 떠날 수 있다는 걸 고려해야 한다.
고우석은 자타공인 KBO리그 최고 마무리 투수다. '포스트 오승환'으로 불리며 지난해 리그 최연소 40세이브(24세 1개월 21일)를 달성, 개인 첫 구원왕(42세이브)에 올랐다. 올 시즌에는 잦은 부상 탓에 부침을 보였지만, 5년 연속 두 자릿수 세이브를 해냈다. 고우석의 이탈은 2024시즌을 준비해야 하는 '디펜딩 챔피언' LG로선 작지 않은 변수다. 공교롭게도 이번 FA 시장에는 꽤 많은 불펜이 풀렸다. 김재윤이 삼성 라이온즈와 FA 계약한 가운데 오승환(삼성 라이온즈·통산 400세이브) 홍건희(두산 베어스·통산 44세이브) 임창민(키움 히어로즈·통산 122세이브) 등이 FA로 풀렸다.
차명석 LG 단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고우석의 포스팅에 따라 외부 FA 기조가 달라지는 거냐'는 질문에 "전혀 관계 없다"고 선을 그었다. LG는 현재 내부 FA로 풀린 선발 임찬규와 불펜 함덕주 잔류가 우선이다. 올 시즌부터 적용된 샐러리캡(연봉총액상한) 때문에 무턱대고 큰돈을 사용하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KBO리그는 2021년과 2022년 외국인 선수와 신인 선수를 제외한 각 구단 연봉(연봉, 옵션 실지급액, 자유계약선수 연평균 계약금 포함) 상위 40명 금액을 합산한 연평균 금액의 120%를 샐러리캡 기준점으로 잡았는데 이 금액이 총 114억2638만원이다. KBO리그 샐러리캡은 절대로 넘으면 안 되는 하드캡이 아닌 상한선 초과 시 제재를 받는 소프트캡. 초과 횟수에 따라 제재금이나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 하락 징계가 내려진다. LG는 샐러리캡에 근접한 구단 중 하나로 꼽힌다.
고우석의 공백을 내부 자원을 채울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다. 올해 통합우승을 차지한 LG는 한국시리즈(KS)에서 7명의 필승조를 가동, 물량전으로 KT 위즈를 압도했다. 백승현과 유영찬의 기량이 급성장하면서 불펜에서 활용할 카드가 늘었다. 염경엽 LG 감독은 올 시즌 초반 고우석이 부상으로 이탈하자 이정용에게 마무리 투수를 맡겼다. 9월에는 항저우 아시안게임(AG) 기간 국가대표로 차출된 고우석의 빈자리를 집단 마무리로 극복하기도 했다. 상황에 따라 다른 전략으로 뒷문 공백에 대처했다. 전력상 고우석의 잔류가 최상의 시나리오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차명석 단장은 "(설령 고우석이 빠지더라도) 있는 자원으로 해도 괜찮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