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가 최근 야구 원로 모임 일구회의 김광수 회장을 벤치 코치로 영입했다. 내년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대목이다.
KBO리그는 1982년 출범 당시 감독 밑에 코치가 3~4명뿐이었다. 1990년 퓨처스(2군) 리그가 본격 도입돼 각 팀마다 코치가 늘어났고, 현재는 구단별 코치가 20명씩은 된다. 1군 등록이 가능한 코치는 8명이지만 선수단과 동행하는 코치를 포함하면 10명 내외, 여기에 2~3군 코치까지 포함하면 규모가 꽤 커진다.
1군 감독과 코치는 경기에 집중하다 보면 어처구니 없는 플레이가 나오더라도 선수들을 곧바로 지적하기 쉽지 않다. 경기 후 따로 불러 얘기하거나 팀 미팅에서 언급할 수 있겠지만, 시간이 꽤 흐른 뒤라 보완 사항을 100% 전달하기 쉽지 않다. 선수가 이를 받아들이는 것도 쉽지 않다. 이때 선수의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미국 메이저리그(MLB)에는 우리의 수석 코치 격인 벤치 코치가 존재한다. MLB의 벤치 코치 중엔 감독 출신으로 오랜 경력을 지닌 지도자도 꽤 많다. 류현진의 LA 다저스 시절 사령탑이기도 한 돈 매팅리는 마이애미 말린스 감독을 거쳐 올해부터 토론토 블루제이스 벤치 코치를 역임했다.
아마도 MLB에서 가장 유명한 벤치 코치하면 돈 짐머를 떠올릴 것이다. 짐머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보스턴 레드삭스-텍사스 레인저스-시카고 컵스 감독을 거쳐 1996년부터 2003년까지 뉴욕 양키스에서 조 토레 감독을 보좌하는 벤치 코치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롯데도 최근 벤치 코치를 선임했다. 롯데 지휘봉을 잡은 김태형 신임 감독이 자신보다 여덟 살 많은 김광수 회장에게 연락해 제의했다고 한다.
김광수 코치는 OB 베어스 원년 멤버 출신으로 국가대표와 프로 팀에서 생활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김경문 감독의 수석 코치를 맡아 금메달 신화에 공헌했고, 2015년 프리미어12와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도 코치로 대표팀에 몸담았다. 특히 김광수 코치와 김태형 감독은 두산에서 코치(김광수)와 선수(김태형), 수석 코치와 배터리 코치로 지내기도 했다. 김 코치는 필자를 포함해 김성근 전 감독(한화 이글스-독립구단 고양 원더스), 김경문 전 감독(두산)을 보좌했다.
한국 야구는 그동안 감독이 자신보다 젊은 코치를 선임해 왔다. 세월이 흘러 젊은 사령탑이 늘어나면서 이제는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지도자를 코치로 두는 시대가 찾아왔다.
그리고 이번에 롯데 김태형 감독이 김광수 코치를 직접 모셨다. KBO리그에서 수석 코치와 각 파트별 코치외에 '벤치 코치'를 두는 새로운 시도다.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본다. 감독에게도, 팀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때로는 감독이 결단을 내리지 못할 때, 경험 많은 벤치 코치의 역할이 중요하다. 현창 최고 책임자로 있다보면 '내가 야구를 많이 알고 있다'고 느끼겠지만 야구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다. 선택이 필요할 때 서로 의논도 하고, 곁에 있는 코치의 도움도 받아야 팀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오기 마련이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깨닫는 부분이다. 감독이 고민할 때 벤치 코치가 '든든함'을 안긴다면 더없이 좋다.
롯데의 이번 선택이 한국 야구를 발전시키는 요소가 되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