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수 감독은 영화 ‘싱글 인 서울’이 솔로와 커플 중 어느 것이 더 낫다는 답을 내리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일간스포츠를 만나 “어떤 작품을 볼 때 이 둘 중 하나에 치중하면 본격적으로 시들해지더라”며 “싱글과 커플, 그 어디쯤에서 각 캐릭터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싱글 인 서울’은 혼자가 좋은 파워 인플루언서 영호(이동욱)와 혼자는 싫은 출판사 편집장 현진(임수정)이 싱글 라이프에 관한 책을 만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로맨스 영화다. 박범수 감독이 지난 2014년 영화 ‘레드카펫’ 이후 7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이다.
‘싱글 인 서울’은 로맨스 영화이지만 서울에 사는 싱글들의 삶을 담백하게 담았다. 박범수 감독은 “제가 예전에는 좋아하는 영화가 많지 않았는데 ‘접속’은 OST를 수십 번 돌려 들었다”며 “굉장히 신선한 소재이지만 그 작품도 자극적이지 않다”며 “싱글과 커플 중 답은 없는데 그 과정을 담으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싱글을 예찬하거나, 결국 커플이지 같은 느낌으로 끝날까봐 걱정했어요. 그 가운데서 고민을 많이 했죠. 싱글과 커플, 모두 좋은 점이 있는데 각자 자신이 원하는 것에서 반대쪽의 장점도 보면서 열어둘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저만 해도 정답은 없었어요. 혼자 있든 커플이든 서툴던 시절을 겪었죠. 싱글을 탈피하라는 것도 아니고, 커플인 사람들에게 싱글이 되라고 하는 작품이 아니에요. 그 과정에서 공감을 이끌어내고 싶었어요.”
박범수 감독은 영화 제목처럼 배경 ‘서울’을 강조했다. “지금 서울이라는 도시와 싱글과 영호, 현진이 닮았으면 좋겠단 바람이 있었다”며 “처음엔 해외에 대한 판타지를 가지고 여러 배경을 고려했는데 서울만 한 곳이 없더라. 세느강, 템즈강을 가봐도 중랑천이 훨씬 낫더라”고 웃었다. 영화 제목도 당초 ‘싱글남’이었으나 ‘싱글 인 서울’로 바꾸고 서울에 대한 이야기를 추가했다.
“어떤 외국인이 서울을 찍은 영상을 본 적 있는데 우리가 평소 보던 느낌과 무척 다르더라고요. 혼자 살기도 좋고, 같이 살기도 좋은 도시라는 생각을 해요. 한강이나 남산, 궁처럼 오래됐지만 변하지 않은 것들에 중점을 두면서도 변화무쌍한 서울의 매력을 담고 싶었죠. 외국인들에게도 색다르게 다가가길 바라요. 제가 해외여행을 가면 그 나라에서 찍은 소설이나 영화를 현지에서 보는 걸 굉장히 좋아하는데 외국인들도 이 영화를 보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이러한 배경에서 캐릭터들도 자연스럽게 녹였다. 박범수 감독은 “캐릭터 자체뿐 아니라 배우들의 실제 성격이 캐릭터에 잘 묻어나게 하려 신경을 많이 썼다. 관객들이 살아있는 느낌이 들길 바랐다”며 “배우들과 만나서 시나리오를 수정했다. 내 바람이 영화 속 캐릭터와 어느 지점에서 만난 게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박범수 감독은 극을 이끌어가는 이동욱에 대해 “캐릭터처럼 츤데레의 정석”이라고 웃으며 “투덜거리는 듯한 느낌이지만 현장에서나 연기할 때 분위기를 만드는 게 노련했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들은 자기 배우를 당연히 자랑하겠지만 실제로 나이스했다. 호스트 역할도 잘하더라”며 “조단역, 그리고 카메오가 등장해도 호스트로서 역할을 너무 노련하게 잘해서 역시나 좋은 배우구나라고 많이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이동욱이 실제 솔로라고 느꼈냐’는 질문에 “영호보다 더 영호 같다. 내가 속았단 생각하지 않는다”며 “(연애를 한다면) 스케줄상 정말 말이 안 된다. 정말 연애하고 싶어 한다. 결혼도 하고 싶어하는데 고충이 많더라. 아무래도 연예인이니까 연애를 하는 게 어려운 상황이지 않나”라고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임수정에 대해선 “정말 작품을 함께 하고 싶었다. 영광이었다”고 거듭 말했다. “좋은 감독들이 임수정과 함께 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그와 함께 작업한 감독들이 너무 좋았다고 했는데 그 이유를 알 것 같더다”고 밝혔다. 이어 “실제 굉장히 프로패셔널하면서 사랑스럽더라”고 덧붙였다. 앞선 로맨스 작품들과 비슷한 모습을 우려하지 않았냐는 질문엔 “클리셰를 걱정하지 않는다. 클리셰여도 재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클리셰를 잘 이용하면 되고 잘하는 사람은 그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했다.
앞서 이동욱과 임수정은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에서 짧게 호흡을 맞춘 바 있다. 박범수 감독은 “드라마를 보고 두 분이 잘 어울린다는 평이 실제 많았다. 나도 그렇게 느꼈다”며 “이동욱이 먼저 캐스팅됐는데 임수정과 하고 싶다고 해서 잘됐다 싶었다”고 캐스팅 비하인드를 전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는 둘이 영화를 찍다가 정말 썸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며 “아쉽게 그렇지 않더라”며 바람을 덧붙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