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 결정을 두고 부산이 민관 총력전을 펼치며 막판 표심잡기에 나서고 있다. 22일 한국과 영국의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했던 재계 총수들이 파리로 합류하면서 기업과 정부의 ‘원팀’은 한 자리에 모여 마지막 스퍼트를 하고 있다.
26일 재계와 정부에 따르면 민관 합동으로 꾸려진 엑스포 유치위원회는 작년 7월 출범 이후 이날까지 500여 일간 지구를 495바퀴(1989만10579㎞) 돌며 유치전을 펼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을 중심으로 범정부 차원에서 정상급 외교를 통해 부산엑스포 유치에 사활을 걸고 총력전을 폈다.
부산엑스포의 민간유치위원장을 맡은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각종 행사에 참여하며 지속적으로 유치 활동을 해왔다. 한영 비즈니스 포럼을 위한 한국경제사절단으로 참석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도 막판 호소를 위해 파리로 합류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상회담과 각종 국제행사 등을 통해 90여 개국의 500명 이상의 인사를 만나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에 집중해왔다. 올해 윤 대통령이 해외 방문이 잦았던 이유도 다 엑스포 유치 활동과 연관이 있었다.
후발주자였던 부산은 기업과 정부가 ‘원팀’을 이뤄 지구 495바퀴 등을 도는 등 각고의 노력 끝에 경쟁자인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를 추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최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한국 정부와 여러 기업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노력한 결과 이제는 어느 누구도 승부를 점칠 수 없을 만큼 바짝 추격하고 있다"며 "마지막 순간까지 이곳에서 엑스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엑스포 개최지를 결정짓는 파리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 참석차 프랑스로 떠났다. 그는 페이스북에 "긴 행진곡 중 마지막 악장만 남기고 있는 심정"이라며 "막판까지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고마운 분들께 기쁜 소식을 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적었다.
부산엑스포 유치위는 내부적으로 BIE 회원국들을 '확실한 한국 지지', '한국 지지 전망', '중립 또는 이탈리아 지지', '사우디 지지 전망', '확실한 사우디 지지' 등 5개 그룹으로 나눠 관리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과 사우디 리야드, 이탈리아 로마 등 3개 도시가 2030 엑스포 개최를 놓고 경합하고 있다. 1차 투표에서 회원국 3분의 2 이상의 지지가 없으면 3위는 탈락하고, 1·2위가 2차 투표에서 우열을 가리는 방식으로 개최지가 선정된다.
정부는 2차 투표까지 가서 리야드와 최종 판가름을 가린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로마가 먼저 떨어질 경우 유럽의 표를 부산이 대거 가져와 전세를 역전시킨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한국을 지지하는 '집토끼'는 지키고, 중립 또는 사우디 지지 성향의 '산토끼'를 잡기 위해 막판까지 외교력을 집중하고 있다.
재계 총수들의 엑스포 유치 행보는 대외적으로 알려진 것보다 알려지지 않은 게 훨씬 많다. 한국이 전략적으로 물밑 작업을 활발하게 진행했음을 알려주고 있는 대목이다.
재계 관계자는 “저희도 잘 모르는 총수들의 유치 활동들이 더 많다. 언론에는 전략적으로 소개되지 않고 있는데 이는 사우디를 견제한 행보로 볼 수 있다”며 “총수가 누구를 만났다고 알려지면 사우디 측이 곧바로 다시 찾아가 작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2030 세계박람회의 한국의 지지 방침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2030 엑스포 개최지는 오는 28일 파리 BIE 총회에서 182개 BIE 회원국 대표의 익명 투표로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