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로 데뷔해 드라마, 영화를 통해 배우로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았고, 이제는 예능까지 섭렵했다. 성공한 ‘올라운더’의 표본인 배우 차승원의 이야기다.
차승원은 “너무 척박한 곳에서 시작한 나에 대한 응원이 아닐까 싶다. 내가 데뷔하기 전에도 모델 출신 배우가 있었으나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내가 처음일 거다. 당시 풍토는 이렇게 관대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무탈하게 이어온 것에 대한 사람들의 응원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그런 후배들이 많지 않나. 조인성, 김우빈 등 후배들을 보면서 ‘나는 저 나이 때 저렇게 못 했는데’라는 생각에 존경심도 든다”고 덧붙였다.
차승원은 최근 일간스포츠와 만나 넷플릭스 영화 ‘독전2’를 둘러싼 반응에 대한 솔직한 생각, 함께 연기한 조진웅을 향한 애정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넷플릭스 ‘독전2’는 용산역에서 벌인 지독한 혈투 이후 여전히 이선생을 쫓는 형사 원호(조진웅), 사라진 락(오승훈), 다시 나타난 브라이언(차승원), 사태 수습을 위해 중국에서 온 큰칼(한효주)의 독한 전쟁을 그린 작품이다.
차승원은 이선생이 되고 싶은 브라이언 역으로 ‘독전’에 이어 ‘독전2’도 함께 했다. 그러나 개봉 당시 약 52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했던 ‘독전’과 달리 ‘독전2’는 쏟아지는 혹평에 쓴맛을 봐야 했다.
차승원은 “나는 브라이언을 마무리한다는 생각으로 출연했다. 작품에 대한 평가는 보는 사람들의 몫이다. 내가 왈가왈부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내가 열심히 참여했던 작품이기 때문에 결과가 좋든 나쁘든 그 자체로 나에게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불호가 많은 게 속상하기는 하다”고 털어놓은 후 “거기에는 어느 정도 배우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왜 그걸 진단하지 못했을까’라는 아쉬움도 있지만 죽겠거나 미칠 거 같은 정도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차승원은 브라이언 역을 구축해간 과정에 대해 “데미지를 입은 브라이언에서 시작했다”며 “왜 이렇게 거북목을 하냐고 하는데 딱딱한 전동의자에 앉아 연기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온 것”이라고 해 웃음을 안겼다.
이어 “등을 구부리고 있으니까 쥐가 나더라. 그것 때문에 많이 고생했다”며 “원래 마지막에 안 일어나는 거였는데 배가 너무 아파서 일어나자고 제안했다. 너무 구부리고만 있으니까 힘들더라”라고 토로했다.
쓰라린 혹평, 힘들었던 연기에도 얻은 건 있다. 바로 사람이다. ‘독전’에 이어 ‘독전2’에서 호흡을 맞춘 조진웅은 인터뷰에서 차승원에 대한 존경과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차승원은 “‘독전’을 촬영할 때 둘 다 힘든 시기였다. 당시 둘이 붙는 액션신이 있었는데 내가 ‘이건 놀이니까 재미있게 하자’며 조진웅을 엄청 웃겨줬다. 그때 조진웅도 ‘액션을 이렇게 찍을 수 있다고?’라며 놀랐나 보다”며 “이후 ‘독전2’로 만나니 더 벽도 없어지고 배우로서 더 사랑하게 됐다. 같이 꼭 다른 작품을 찍어보고 싶다”고 했다.
어느덧 데뷔 35년 차. 차승원은 자신이 예전보다 유해졌다고 평했다. 차승원은 “요즘은 어떤 현장이든 고마움을 느낀다. 예전에는 내 것 하기 바빴고 누가 잘하는 걸 보면 시기와 질투도 났다. 지금은 두루두루 배우들과 이야기를 섞는다. 여러 제약에도 그걸 스무스하게 넘어가는 배우가 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어 “뾰족한 마음이 아예 없어진 건 아니지만 뾰족한 마음도 쓸만할 때 써야 한다. 왜 나라고 날카로운 지점이 없겠나. 나이도 들고 경력도 많아지니까 자연스레 부드럽게 변하게 되더라”라고 털어놨다.
다른 배우들보다 예능에 자주 얼굴을 비추는 것 역시 넓어진 시야 덕분이다. 차승원은 “난 예능을 사랑한다. 물론 배우로서 양날의 검이긴 하지만, 예전부터 예능을 했는데 딱 끊고서 안 한다고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델 일도 마찬가지다. 1년에 한 번 패션쇼에 서는 것도 내가 매년 해왔던 것이니까 하는 거다. 내가 하던 일인데 배우라고 해서 일부러 안 하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26년째 쉼 없이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차승원은 최근 유튜브 채널 ‘핑계고’에서 “작품을 꾸준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에 대해 그는 “선택을 잘하면 좋겠지만, 사람의 선택이 늘 옳을 수는 없다. 예전에는 현장 가는 게 부담스러웠다면 지금은 일 자체가 좋고 활발하게 활동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대중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게 배우의 미덕 아닐까 싶다”며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