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KBO 시상식이 27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렸다. KT 박병호가 1루수 부문 수비상을 수상하고 소감을 말하고 있다. MVP와 신인상 수상자는 정규시즌 종료 후 한국야구기자회 소속 언론사 기자 및 각 지역 언론 담당 기자들의 사전 온라인 투표로 정해졌다. 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 /2023.11.27/
“일어난 김에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지난 26일 경기도 용인 경희대학교 국제캠퍼스 선승관에서 열린 KT 위즈의 팬 페스티벌. 선수들을 향해 팬들의 다양한 질문이 이어진 가운데, 베테랑 내야수 박병호도 질문을 받았다. ‘눈 밑에 테이프를 붙이는 이유는 뭔가’라는 가벼운 물음이었다. 마이크를 잡은 박병호는 성심성의껏 팬의 질문에 답변한 뒤, “한 말씀 드리겠다”고 했다. 질문과는 상관없는 ‘고해성사’였다.
박병호는 “사실 한국시리즈(KS)가 끝나고 가슴이 아팠다. 선수들이나 팬분들에게 고개를 들지 못할 정도로 아쉬웠다”라며 자책했다. 그는 “KT에 와서 처음으로 KS에 진출해 우승을 위해 뛰었는데 우승하지 못해 스스로 실망했다”라면서 “올겨울 준비를 잘해서 우승 반지를 끼고 팬분들과 행복을 나눌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kt위즈와 LG 트윈스의 2023 KBO 한국시리즈 5차전 경기가 13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KT 박병호가 7회 삼진아웃된뒤 아쉬워 하고있다. 잠실=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2023.11.13.
박병호는 2023 KS 5경기에서 18타수 2안타(1홈런) 8삼진으로 고개를 숙였다. KBO리그 최고의 1루 수비를 자랑하는 그가 실책도 2개나 기록하며 체면을 구겼다. 2022년 우승을 위해 KT 유니폼을 입은 박병호는 이적 후 처음으로 출전한 KS에서 부진했다. 결국 프로 데뷔 후 19년째 이어져 온 우승의 한을 이번에도 풀지 못했다.
아쉬움과 미안한 감정은 KS가 끝나고 보름이 지나서도 계속됐다. 2500명의 팬들 앞에서 미안한 마음을 쏟아낸 박병호는 이튿날(27일) 열린 KBO 시상식에서도 자성의 자세를 이어갔다. 1루수 수비상을 받으러 시상대에 오른 그는 “팀이 꼴찌에서 KS까지 올랐는데 내가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라며 또 자책했다.
시상식 후 인터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KS 후 불면의 밤을 보냈다는 박병호는 “시즌이 끝나고 시간이 꽤 지났지만 아직도 아쉬움이 많이 남아있다. 내가 활약했다면 KS 결과가 바뀌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보여준 것도 없이 허무함만 남은 KS여서 아쉽다.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라고 반성했다.
LG 트윈스와 kt위즈의 2023 KBO 한국시리즈 3차전 경기가 10일 오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kt 박병호가 8회말 LG 마무리 고우석을 상대로 좌월 2점 홈런을 날리고 동료들과 기뻐하고있다. 수원=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2023.11.10.
팬과 미디어 앞에서 성토한 세 번의 반성. 박병호 스스로는 더 많은 반성의 시간을 보냈을 터다. 그를 옆에서 지켜본 팀 동료들은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KT 주장 박경수는 “개인이 책임질 일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부족했던 것”이라며 달랬고, 옛 LG 트윈스 동료에서 새 KT 동료가 된 우규민도 “박병호가 (우승 실패의) 책임을 혼자 짊어지지 않았으면 한다”며 걱정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박병호는 반성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주변에서 해주는 이야기가 고맙지만, (반성을 계속하는 건) 어쩔 수 없다. 팀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선수들은 누구나 이런 책임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내가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이런 마음이 더 드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좌절만 하는 게 아니라 반등의 각오를 단단히 다졌다. 박병호는 “정규시즌 잔부상에 시달리며 성적이 좋지 못했다. 내년엔 최소한 80%의 몸상태로 꾸준히 뛸 수 있도록 겨우내 몸을 잘 만들겠다”라면서 “이번 오프시즌은 행복하게 지낼 수 없을 것 같다. 반성해야 하는 겨울이다. 새로운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내년 시즌을 준비하겠다”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