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시환(23·한화 이글스)은 최고의 한 시즌을 보냈다. 2023 KBO리그 정규시즌 타율 0.298 31홈런 101타점을 기록하며 2관왕에 올랐다. 리그에서 유일하게 30홈런-100타점을 함께 돌파한 타자가 됐다.
그는 또 세대교체를 표방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AG)과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서 4번 타자로 활약했다. 두 대회 타율 0.412를 기록하며 대표팀 핵심 타자로 떠올랐다. 다음 달 열리는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도 3루수 부문 수상이 유력하다. 명실상부한 리그 간판타자로 성장한 해였다.
최고 타자가 된 그는 지난 27일 KBO 시상식에서 에릭 페디(NC 다이노스)에 밀려 MVP(최우수선수) 수상에 실패했다. 투수 3관왕(20승, 평균자책점 2.00, 209탈삼진)에 오른 페디는 1986년 선동열 이후 첫 20승-200탈삼진을 기록한 3관왕 투수였다. '역사적인' 투수를 이길 수 없었다.
노시환은 담담했다. 아직 젊은 자신에게 얼마든 다음 기회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아쉬움 대신 앞날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노시환은 "나도 올 시즌 (MVP) 후보로 거론됐지만, 페디가 너무 잘했다. 그가 상을 받는 게 당연하다"며 "내년 시즌에는 가장 큰 영광인 MVP까지 노릴 수 있도록 더 잘 준비하겠다"고 했다.
구체적인 숫자를 언급하지 않지만, '진화'를 다짐했다. 노시환은 "솔직히 내년 시즌 홈런 개수를 장담할 수 없다. 홈런이 언제 나올지, 언제 또 몰아칠지 알 수 없다"면서도 "올해보다 한 단계 더 올라가겠다. (투수에게) 더 무서운 타자가 되기 위해 준비해 돌아오겠다. 그럴 자신이 있다"고 다짐했다.
떡잎부터 다르다는 걸 보여줬다. 노시환 이전까지 KBO리그 역사상 23세 이하 30홈런 타자는 장종훈(1991년) 박재홍(1996년) 이승엽(1997~1999년) 김태균(2003년)뿐이었다. 네 선수 모두 KBO리그 통산 300홈런 고지를 넘겼고, 이승엽과 김태균은 일본프로야구(NPB)에 진출했다.
노시환으로서도 해외 진출이라는 큰 꿈을 꿀 수 있는 시기다. 그가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 또는 FA(자유계약선수)를 신청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았다. 그러나 젊은 나이에 정상급 기량을 먼저 보여줬다. 지난해 KBO리그 최고 타자였던 이정후(키움 히어로즈)는 올겨울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MLB) 진출을 앞두고 있다. MVP 후보로 성장한 노시환의 재능도 그에 뒤지지 않는다.
마이너리그 지도자 출신인 카를로스 수베로 전 한화 감독은 올해 초 노시환을 두고 "팬들의 기대치, 지금까지 보여준 것보다 훨씬 더 큰 잠재력을 지닌 선수"라며 "안주하지 않고 더 높은 곳(메이저리그)을 보길 바란다"고 응원한 바 있다. 이어 APBC에서 적장으로 만났던 이바타 히로카즈 일본 감독은 "한국 4번 타자 노시환은 날카로운 타구를 보여줬다. 일본에 와도 톱 클래스 선수라고 생각한다"고 칭찬했다.
그러나 노시환은 먼저 KBO리그 최고가 되겠다고 했다. 더 성장하고 고민할 시간이 충분하기에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그는 "일본 대표팀 감독님께서 좋은 평가를 해주셨다"면서도 "일단 한국에서 최고가 된 다음에 해외 진출을 생각해 보고 싶다. 솔직히 아직은 (해외 진출을) 생각하지 않는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