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박진영은 디지털 싱글 ‘체인지드 맨’을 발매하며 약 1년 만에 전격 컴백했다. 컴백 시기에 맞춰 박진영은 가수 인순이, 박미경, 신효범, 이은미로 걸그룹을 결성하는 KBS2 ‘골든걸스’ 제작자로도 나서며 가수와 프로듀서, 두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중이다. 박진영이 수장으로 있는 JYP엔터테인먼트(JYP) 또한 755억 상당 부지에 신사옥을 지으며 규모를 키우는 등 그야말로 ‘박진영 전성시대’를 맞이했다.
‘체인지드 맨’은 1980년대 신스팝 느낌이 물씬 나는 노래로, 격동적인 퍼포먼스와 라이브 구간이 인상적인 곡이다. 박진영은 ‘체인지드 맨’을 ‘원조 댄싱 퀸’ 김완선과 함께 페어 안무로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올해 박진영은 데뷔 30년, 김완선은 데뷔 37주년을 맞았지만 그럼에도 세월을 비껴간 외모, 젊은 가수들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춤 실력으로 ‘자기관리의 끝판왕’이라는 수식어를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체인지드 맨’ 뮤직비디오에도 김완선이 출연하는데, 두 스타가 사랑에 빠졌다가 스캔들로 헤어진 뒤 현재 다시 마주한 상황을 보여주면서 1980년대와 2020년대를 오가는 유쾌한 설정을 넣었다. 박진영과 김완선 모두 구시대 가수지만, 아직도 무대 위에서 날아다니는 현직 가수라는 의미를 심으며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 냈다.
비닐 바지, 망사 시스루 등 항상 파격적인 시도를 해왔던 박진영만 할 수 있는 특별 무대도 입소문을 제대로 탔다.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 제44회 청룡영화상 시상식 축하 공연을 통해서다. 이날 팝스타를 연상케하는 짙은 스모키 메이크업과 온몸을 감싼 흰색 코트를 입고 등장한 박진영은 ‘스위트 드림즈’를 시작으로 총 4곡을 라이브로 열창했다. ‘웬 위 디스코’에서는 ‘청룡 여신’ 배우 김혜수와 커플 댄스를 추며 배우들의 호응을 유도하기도 했다. 격한 춤에 라이브가 다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장엄한 분위기 속에 진행되는 영화제 축하 무대의 판을 제대로 뒤엎었다. 박진영의 청룡영화제 공연 영상은 조회수 200만회(29일 기준)를 넘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대형 기획사 JYP를 탄생시킨 수장답게 프로듀싱 능력도 빛을 발하고 있다. JYP의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6.8%, 59.3% 증가했다. 4분기에는 스트레이 키즈 컴백과 트와이스의 일본 투어 실적도 반영돼 호실적을 이어나갈 전망이다. 여기에 202억에 매입했던 성내동 사옥에서 755억원에 낙찰받은 서울 강동구 고덕강일지구에 신사옥 설립을 예고하면서 JYP의 성장을 실감케했다.
무엇보다 최근 박진영에게 따라오는 수식어는 바로 ‘골든걸스’다. 프로듀서로서 갈증을 느끼고 있던 박진영은 인순이, 박미경, 이은미, 신효범까지 레전드 가수들을 모아 4인조 걸그룹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박진영의 신선한 아이디어와 가요계 전설을 한 무대에서 본다는 흥미 요소에 ‘골든걸스’는 하반기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오르는 중이다.
특히 눈길을 사로잡은 건 박진영의 전문적이고 겸손한 프로듀싱 실력이다. 최고의 자리에 올라갔음에도 권위적인 모습 하나 없이 인순이, 박미경, 신효범, 이은미에게 최신 음악에 맞는 발성을 가르치며 가요계 대선배들과 화합을 이뤄나갔다. 다음 달 1일 발매되는 골든걸스의 데뷔곡 ‘원 라스트 타임’까지 직접 작곡한 박진영은 망설이고 움츠러든 사람들에게 “힘을 내라”는 메시지를 담아내며 4명의 디바와 시청자들에게 위로를 건넸다.
1993년 데뷔해 가수와 프로듀서 영역을 넘나들며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박진영은 음악에 대한 순수한 열정으로 가요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임진모 대중음악 평론가는 “박진영은 천재적 역량의 소유자다. 기존의 가치와 질서를 깨는 파격적인 음악을 시도해왔다. 80년대 팝 스타일의 강자이면서 2020년대 사고가 공존하고 있다”며 “단순한 제작자가 아닌 본인 자체가 실연자로서의 자세를 잃지 않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트렌드와 동행할 수 있다. 꾸준히 발매되는 새로운 음악과 ‘골든걸스’ 제작도 박진영이기에 할 수 있는 일들”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