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역사를 모티브로 한 작품은 처음이에요. 부담감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김성수 감독님을 만나고 그 부담감이 사라졌어요. 대신 작품이 가진 즐거움에 대해 생각하게 됐죠. 안 할 이유가 없더라고요.”
배우 박해준은 영화 ‘서울의 봄’을 통해 많은 걸 얻고 배웠다. 든든한 감독과 배우, 스태프 덕분이다. 지난 22일 개봉한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 작품. 28일까지 236만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 영화에 봄을 가져오고 있다.
박해준은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영화 초반부터 텐션이 올라가고 끝까지 유지가 되더라. 이런 영화는 보기 쉽지 않다”며 “사실 대본을 처음 봤을 땐 무거운 주제라 관객이 어렵게 느끼지 않을까 했다. 그런데 내가 영화 보는 수준이 높지 않아서 그런가 ‘내가 재밌게 본 거면 관객도 재밌게 보지 않을까’ 싶더라”며 웃었다.
박해준은 극중 전두광(황정민)과 하나회를 이끄는 제9보병사단장 노태건을 연기했다. 노태건은 노태우 전 대통령을 모티브 삼은 인물이다.
“노태건이 전두광을 마냥 따라가는 인물이 아니길 바랐어요. 이 작품이 급박한 상황들이 이어지는데 그 안에서 표현할 게 많을 것 같아서 도전하게 됐죠. 도전해보는 것만큼 배우한테 좋은 기회는 없잖아요.”
박해준은 “김성수 감독과 황정민을 처음 만났을 때 모든 고민이 싹 사라졌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김 감독과 ‘서울의 봄’을 통해 처음 호흡을 맞춰봤다는 그는 “감독님은 뭘 해야 하는지 명확히 이야기해주시는 분이다. 그런 감독님 만나기 힘든데 행운이었다. 현장 열기가 어마어마했다”고 말했다.
“제가 포기가 빠르고 집중력은 약해요. 그래서 절 끌고 가주는 사람이 좋더라고요. 좋은 디렉션을 주셔서 제가 한 것보다 훨씬 많은 효과를 볼 수 있었어요.(웃음) 감독님한테 잘 보이고 싶어서가 아니라 진짜 존경스러워요. 배우의 역량을 다 끌어내 주는 분이에요.”
전두광 역의 황정민은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4시간 가까이 민머리 분장을 했다. 이에 대해 박해준은 “정말 강렬했다. 가까이서 봐도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겠더라”며 감탄했다.
“선배랑 첫 촬영 땐 약간 긴장했어요. 그런데 갈수록 긴장도 풀리고 어떤 방향으로 연기해야 할지 정해지더라고요. 또 전두광과 노태건 둘의 장면도 좋지만, 배우들이 단체로 모여있는 신은 빛이 난다고 생각해요. 물 흐르듯 전체가 움직이기가 쉽지 않은데 각자의 몫을 하고 있더라고요. 훌륭한 배우와 감독이 만났을 때의 시너지는 엄청난 것 같아요. 이 사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도 신기했고요.”
박해준은 지난 9일 열렸던 언론시사회에 촬영 일정으로 불참했다. 이에 대해 그는 “원래 촬영이 없었던 날인데 중간에 바뀌는 바람에 참석을 못했다. 그래서 시사회 일주일 전에 기술 시사 때 미리 봤다”며 “처음 봤을 때는 숨 막히도록 재밌게 봤고 VIP 시사 때 봤을 땐 감동적으로 봤다”고 말했다.
또 “VIP 시사 때는 관객들 기운도 느껴지니 ‘영화 보는 맛이 이거구나’ 싶더라. 아내는 개봉 날 가서 봤는데 감동적이고 잘 만들어진 연극을 본 것 같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드라마 ‘미생’, ‘나의 아저씨’, ‘아스달 연대기’, ‘부부의 세계’, 영화 ‘독전’ 등 박해준은 연기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다. 박해준은 선악이 명확한 캐릭터를 선호하지 않는다며 “뻔한 것 같고 재미없어지더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작품 안에서 빈 곳을 채워 넣었을 때의 재미가 있어요. 그래서 캐릭터도 그런 것들로 선택하는 것 같아요. 앞으로 영화 ‘정가네 목장’, ‘야당’, 드라마 ‘머니게임’ 공개 예정이고 ‘폭싹 속았수다’는 촬영 중이에요.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