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프로농구 부산 BNK 썸이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다. ‘역대급 시즌’을 보내고 있는 진안의 여전한 존재감에 주춤하던 이소희·안혜지도 나란히 살아나기 시작했다. 김한별의 공백 속 플랜 B로 꺼내든 19세 박성진도 연착륙을 기대케 한 모습이다.
지난 시즌 창단 첫 챔피언 결정전까지 올랐던 BNK는 지난달 중순 이후 성적이 추락했다. 용인 삼성생명과 청주 KB 스타즈, 그리고 지난 시즌 최하위 팀인 부천 하나원큐에도 덜미를 잡혀 3연패에 빠졌다. 김한별이 지난 삼성생명전에서 부상을 당해 이탈한 데다 이소희와 안혜지의 부진까지 겹치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1라운드 전 경기 더블더블을 기록한 진안의 분투도 빛이 바랬다.
지난달 29일 홈에서 열린 삼성생명전은 그래서 의미가 컸다. 이날 BNK는 3쿼터까지 43-43으로 팽팽히 맞서다 4쿼터 중반 한때 5점 차까지 밀리며 패색이 짙어졌다. 연이은 턴오버가 나오면서 스스로 경기 흐름을 놓쳤다. 상대를 쫓아가야 할 때마다 서두르는 플레이로 자멸하던 패턴이 반복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51-56으로 뒤지던 4분 18초를 남겨두고 반격이 시작됐다. 진안의 패스를 받은 박성진이 골밑 득점을 성공시키면서 추격의 불씨를 지폈다. 이어 이소희가 골밑 돌파에 이은 레이업을, 진안이 점프슛을 각각 성공시키면서 57-58까지 추격했다. 종료 14초를 남기고 진안이 자유투 2개를 모두 놓치면서 벼랑 끝에 몰렸지만, 안혜지가 배혜윤의 공을 가로챈 뒤 속공 레이업을 성공시키면서 극적으로 승부를 뒤집었다. 종료 3.6초를 남긴 시점, BNK의 짜릿한 역전승과 3연패 탈출이라는 성과로 이어진 안혜지의 위닝샷이었다.
진안은 이날도 25득점·13리바운드의 맹활약을 펼쳤다. 개막 7경기에서 벌써 6번째 더블더블이다. 이번 시즌 그는 7경기 평균 20득점·11.7리바운드를 기록 중이다. 두 부분 모두 리그 전체 2위, 그야말로 역대급 시즌을 보내고 있다. 다만 이같은 활약에도 진안은 팀의 쓰라린 3연패를 지켜봐야만 했다. 진안의 부담을 덜어줄 다른 선수들의 부진 탓이었다.
이날은 달랐다. 동료들이 힘을 냈다. 가드 안혜지는 무려 11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내며 골밑에서 힘을 보탰다. 8득점에 6개의 어시스트도 더했다. 7개나 범한 턴오버는 경기 직전 결정적인 가로채기에 이은 위닝샷만으로 충분히 만회했다.
또 이소희는 최근 2경기 연속 이어지던 3점슛 침묵을 깨트렸다. 앞서 이소희는 KB전 7개, 하나원큐전 5개의 3점슛 시도가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이날은 경기 시작 1분 만에 그 흐름을 깨는 등 결정적인 순간마다 3개의 외곽포를 적중시켰다. 개인 한 시즌 최다인 19점으로 진안의 부담도 덜어줬다.
1m85㎝의 센터 박성진도 이날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박정은 BNK 감독은 한엄지의 부담을 덜기 위해 이날 박성진을 깜짝 스타팅으로 내세웠다. 박성진은 배혜윤을 단 5점으로 묶는 등 수비적으로 힘을 보탰고, 진안도 공격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지난 시즌 평균 3분 14초를 뛰었던 박성진은 이날만 개인 최다인 29분 35초 동안 코트를 누비며 4득점·4리바운드를 잡아냈다. 박정은 감독과 BNK엔 값진 소득이었다.
짜릿한 역전승으로 연패를 끊은 건 물론 수확도 많았던 경기였으니, BNK도 반등을 기대해볼 수 있게 됐다. 안혜지도 경기 후 방송 인터뷰를 통해 “서로서로 믿고 도우면서 하자고 했다. 오늘 고비를 넘겼다고 생각한다. 이제 더 잘할 것 같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