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의 영향력이 프랑스 파리를 집어삼킨 모양새다. 프랑스 리그1 파리 생제르맹(PSG)이 구단 최초로 ‘한글’로 마킹된 유니폼을 입고 원정 경기에 나설 전망이다.
PSG는 지난 1일(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르 아브르와의 경기에서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한글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 나선다”라고 발표했다. PSG는 오는 3일 오후 9시 스타 드 오세안에서 르 아브르와 2023~24시즌 리그1 14라운드를 벌인다.
공식 발표날, PSG 원정 유니폼에 이강인과 킬리안 음바페의 이름이 마킹된 유니폼이 선 공개되기도 했다. 말 그대로 최초의 일이다.
PSG가 ‘이강인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지난 10월 프랑스 매체 르 파리지엥은 “음바페와 이강인은 PSG 유니폼 판매 순위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매체는 “PSG 경기가 있는 날엔 수많은 이강인의 19번 유니폼을 확인할 수 있다”면서 “특히 온라인 주문의 대부분은 한국에서 들어온다. 이강인의 유니폼은 인터넷 판매 순위에서 독보적인 존재다”라고 짚었다. 이강인은 지난 7월 합류했는데, 단 3개월 만에 음파페와 어깨를 나란히 한 셈이다.
같은 날 구단 공식 홈페이지는 11월 ‘이달의 골’을 발표했는데 이 역시 주인공은 이강인이었다. 당초 구단이 선정한 이달의 골 후보는 이강인을 포함해 음바페·우스만 뎀벨레·비티냐 4명이었다. 이 중 이강인은 59%의 지지를 받아 이달의 골의 주인공이 됐다.
해당 골은 바로 지난달 4일 열린 몽펠리에와의 11라운드에서 터진 이강인의 데뷔골이다. 당시 왼쪽 윙어로 나선 이강인은 전반 10분 아치라프 하키미의 크로스를 침착하게 왼발로 잡은 뒤, 강력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상대 골키퍼가 다이빙조차 하지 못하는 완벽한 슈팅이었다. 득점 장면에서 음바페가 센스 있게 흘려준 장면 역시 일품이었다. 득점 후 이강인은 공을 흘려준 음바페와 포옹하며 환호했다. 한편 이 득점 장면은 이강인의 3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가 완성된 순간이기도 했다. 이강인은 지난 10월 AC밀란(이탈리아)과의 2023~24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 F조 3차전 교체 투입돼 3-0으로 만드는 쐐기 골이자 자신의 PSG 데뷔골을 넣었다. 이어 브레스트와의 경기에선 음바페의 골을 도우며 리그1 1호 어시스트를 올린 바 있다. 한편 이강인은 몽펠리에전 62분을 소화한 뒤 임무를 마쳤다. 팀은 3-0으로 이겼다.
당시 경기 뒤 이강인을 향한 찬사가 이어졌다. 루이스 엔리케 PSG 감독은 “이강인은 작지만, 공격·중원·수비·득점을 할 수 있다. 완벽한 선수다. 우리가 그와 계약했을 때, 그의 잠재력을 알고 있었다”라며 기뻐했다. 동시에 “그는 여전히 성장할 수 있고, 열심히 하고 있다”라고 평했다.
이어 “이강인은 최선을 다하고, 공을 뺏기지 않으며 탈압박에 능하다. 득점하고, 어시스트도 한다. 그는 경기에 대한 갈망이 있다. 이런 갈망은 성장에 중요한 요소”라고 반겼다. 영입을 주도한 인물도 밝혀졌다. 엔리케 감독은 “이강인은 스페인에서 활약할 때부터 알고 있던 선수다. (이강인 영입에는) 루이스 캄포스 단장의 역할이 컸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경기 뒤 프랑스 현지 매체 르 파리지엥은 이강인에게 평점 7.5를 줬다. 이는 이날 PSG 선수들 중 가장 높은 평점이다. 2개의 도움을 올린 하키미는 7점이었다. 프랑스 유력지 레퀴프는 이강인에 대해 “안전한 패스만 한 것이 아님에도 100% 성공률을 기록했다. 그를 팀에서 쉽게 빼긴 어려울 것”이라고 평했다.
한편 이강인은 몽펠리에전 이후 PSG에선 공격포인트를 추가하지 못했지만, 국가대표에서 날아올랐다. 무대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이었다. 이강인은 지난달 16일 싱가포르, 21일 중국과의 경기에서 모두 선발 출전해 1골 2도움을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특히 싱가포르전에선 1골 1도움을 기록해 팀의 5-0 대승을 이끌었다. 닷새 뒤 열린 중국전에선 전반 막바지 코너킥 공격으로 손흥민의 헤더를 돕는 등 여전한 킥 력을 선보였다.
싱가포르전을 마친 뒤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은 이강인의 활약에 대해 “그가 지난 6~8개월 동안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상당히 행복하다”라고 했고, ‘주장’ 손흥민은 “너무 재밌다. 축구선수로서 사람들에게 흥미를 주고, 즐거움을 주고 있다”라고 찬사를 보냈다. 이에 이강인은 “매 경기 훈련마다 더 좋은 선수가 되려고 하고 있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계속 훈련마다 더 좋은 선수가 되려고 한다”라는 겸손한 답변을 남기기도 했다.
한편 이강인의 영향력은 리그1 사무국이 집중 조명하기도 했다. 사무국은 지난달 30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PSG의 슈퍼스타는 이강인이다. 파리가 이강인에게 열광하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특히 앞서 언급된 ‘유니폼 판매량’에서 음바페와 뎀벨레보다 앞서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아시아 시장 역시 공략한 모양새다. 사무국은 “한국인 관광객들이 파르크 데 프랭스에 몰려들고 있다”고 조명했다. 끝으로 “이강인은 손흥민의 뒤를 따라가기 위해 모든 것을 갖춘 선수”라면서 “5~10년 안에 한국 최고의 선수가 될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실제로 이강인은 A매치 일정을 마친 뒤 리그 1경기서 쉬어갔으나, 곧바로 이어진 뉴캐슬과의 UCL 조별리그 5차전에서 선발 출격하며 주전 입지를 넓혀갔다.
이강인은 전반 초반 왼쪽으로 출전해 음바페와 날카로운 연계를 선보였지만, 선제골을 내준 뒤론 큰 영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대신 후반 오른쪽으로 이동한 뒤, 뎀벨레-하키미와 좋은 연계 플레이를 보여주며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PSG는 ‘빅 찬스 미스’를 반복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강인 역시 후반이 지날수록 트래핑이 길어지는 등 체력적 어려움을 보여줬다. 결국 그는 후반 37분 마르코 아센시오와 교체돼 임무를 마쳤다. PSG는 정규시간까지 뉴캐슬의 골문을 여는 데 실패했으나, 추가시간 뎀벨레가 페널티킥(PK)을 얻어냈다. 키커로나선 음바페가 강하게 차 넣으며 간신히 승점 1을 가져왔다. UCL ‘죽음의 조’ F조의 5차전 종료 기준 순위는 도르트문트(승점 10) PSG(승점 7) 뉴캐슬(승점 5) 밀란(승점 5) 순이다. 6차전은 1-2위, 3-4위팀 간 맞대결이다. PSG 입장에선 1위를 위해 반드시 이겨야 한다. 무승부를 거둘 시, 뉴캐슬과 밀란의 경기 결과에 따라 3위까지 추락할 수도 있다.
당시 현지 매체의 평가는 혹평뿐이었다. 프랑스 매체 르 파리지엥은 선발로 나선 PSG 선수단에 3점~5.5점만을 부여했다. 이강인은 4점으로, 하키미·밀란 슈크리니아르·다닐루 페레이라·마누엘 우가르테와 같은 평점을 받았다. 최저인 3점을 받은 건 잔루이지 돈나룸마·파비안 루이스·랑달 콜로 무아니였다. 가장 높은 5.5점을 받은 건 뤼카 에르난데스와 음바페, 뎀벨레였다.
극적인 무승부를 이끈 음바페는 경기 뒤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매우 실망스럽다. UCL 경기에서는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면서 “우리가 이겨야 할 경기였지만, 축구에선 더 잘했음에도 승리하지 못할 때도 있다. 오늘 밤처럼 말이다”고 말했다. 이어 “도르트문트에서는, 우리가 조 1위를 원하기 때문에 반드시 이겨야 한다”라고 전했다.
현지 반응 역시 싸늘했다. 엔리케 감독이 경기 뒤 “내 생각에 우리는 승리할 자격이 있었다. 우리는 매우 경쟁력 있는 경기를 했고, 뉴캐슬보다 나았다. 결과는 그렇지 않았지만, 이것이 축구다”라고 했다. 이에 현장에선 ‘PSG가 카타르 자본 인수 이후 단 한 차례도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적이 없다. 이 사실을 두렵지 않은지’라고 물었다. 이에 엔리케 감독은 “그에 대해 할 말이 없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한편 축구 통계 매체 폿몹에 따르면 이강인은 패스 성공률 93%(66회 성공/71회 시도) 공격 지역 패스 8회·태클 성공 2회·가로채기 2회·리커버리 7회·지상 볼 경합 성공 4회 등을 기록했다. 평점은 7.3. 선발 출전한 PSG 선수 중 4번째로 높은 평점이었다. 가장 높은 평점을 기록한 건 극적인 PK골에 성공한 음바페의 8.5점이었다. 반면 소파스코어는 이강인에게 7.5점을 줬다. 이는 팀 내에서 3번째로 높은 평점이었다.
다만 PSG 이강인의 공격 포인트는 지난달 몽펠리에전 이후 멈췄다. 그는 다가오는 르 아브르전에서 시즌 4번째 공격 포인트를 정조준한다.
김우중 기자 ujkim50@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