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윙스, 빅나티. (사진=IS포토) 지난 2013년, 대중음악계를 뜨겁게 달궜던 이른바 ‘컨트롤 비트 대란’. 그 중심에는 커리어의 주요 국면마다 디스전으로 독보적인 서사를 구축해온 래퍼 스윙스가 있었습니다. 당시 그는 판을 뒤흔드는 날카로운 ‘저격수’로서 한국 힙합의 ‘디스’를 하나의 장르로 승화시켰습니다.
그로부터 13년이 지난 지금, 백전노장이 된 스윙스는 이제 저격수가 아닌 수비수의 입장에서 다시 한번 디스전의 한복판에 섰습니다. 이번 공세의 주역은 래퍼 빅나티였습니다. 그는 2026년 4월 9일 발매된 하이어뮤직 컴필레이션 앨범 ‘퍼플 테이프’에서 스윙스를 겨냥한 가사를 공개하며 포문을 열었습니다. 이어 일주일 후, 빅나티는 유튜브를 통해 2013년의 스윙스가 이름을 날린 ‘컨트롤 비트’를 다시 소환하여 ‘인더스트리 노우스’라는 제목의 수위 높은 디스곡을 공개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습니다. 스윙스는 맞디스곡을 발표하는 전면전 대신 해명으로 대응하며 장외 설전을 이어갔습니다.
이번 디스전은 과거의 전형적인 양상과는 확연히 다른 흐름을 보입니다. 누가 누구를 배신했는지, 누가 더 랩을 잘하는지, 누가 더 돈이 많은지 등의 전통적인 디스의 주제가 아닌, ‘저작인접권’, 음악업계에서 흔히 말하는 마스터권 매각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 빅나티와 스윙스의 평행선
주목할 점은 비판을 제기한 빅나티의 위치입니다. 그가 스윙스 산하 레이블에서 활동한 경력이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 볼 때 이번 문제의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빅나티는 스윙스가 소속 아티스트들이 발매한 음원의 마스터권을 동의 없이 매각해 파산을 막고 포르셰를 구매했다고 주장하며, ’평생 나눠준다고 했으면서 헐값에 IP를 팔아 몇 푼 쥐어주고 땡’이라는 강도 높은 가사로 비판의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습니다.
이에 대해 스윙스는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통해 아티스트와 회사의 계약이 종료되면 회사가 수익을 독점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자신은 계약 종료 이후에도 아티스트에게 수익을 계속 정산하며 회사를 운영해 왔다고 반박했습니다. 이어 그는 캐시카우 역할을 해왔던 주요 아티스트들의 계약 만료 시기가 겹치며 발생한 경영상 공백을 메우고자 카카오로부터 약 120억 원의 선급금을 받아 30~40명의 아티스트와 계약해 음원을 발매했지만, 선급금 계약 조건에 따라 회사로 유입되는 음원 수익은 매달 선급금 상환에 우선적으로 투입되었고 프로젝트의 부진과 시장 침체가 맞물리며 회사의 자금 사정은 급격히 경색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로 인해 소속 아티스트들에게 정산금을 적기에 지급하지 못하거나, 자칫 기존에 보유했던 음원 권리 자체가 채권자인 카카오 측으로 귀속될 수 있는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뮤직카우 등과 약 1년 반 동안 협상해 음원 카탈로그 일부를 약 140억 원 규모로 매각했고, 그 중 90억~100억 원 정도를 아티스트들에게 지급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일부 아티스트는 고마워했고, 처음에는 반대하다가 나중에는 집을 사겠다고 좋아한 사람도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렇듯 동일한 사건을 바라보는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립니다. 한쪽은 ‘권리를 동의 없이 팔아치웠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쪽은 ‘수익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결국 빅나티의 폭로로 수면 위로 드러난 이러한 첨예한 시각차는, 이후 이어진 사건의 직접 당사자 두 사람이 내놓은 상반된 반응을 통해 더욱 선명하게 대조를 이룹니다.
◇ 잃고 싶지 않은 ‘결과물’ vs 당연하지 않은 ‘권리’
과거 오랜 기간 스윙스의 레이블 ‘저스트뮤직’에 몸담으며 스윙스와 두터운 친분을 자랑했던 기리보이는 입장문을 통해 저작인접권 매각 당시의 상황을 회상했습니다. 그는 두 차례에 걸친 매각 논의 과정에서 자신이 일군 결과물들을 처분하고 싶지 않아 법률 자문까지 구했으나, 결국 회사의 불가피한 상황을 이해해 매각에 동의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기리보이는 매각에 동의했던 당시 스윙스에 대해 미운 감정을 가졌음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그는 매각 대금을 받고 만족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자신은 그렇지 않다며 “쌓아온 곡들이 소중하기에, 다시 그때로 돌아가 팔지 않을 방법이 있다면 결코 팔지 않았을 것”이라고 복잡한 소회를 전했습니다.
반면 현재 스윙스의 레이블 ‘인디고뮤직’ 소속인 노엘은 상반된 견해를 내놓았습니다. 그는 연예인 표준계약서를 기준으로 볼 때, 계약 종료 이후에도 아티스트에게 수익 정산을 지속하는 스윙스의 방식은 결코 당연한 권리가 아닌 ‘굉장히 특이한 케이스’라며 이에 대한 고마움을 표했습니다. 동시에 그는 회사 생활을 하며 누구나 사소한 불만은 가질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도, 이번 논란을 자극적으로 소비하려는 이들을 향해 ‘시간이 지나면 기억조차 못 할 싸구려 도파민이나 채우려는 분들’이라는 날 선 표현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 사안은 과거 차세정·심규선과 파스텔뮤직 간의 분쟁, 그리고 10CM·선우정아와 마운드미디어 계열을 둘러싸고 벌어진 논란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즉, 회사가 보유한 음원 권리와 아티스트의 실연 및 창작 기여도 사이의 간극, 그리고 계약 종료 후 권리의 귀속 주체와 양도 범위를 두고 반복되어 온 음악 산업의 고질적인 갈등이 다시금 수면 위로 드러난 최신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 과연 그 노래의 미래는 누구의 것인가
회사 입장에서는 장부상 자산을 처분한 것입니다. 제작비를 전액 부담하고 유통과 마케팅 리스크를 감수한 만큼, 그 권리는 회사의 정당한 자산이라는 논리입니다. 그러나 아티스트 입장에서는 ‘그 노래는 내 네임밸류를 기반으로 내 목소리, 내 창작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왜 그 장기 수익은 회사가 계속 가져가는가’라는 물음을 제기합니다.
이러한 입장 차이가 평행선을 달리는 이유는 음악 상품만이 가진 독특한 생애주기 때문입니다. 음악은 한 번 발매되지만 수익은 영구히 남으며, 그 긴 수익의 꼬리는 필연적으로 권리 다툼을 유발합니다. 음악 산업의 분쟁은 늘 당장의 감정으로 시작되지만, 결국 과거의 계약서와 미래의 현금흐름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로 귀결됩니다. 계약 종료 후나 레이블을 떠난 뒤에도, 심지어 제3자인 후배 래퍼의 디스곡 속에서까지 이 문제가 끊임없이 소환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결국 질문은 하나로 남습니다.
‘그 노래의 미래는 누구의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회사와 아티스트의 시각차가 좁혀지지 않는 한, 같은 논란은 이름과 장르를 바꿔가며 때로는 디스곡의 가사 속으로 숨어든 채 반복될 것입니다.
김지욱 ㈜메이저세븐이엔엠 대표 ▶ 저자소개=서강대학교 언론대학원 석사. 현재 (주)메이저세븐이엔엠의 대표로 음악 저작권과 콘텐츠 현장에서의 음악 저작권 관련 업무 및 자문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JTBC ‘싱어게인’, 넷플릭스 ‘은중과 상연’, tvN ‘태풍상사’, ‘폭군의 셰프’, SBS ‘우리들의 발라드’, Mnet ‘보이즈플래닛’ 등 다수 프로그램 및 콘텐츠의 음악 저작권 관리 업무를 맡아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