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 영웅이 떠난 날, 키움 히어로즈엔 새로운 영웅이 등장했다. 1군 데뷔전에서 159km의 강속구를 던지며 무실점 호투를 한 박준현(19)이었다.
박준현은 2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6 신한은행 SOL 뱅크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 경기에 선발 등판, 5이닝 동안 95개의 공을 던져 4피안타 4볼넷 4탈삼진 무실점했다. 이날 박준현은 최고 158.7km/h의 공을 던지며 삼성 타선을 압도했다. 올 시즌 안우진(키움·160.3km)에 이어 KBO리그 투수 중 두 번째로 빠른 공이었다. 데뷔 첫 경기 만에 최고 2위 기록을 세웠다.
박준현은 2026시즌 1라운드 전체 1순위 신인이다. 북일고 시절 이미 150km대 후반의 강속구를 던지며 주목을 받은 그는 프로에서도 그 진가를 이어가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시범경기 때 제구가 크게 흔들리며 2군에서 시즌을 시작했지만, 곧 투구폼 수정을 거쳐 안정을 찾은 뒤 성공적인 1군 데뷔전까지 치렀다.
박준현은 박석민 현 삼성 퓨처스(2군) 타격코치의 아들이다. 1697경기에서 269홈런을 때려낸 아버지의 힘과 재능을 물려받은 그는 남다른 노력으로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으며 프로 무대에 입성했다. 이날 박준현은 박석민 코치의 옛 응원가(원곡:카쿠타 노부아키-よっしゃあ漢唄)를 등장곡으로 삼고 마운드에 올라 호투했다.
17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린 2026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키움 히어로즈에 1라운드 1순위 지명을 받은 천안북일고 오른손 투수 박준현이 소감을 말하고 있다. 왼쪽은 아버지 박석민 전 두산 베어스 코치. 사진=연합뉴스
첫 1군 무대에 서는 아들에게 아버지는 어떤 조언을 해줬을까. 경기 후 만난 박준현은 "아버지에게 맞더라도 자신 있게 던지라"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날 그는 크고 작은 위기를 여러번 맞았지만, 아버지의 조언과 함께 선배 투수 안우진, 포수 김건희의 "자신 있게 '네 공'을 던지라"는 말에 힘을 얻고 무실점 호투를 펼칠 수 있었다.
경기 직전엔 잊지 못할 경험을 하기도 했다. 이날 은퇴식을 가진 박병호 코치에게 직접 공을 건네 받으며 조언까지 들었다. 이날 박병호는 은퇴 선수 특별 엔트리로 경기에 출전, 경기 개시 선언과 함께 교체됐다. 교체되기 직전 박 코치는 박준현에게 직접 공을 건네면서 "신경 쓰지 말고 네가 할 것만 하고 2군에서 했던 것처럼 하라"고 조언했다고.
26일 경기 전 선발투수 박준현에게 공을 건네는 박병호(오른쪽). 키움 제공
박준현은 "2군 마지막 등판 때 코치님이 1군 선발 등판 일정을 미리 알려주셨다. 듣고 나서 긴장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영광스러운 자리인 만큼 오늘을 위해서 잘 준비했던 것 같다"라고 돌아봤다. 잊지 못할 두 전설의 조언에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른 박준현이었다.
신인의 호투에 설종진 키움 감독 역시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설 감독은 "박준현은 데뷔전임에도 씩씩하게 자신의 공을 던졌다. 데뷔전 선발승을 축하한다. 앞으로 더 기대된다"라고 전했다. 박준현의 선발 로테이션 합류도 기대가 되는 대목이다. 박준현 역시 "(선발 로테이션에) 욕심은 있다. 오늘 나쁘지 않게 던졌으니까 한 번 더 기회를 받으면 좋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