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맨’ 이준 화제의 그 챌린지(사진=유튜브 캡처) 최근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흥미로운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스포츠와 음악의 결합이 단순히 선수들의 등장곡이나 응원가를 부르는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스포츠 현장의 특정 장면이 숏폼을 통해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처럼 소비되는가 하면, 반대로 대중음악 콘텐츠가 스포츠 현장과 결합해 새로운 팬덤의 내러티브를 구축하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4년의 ‘삐끼삐끼’ 열풍입니다. 당시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의 이주은 치어리더가 응원석에서 화장을 고치다가, ‘삐끼삐끼 아웃송’이 나오자마자 자연스럽게 일어나 춤을 추는 직캠 영상이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았습니다. 무심한 듯한 동작과 음악의 묘한 중독성이 결합된 이 영상은 조회 수 1억 뷰와 SNS 팔로워 100만 명 돌파라는 진기록으로 이어졌습니다.
올해 화제가 된 ‘캐치캐치’는 결이 조금 다릅니다. 웹예능 ‘워크맨’에서 가수 겸 배우 이준이 민소매 의상을 입고 근육질 치어리더로 변신해, 실제 치어리더들과 함께 가수 최예나의 ‘캐치캐치’ 하이라이트 안무를 선보인 현장 직캠이 시초였습니다. 이후 이 영상은 곳곳에서 패러디되며 밈(Meme)으로 번졌고, 관련 유튜브 쇼츠 누적 조회 수는 1000만 뷰를 돌파하며 ‘모든 아이돌을 압도한 전설의 챌린지’라는 반응까지 얻었습니다.
◇ 스포츠에서 엔터로, 엔터에서 스포츠로
두 사례는 같은 성공 공식 위에 놓여 있는 듯 보이지만, 그 흐름의 방향은 다릅니다. 구단 측에 따르면 ‘삐끼삐끼 아웃송’은 원곡 리믹스 버전이 틱톡과 유튜브에 등장한 2021년부터 주목받기 시작했고, 이후 2022년 치어리더팀의 아이디어로 중독성 강한 안무가 더해지며 KIA 타이거즈의 대표 응원가로 채택됐습니다. 즉, 경기장 특유의 퍼포먼스가 팬들의 직캠과 숏폼 알고리즘을 타고 확산되며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처럼 소비된, ‘스포츠에서 엔터로’ 향한 사례입니다.
반면 ‘캐치캐치’는 대중음악 콘텐츠가 스포츠 시장을 거쳐 다시 엔터테인먼트 시장으로 연착륙한 사례에 가깝습니다. 가수 최예나는 2026년 3월 ‘캐치캐치’가 수록된 음반 발매 기자간담회에서 “(야구공을) 잡을 때마다 내 곡을 듣고 힘을 내셨으면 좋겠다”며 WBC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했습니다. 이어 같은 달 27일 KBS2 ‘뮤직뱅크’ 무대에서는 유니폼을 리폼한 의상과 공을 던지는 듯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야구 시즌을 겨냥한 곡의 의도를 명확히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삐끼삐끼’가 스포츠에서 엔터로 이동했다면, ‘캐치캐치’는 엔터에서 스포츠를 거쳐 다시 엔터로 돌아온 것입니다. 방향은 다르지만 본질은 같습니다. 음악이 현장의 장면을 만들고, 그 장면이 팬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며, 이 참여가 다시 플랫폼과 브랜드가 활용할 수 있는 거대한 서사로 확장되는 구조입니다.
◇ 스포츠 내러티브 3.0: 데이터로 설명되지 않는 감정의 영역
오늘날 스포츠는 AI와 빅데이터로 경기의 흐름을 읽고 선수의 기록을 분석하며, 승패의 확률까지 정교하게 예측하는 기술 중심의 산업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스포츠에는 여전히 첨단 기술로도 완전히 설명할 수 없는 영역, 곧 예측을 넘어서는 반전과 계산할 수 없는 감정, 그리고 사람이 움직이며 만들어내는 고유한 서사가 있습니다. 결국 결과가 아닌 과정, 기록이 아닌 이야기, 정보가 아닌 감동이 팬들을 움직입니다.
경기장의 웅장한 등장곡이 울리는 순간, 팬들은 선수의 등장을 몸으로 먼저 감지합니다. 응원가의 첫 소절이 시작되면 관중석은 하나의 목소리로 연대합니다. 음악이 특정 선수의 등장과 결합하고 팬들의 합창 속에서 반복되면서, 어느새 선수의 정체성과 커리어는 물론 팬들의 기억 일부, 곧 ‘우리의 서사’로 자리하게 되는 것입니다.
‘삐끼삐끼 아웃송’ 특유의 비트가 귓가에 흐르면 사람들은 조건반사적으로 그 동작과 KIA 타이거즈를 떠올립니다. 그것은 춤을 보지 않아도 음악이 먼저 장면을 소환하고, 장면을 보지 않아도 리듬이 먼저 기억을 불러내기 때문입니다. 이제 팬들은 같은 음악에 같은 동작을 따라 하고, 같은 장면을 변주하며 스포츠의 이야기를 다시 만들어냅니다.
‘스포츠 내러티브 3.0’. 경기 결과와 기록 중심의 서사를 넘어 음악과 숏폼, 팬의 참여와 알고리즘이 함께 만들어내는 새로운 시대가 열리면서, 과연 스포츠의 본질적 가치인 감정과 이야기를 어떻게 발견하고 확산시켜 마케팅 자산으로 연결할 것인가 하는 새로운 과제가 대두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저작권은 더 이상 경기장 밖의 문제가 아니라, 팬들이 함께 부르고 따라 하며 재창조하는 바로 그 순간부터 적용되는 현실의 질서가 됩니다. 콘텐츠가 광고와 스폰서십, 구단 브랜딩과 플랫폼 유통으로 확장될 때, 음악은 감정의 장치이자 동시에 정당하게 보호받아야 할 권리의 대상이 됩니다.
◇ 지속 가능한 스포츠 마케팅을 위한 저작권
스포츠와 저작권은 종종 충돌해왔습니다. 팬들이 아무리 ‘우리의 노래’라고 느낄지라도, 저작권법상 그 노래는 여전히 창작자에게 귀속되기 때문입니다. 오랫동안 불렀다는 사실이 이용 허락을 대신하거나 권리의 귀속을 바꾸지는 못합니다.
허구연 KBO 총재는 ‘2026 스포츠 마케팅 써밋 아카데미’(SMSA)에서 지난 2024년 뉴미디어 중계권 계약 당시, 야구 관련 숏폼 영상을 모든 팬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독점권을 과감히 푼 조건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규제를 풀자 영상 콘텐츠가 무수히 재창조되었고, 이는 곧 젊은 층과 여성 팬덤의 폭발적인 유입이라는 거대한 마케팅 자산으로 되돌아왔습니다.
그러나 팬들이 콘텐츠를 즐기고 소비할 수 있다는 것과 아무런 권리 검토 없이 누구나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하나의 콘텐츠 안에는 음악의 저작권과 음원의 저작인접권은 물론, 경우에 따라 안무의 창작성 문제까지 얽혀 있습니다. 영상 역시 촬영자와 플랫폼, 구단과 방송권자의 권리뿐만 아니라 출연자의 초상권과 실연권이 복잡하게 맞물려 있습니다. 여기에 광고와 스폰서십이 결합하는 순간, 순수한 팬 콘텐츠는 곧바로 상업적 이용의 영역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따라서 음원의 권리관계를 합법적으로 해결하고 팬들이 어디까지 재사용할 수 있는지, 숏폼 이용 범위와 광고 활용 가능성을 정리한 구단과 브랜드만이 알고리즘의 파도를 안정적으로 탈 수 있습니다. 어떤 음악을 사용할 수 있는지, 어디까지 편곡할 수 있는지, 그리고 스폰서십 연계 방식에 대한 권리 구조가 불명확하다면, 아무리 좋은 장면이 탄생해도 지속 가능한 마케팅 자산으로 키워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스포츠 콘텐츠가 경기장 밖으로 멀리 확산할수록 권리의 경계는 오히려 더 명확해져야 합니다. 그래야 팬들은 안심하고 즐길 수 있고 브랜드는 안정적으로 참여하며, 창작자와 권리자 또한 정당한 존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가 서로의 언어를 공유하여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가는 ‘스포츠 내러티브 3.0 시대’, 팬들이 함께 부르고 따라하며 재창조하는 바로 그 순간부터 ‘저작권’은 이미 경기장 위에서 선수들과 함께 뛰고 있습니다.
김지욱 ㈜메이저세븐이엔엠 대표
▶ 저자소개=서강대학교 언론대학원 석사. 현재 (주)메이저세븐이엔엠의 대표로 음악 저작권과 콘텐츠 현장에서의 음악 저작권 관련 업무 및 자문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JTBC ‘싱어게인’, 넷플릭스 ‘은중과 상연’, tvN ‘태풍상사’, ‘폭군의 셰프’, SBS ‘우리들의 발라드’, Mnet ‘보이즈플래닛’ 등 다수 프로그램 및 콘텐츠의 음악 저작권 관리 업무를 맡아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