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쉽엔터테인먼트 김효정 본부장이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진행된 일간스포츠와의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서병수 기자 qudtn@edaily.co.kr /2026.05.08/
“자체 콘텐츠는 이제 K팝 IP(지적 재산권)의 핵심이자 필수 생애주기가 됐죠.”
김효정 스타쉽엔터테인먼트(이하 스타쉽) 예능 콘텐츠 제작 본부장은 현재 K팝 아이돌의 자체 콘텐츠(이하 자컨)가 가진 산업적 위상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김 본부장은 최근 서울 강남구에서 일간스포츠를 만나 “자컨이 예전에는 아이돌의 부가 서비스나 징검다리 수준에 불과했다면, 이제는 앨범만큼 강력한 비즈니스 코어”라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K를 플레이하라!’라는 주제로 일간스포츠와 이코노미스트가 공동 주최하는 제4회 K포럼(Korea Forum 2026)에 참석한다. 오는 7월 9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리는 K포럼은 K콘텐츠 및 브랜드 현장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자리다.
김 본부장은 ‘K팝의 팬심 소구 방식: 크래비티가 말하는 자컨의 모든 것’ 세션에 나선다. 그는 이 자리에서 글로벌 팬덤을 움직이는 자컨의 흥행 공식과 록인(Lock-in) 효과, 그리고 향후 플랫폼 대전환에 따른 미래 시나리오를 짚어볼 예정이다.
김 본부장은 Mnet, JTBC 등에서 제작한 아이돌 예능 작가 출신으로, 몬스타엑스의 ‘몬먹어도 고’, 아이브의 ‘1.2.3 IVE’, 아이브 멤버 레이의 ‘따라해볼레이’, 크래비티의 ‘비티파크’ 등 수많은 아이돌 자컨을 히트시킨 약 20년 차 베테랑 작가다. 그는 NC소프트의 글로벌 아이돌 플랫폼에서 예능 콘텐츠 총괄을 거쳐 현재 스타쉽의 자체 예능 제작 시스템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자컨이라는 장르의 태동기부터 현재까지 전 과정을 겪어온 만큼, 그가 체감하는 시장의 변화 속도는 남달랐다.
스타쉽엔터테인먼트 김효정 본부장이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진행된 일간스포츠와의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서병수 기자 qudtn@edaily.co.kr /2026.05.08/
“제가 처음 아이돌 콘텐츠를 시작할 때는 자컨이란 개념 자체가 거의 없었어요. 약 10년 전 몇몇 방송사가 콘텐츠를 만들며 게스트로 아이돌을 출연시켰죠. 그때 회차별 반응이 크게 터지면서 ‘아이돌 전문 예능’이라는 시장의 가능성이 열렸어요. 과거에는 지상파나 방송사 프로그램을 하려면 채널 편성을 받아야 하거나 막대한 자본, 전문 인력이 필수였죠. 반면 유튜브라는 플랫폼이 대세가 되면서 기획사가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기획·공급할 수 있는 가볍고 자유로운 생태계가 열린 겁니다.”
지난 10년간 자컨의 성격도 변했다. 김 본부장은 “과거와 달리 아이돌이 팬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하면서 트렌드가 많이 변했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에는 오히려 15~20년 전 유행한 리얼리티 스타일을 원해요. 지금 세대 눈에는 그게 오히려 신선하게 보이거든요. 팬들은 정제되지 않은 아이돌의 진짜 모습을 보고 싶어 하죠. 큰 포맷 안에서 ‘네, 여러분 안녕하세요!’라고 각 잡고 진행하는 방식은 이미 너무 많이 봤어요. 이제는 아침에 부스스하게 일어나 인사하고, 자연스럽게 누워서 휴대폰을 만지는 모습을 관찰 카메라처럼 들여다보길 원하죠.”
김 본부장이 말하는 자컨의 성공 공식은 고도의 연출 설계와 아이돌의 실제 성향이 맞물리는 ‘50 대 50의 법칙’이다. 아이돌의 실제 성격에서 50%를 끌어오고, 그 모습이 자연스럽게 발현될 수 있도록 제작진이 장치와 도구를 50% 채워 넣어 150%의 시너지를 내는 방식이다. 이러한 성공 사례 중 하나가 ‘비티파크’다. ‘비티파크’는 크래비티가 데뷔한 2020년부터 꾸준히 공개된 장수 자컨으로, 멤버들의 예능감과 케미를 중심으로 팬덤에서 ‘입덕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이를 기획한 김 본부장은 비티파크가 흥행한 비결에 대해 “‘아카이빙(Archiving)을 뜻을 통한 ‘성장 서사’와 ‘명확한 캐릭터성’ 덕”이라며 “중간에 유입된 팬이든 초창기 팬이든 유튜브에 시즌1부터 다 남아 있기 때문에 멤버들이 서로 어색했던 시절부터 진짜 친해지는 과정을 모두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타쉽엔터테인먼트 김효정 본부장이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진행된 일간스포츠와의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서병수 기자 qudtn@edaily.co.kr /2026.05.08/
“지난 시즌에는 전 시즌 회차의 콘텐츠를 그대로 오마주해 리마인드 촬영을 했는데, 멤버들 스스로도 ‘데뷔 때는 얼어서 이런 것도 못 했는데 지금은 능글맞게 잘한다’며 격세지감 토크를 하더라고요. 팬들은 자컨을 통해 최애 아이돌과 함께 나이 먹고 성장하는 감각을 즐깁니다. 크래비티의 강점은 각자의 예능 캐릭터가 명확하다는 점이에요. 그리고 서로 그 멘트를 받아칠 줄 압니다. 팬들을 포함한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예상 가능한 익숙함을 주는데, 이게 대중에게 편안하게 다가가는 좋은 요소죠. 팬들은 크래비티 자컨을 보면서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을 보듯 티키타카의 여유와 편안함을 느낍니다.”
‘비티파크’를 향한 글로벌 팬덤의 반응도 뜨겁다. 이에 대해 김 본부장은 “플랫폼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유튜브라는 글로벌 플랫폼은 접근성이 좋고 자막·번역 서비스 활용이 자유롭다”며 “더구나 요즘 기획사들은 철저히 글로벌 팬덤을 타깃으로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요즘은 해외 팬들도 국내 팬들의 성향을 닮아가고 있어요. 아직 덜 알려진 신인 그룹에 붙어 ‘우리가 키운다’는 마인드를 가지기도 합니다. 이를 통해 한국 특유의 끈끈한 팬덤 문화에 함께 참여하는 거죠.”
현재 K팝 산업에서 자컨의 비중에 대해 김 본부장은 “앨범과 비교해 50대 50이다. 부가 서비스 수준이 아니라 완벽한 본업이자 필수 항목”이라며 “요즘 팬들은 활동이 끝나면 자컨이 공개되기를, 자컨이 휴지기이면 컴백을 하기를 원한다. 즉, 앨범 활동의 공백기 동안 지속적으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서 자컨을 바라는 것이며, 이는 이제 아이돌의 루틴이 됐다”고 말했다.
이같이 자컨의 중요성을 일찍이 인식한 스타쉽은 예능 콘텐츠 본부 ‘쉽도 바이 스타쉽’을 통해 K팝 기획사 중 선도적으로 인하우스 예능 제작 시스템을 구축했다. 타 기획사들이 영상팀 중심의 비하인드·다큐 위주 제작에 머무르는 것과 달리, 스타쉽은 독립된 제작 조직과 체계적인 시스템을 기반으로 자체 예능 콘텐츠를 전문적으로 제작·운영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스타쉽은 자컨의 가치를 인정하고 전폭적으로 투자해 인하우스 스튜디오를 안정적으로 구축하고 있다”며 스타쉽의 경쟁력을 전했다.
스타쉽엔터테인먼트 김효정 본부장이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진행된 일간스포츠와의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서병수 기자 qudtn@edaily.co.kr /2026.05.08/
김 본부장은 향후 자컨의 진화에 대해 “플랫폼과 카테고리의 대전환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넥스트 시나리오는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숏폼 플랫폼의 롱폼 확장이에요. 일부 글로벌 플랫폼이 한계를 넘어 롱폼을 완전히 소화하는 순간, 자컨 시장은 이동하거나 확장될 가능성이 큽니다. 두 번째는 자컨 전용 큐레이션 플랫폼입니다. 영화나 웹툰처럼 ‘아이돌 자컨’ 카테고리가 독립되고, 소속사 경계를 넘은 일간·주간 랭킹 시스템이 생기는 구조죠.”
이어 “특정 아이돌 팬이 아니어도 ‘자컨 맛집’을 찾아다니는 시청층이 두텁다. 전용 플랫폼과 랭킹 시스템이 결합되면 자컨은 독립 산업군으로 크게 성장할 것”이라며 “특히 글로벌 팬들은 자컨을 통해 한국어와 문화를 자연스럽게 접한다. 결국 자컨은 한국의 이미지를 스며들게 하는 대중 문화예술 그 자체”라고 짚었다.
“포럼에 참여하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K콘텐츠’라는 큰 흐름 안에서 어떻게 ‘K를 플레이’하고 있는지 직접 보고 배우고 싶습니다. 자컨이 이제 하나의 독립적인 산업이자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은 만큼, 그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협업과 확장이 가능할지도 고민해 보고 싶어요. 그런 흐름 속에서 자컨의 위상이 높아진 만큼, 콘텐츠를 만들 때 더 큰 책임감과 신중함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