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희석 서울 삼성 감독이 상승세인 창원 LG와의 경기를 앞두고 “수비 싸움에서 밀릴 생각 없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은 감독은 LG를 제어하기 위해 선수들의 강한 압박을 내세울 것이라 목소리를 높였다.
삼성과 LG는 5일 오후 7시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2023~24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 경기에서 격돌한다. 2라운드에 맞이한 시즌 두 번째 맞대결이다. 앞선 만남에선 LG가 잠실실내체육관에서 90-69로 크게 승리한 바 있다.
경기를 앞둔 두 팀의 기세는 엇갈린다. 삼성은 최근 4연패에 이어, 원정 21연패라는 불명예 기록을 쌓고 홈으로 돌아왔다. ‘봄 농구’를 외친 삼성이지만, 2라운드에서 거둔 승수는 여전히 1승뿐이다. 최하위 대구 한국공사에 단 0.5경기 차 앞선 9위다.
반면 LG는 상승세다. 11월 연승은 ‘4’에서 멈췄지만, 이내 원정 2연승으로 2위를 수성했다. 특히 까다로운 상대인 서울 SK, 원주 DB를 차례로 격파했다. 특히 뛰어난 수비에서 파생되는 안정적인 경기력이 인상적이다. 선 수비, 빠른 트랜지션으로 SK와 DB를 격파한 것이 그 예다.
한편 경기 전 취재진과 마주한 은희석 감독은 상승세인 LG에 대해 “오늘도 강한 압박이 예상된다. 하지만 우리가 힘겨루기, 수비 싸움에서 밀릴 생각이 전혀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은 감독은 이어 “선수들도 모두 역할을 인지히고 있다. 우리도 백코트에서부터 거칠게, 강하게 압박해 응수해 주길 바란다. 그런 분위기가 나와야 LG를 제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은 올 시즌 골밑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코피 코번과 아셈 마레이의 맞대결로도 주목받는다. 두 선수 모두 뛰어난 피지컬을 바탕으로 골밑을 지배하는 유형의 센터다. 다만 코번은 최근 감기 증세로 출전 시간이 줄었는데, 은희석 감독은 “감기 증세는 사라졌다. 첫 경기에서 마레이와 신경전이 있었는데, 오늘은 자신의 장점을 보여주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팀 내 베테랑이자, 데뷔 때부터 지켜본 이정현에 대해선 박수를 보냈다. 은희석 감독은 “룸메이트로 같이 시작했는데, 그의 데뷔 날짜가 적혀 있던 게 기억이 난다. 감회가 새롭다”라고 놀란 뒤 “이정현만의 좋은 루틴이 있는 것 같다. 스트레칭, 보강 운동을 허투루 하지 않는다. 선천적으로 ‘강골’인 것 같기도 하다. 정말 대단한 위업을 이뤘다”라고 말했다. 이정현은 이날 경기 전까지 정규리그 599경기를 출전했는데, 모두 연속 경기 출전이다. 뛰어난 자기 관리, 몸 관리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은 감독이 그를 선발로 내세우면서, 이정현의 정규리그 600경기 연속 출전이라는 대기록이 세워졌다.
이에 맞선 조상현 LG 감독은 최근 상승세에 대해 “선수단 전체가 너무 수비를 잘해주고 있다”라고 웃은 뒤 “고참인 이관희·이재도·정희재 선수, 마레이 선수는 말할 것도 없다. 이런 분위기가 어린 선수들 역시 의지를 갖고 열심히 뛰어주는 것 같다. SK전, DB전 수비에서의 에너지를 잘 살려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라고 박수를 보냈다.
이날 상대인 삼성에 대해선 ‘까다로운 상대’라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조상현 감독은 “삼성은 분명 까다로운 상대다. 선수들한테는 일단 ‘하던 대로’ 하자고 얘기했다. SK전, DB전과 같은 경기력을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LG는 올 시즌 3연패로 시작했지만, 4연승·5연승 등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며 순위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다만 이날로 원정 3연전을 마친 뒤, 다시 홈과 원정을 오가는 일정을 소화한다. 선수단의 체력적인 부분에 대한 우려가 따르는 배경이다. 이 부분에 대해 조상현 감독 역시 “국내 선수들은 로테이션으로 분배가 가능하지만, 제일 걱정되는 건 단테 커닝햄이다”라며 “마레이는 괜찮다고 하지만, 분명 과부하가 있었다. 이런 피로가 쌓이면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커닝햄의 경우 근육통 부상 탓에 재활·수영·웨이트 등을 거치고 있으나, 큰 진전이 없어 정확한 복귀 일정은 전해지지 않았다. 조 감독조차 “기약이 없다”라고 고개를 저었다. 이날 경기에선 마레이가 빠졌을 때 박정현을 투입하거나, 모션 오펜스 등 다양한 방법을 고려 중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최근 연이어 외곽포를 쏘아 올리고 있는 정희재의 활약에 대해선 “내가 커피를 사서 그런 것이다. 3경기 동안 60만 원을 썼다”라고 너스레를 떤 뒤 “선수에게는 자신 있게 쏴 달라고 늘 얘기한다. 사실 슛이라는 게 안 들어갈 수도 있다. 득점이 안 나오면 다른 루트를 찾아야 하는데, 결국 속공이 답이라고 생각한다. 최소 속공으로 10~15득점을 내야, 70~80점대 게임을 하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조상현 감독의 여유 있는 농담이, 최근 분위기를 설명해 주는 듯했다.
김우중 기자 ujkim50@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