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 김영권(33)이 웃으며 지난여름을 돌아봤다. 지난 4일 서울 롯데호텔월드에서 진행된 2023 K리그 대상 시상식 이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다. 당시 김영권은 중동의 한 구단으로부터 현재 연봉의 세 배 수준의 계약을 제안받았다. 적지 않은 나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흔들릴 수밖에 없는 러브콜. 김영권도 “오퍼가 왔을 땐 당연히 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김영권은 울산에 남았다. 은사 홍명보 울산 감독과 중동 이적과 울산 잔류를 두고 오랜 면담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그는 “감독님과 두세 시간 대화한 뒤 팀에 남기로 결정했다. 면담을 통해 감독님의 경험, 인생의 중요한 시기에 선택하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수비력은 물론 빌드업의 핵심이자, 팀 안팎에서 중심을 잡는 김영권의 잔류는 울산에 더없이 큰 힘이 됐다. 특히 지난여름 울산은 인종차별 논란에 박용우의 중동 이적 등 적잖은 위기에 휩싸였는데, 베테랑 김영권이 잔류하면서 빠르게 분위기를 수습할 수 있었다. 결국 김영권은 마지막까지 울산 수비진을 든든하게 지켰고, 팀을 2년 연속 K리그 우승까지 이끌었다.
결국 김영권은 이번 시즌 K리그 최고의 별로 우뚝 섰다. 감독 6표·주장 4표·미디어 55표, 환산점수 44.13점을 받아 제카(포항 스틸러스·41.76점)를 제치고 K리그1 최우수선수(MVP) 영예를 안았다. 울산으로 이적한 첫 시즌 17년 만의 우승을 이끌더니, 두 번째 시즌 만에 K리그 MVP까지 품은 것이다. 김영권은 “이적을 포기하면서 금전적인 부분은 아쉽게 됐지만(웃음), 그것과 바꿀 수 없는 MVP를 받았다. 잔류한 것에 대한 후회는 없고 충분히 만족한다”고 웃어 보였다.
이번 수상으로 김영권은 지난 2015년 대한축구협회(KFA) 올해의 선수상에 이어 또 다른 값진 개인상을 받았다. 광저우 헝다(중국) 소속으로 두 차례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정상에도 올랐고, 울산 이적 후 K리그 우승 등 커리어에 이미 많은 걸 이뤄냈다.
김영권은 그러나 현재에 만족하지 않는다. 다음 목표 역시 뚜렷하다. 국가대표팀으로서 아직 이루지 못한 아시안컵 우승, 그리고 울산 소속으로 ACL 정상에 오르는 것이다. 특히 내년 1월 아시안컵은 김영권에게도 사실상 마지막 대회일 가능성이 크다. 김영권은 “아직 (우승을) 이루지 못한 아시안컵이 중요한 커리어가 될 것 같다. 축구 인생 마지막 페이지엔 ‘대표팀에 진심이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