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지난 10일 중국 청두 시촨체육관에서 열린 본선 리그 마지막 7차전에서 중국에 1-8로 졌다. 이로써 한국은 2스테이지 6승 1패를 기록하며 7전 전승의 중국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첫 매치 혼합복식에서 중국의 왕추친-순잉샤 조는 안재현-신유빈 조를 3-0으로 제압했다. 2매치 여자단식 왕만위 역시 김나영에게 한 게임도 내주지 않았다.
초반 0대 6까지 크게 밀리면서 분위기가 가라앉은 한국은 3매치 남자단식에서야 점수를 땄다. 판젠동을 상대한 최고참 이상수가 두 번째 게임을 듀스 끝에 따냈다. 이어진 세 번째 게임을 내주면서 중국의 8대 1 승리가 확정됐지만, 이상수의 활약으로 한국은 0패를 모면하고 준우승팀의 자존심을 지켜냈다.
한국은 사실 최종전 직전 악재가 있었다. 여자팀 전지희가 급성 위경련으로 출전이 불발되면서 허리 통증이 있는 신유빈이 급히 투입됐다.
한국 벤치는 혼합복식과 후반부 남녀복식에서의 게임포인트를 염두에 뒀지만, 정상 컨디션이 아닌 채 꾸려진 오른손-오른손 낯선 혼합복식 조합이 첫 단추를 제대로 꿰기 쉽지 않았다. 한국이 예상보다 큰 점수 차로 패한 원인이다.
비록 최종전에서 중국에 패했지만,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선전을 펼쳤다. 대만, 프랑스, 슬로바키아, 스웨덴, 독일, 일본 등등 세계적인 탁구강국들을 차례로 무너뜨렸다. 한 팀을 이룬 남녀선수들의 호흡과 상대에 따라 적절히 멤버를 안배한 벤치의 지략도 돋보였다. 최종일 전까지 전승의 기세를 올리며 마지막 날까지 수위 다툼을 벌였다.
지난 4일부터 10일까지 열린 이번 대회는 ITTF가 ‘성 평등과 다양성을 옹호’하고, ‘스포츠에서의 협업과 팀-워크 정신을 강조’하며 새로 출범시킨 대회다. ITTF 팀 랭킹 기준 18개국이 초청돼 경쟁했으며, 한국은 남자 이상수(33·삼성생명), 장우진(28), 임종훈(26·한국거래소), 안재현(23·한국거래소), 여자 전지희(31·미래에셋증권), 이시온(27·삼성생명), 신유빈(19·대한항공), 김나영(18·포스코인터내셔널)이 팀을 이뤄 원활한 팀-워크를 과시했다. 주세혁·오광헌 남녀대표팀 감독이 함께 벤치에 앉았다.
대회는 이전까지와는 다른 혁신적인 경기운영으로도 큰 관심을 모았다. 남녀 선수들이 한 팀으로 한 단체전 내에서 혼합복식, 남녀단식, 남녀복식 등 모든 종목을 치러 승부를 가렸다.
모든 매치를 3게임제로 치렀으며, 3매치 선승제가 아닌 모든 매치 합산 8게임 선취 팀이 승리하는 독특한 방식을 택했다. 1스테이지에서 4(5)개국씩 4개 그룹이 예선을 치른 이후, 2스테이지에서는 그룹예선 1, 2위 팀들 8개국이 라운드로빈 방식의 풀-리그전으로 최종 순위를 가렸다.
역사적인 첫 대회에서 한국은 1스테이지 4전 전승, 2스테이지 6승(1스테이지 대만전 승리 포함) 1패로 최종 2위를 기록했다. 중국과 한국에 이어 일본과 프랑스가 3, 4위로 뒤를 이었다.
한국은 최강 중국과 첫 대회 최종전에서 수위 다툼을 벌이면서 탁구 강국의 위상을 각인했다. 내년 2월 부산에서 열리는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를 앞두고 국민적인 관심을 끌어올린 것도 중요한 성과다. 부산에서의 단체전을 앞둔 국가대표 선수들의 자신감도 한껏 높아졌다.
첫 번째 혼성 팀 월드컵을 인상적으로 치러낸 대표선수들은 이후에도 쉬지 못한다.
여자대표팀 신유빈과 전지희는 15일부터 일본에서 열리는 ‘WTT 파이널스 여자대회’ 출전을 위해 나고야로 이동하고, 나머지 선수들은 현재 예선 중인 제77회 전국남녀종합탁구선수권대회를 위해 귀국하자마자 충남 당진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