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프로농구 인천 신한은행의 심각한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어느덧 시즌 중반을 향해 가는데 성적은 1승 10패, 승률은 9.1%에 불과하다. 단일리그로 치러진 2007~08시즌 이후 KDB 생명 위너스의 한 시즌 최저 승률 11.4%(2017~18시즌)보다도 더 낮은 승률이다.
개막 7연패 수렁에 빠진 뒤 부산 BNK 썸을 상대로 시즌 첫 승을 거두며 분위기를 바꿨던 신한은행은 최근 다시 3연패 늪에 빠졌다. 지난 6일 부천 하나원큐전에선 역대 한 쿼터 최소 득점인 단 1점에 그치는 굴욕 기록까지 남겼고, 11일 안방에서 열린 아산 우리은행전에선 무려 20점 차 완패를 당하고 고개를 숙였다.
예기치 못한 부상 악재를 좀처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변소정은 개막 한 경기, 김태연은 두 경기를 각각 치르고 잇따라 부상으로 쓰러졌고, 김아름 역시 여전히 재활 중이다. 특히 변소정과 김태연은 구나단 감독이 시즌을 준비하면서 베스트 5 자원으로 분류했던 자원들이라 시즌 계획 자체가 완전히 엉킨 상태다.
그나마 김태연이라도 치료 목적의 스테로이드 주사를 통해 회복 속도를 높이려 했지만, 이마저도 도핑 승인을 받지 못했다. 당분간 일반 치료를 받다 다시 도핑 승인절차를 밟을 예정인데 승인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대로면 내년 1월은 돼야 코트에 복귀할 수 있을 전망이다. 김아름도 비슷한 시기에나 돌아올 것으로 예정이고, 변소정은 사실상 시즌 아웃 판정을 받은 상태다.
자연스레 비시즌 내내 준비했던 전술부터 꼬였다. 선수들의 이탈로 로테이션이 안 되니 기존 선수들엔 과부하가 생겨 체력 부담마저 커지고 있다. 구나단 감독은 어린 선수들을 비롯해 다양한 조합과 전술 등으로 해법을 찾으려 애쓰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부진한 성적 탓에 팀 분위기도 가라앉고 있다. 그야말로 악순환이다.
공격과 수비에 걸쳐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이번 시즌 신한은행의 경기당 평균 실점은 무려 77.1실점으로 수비가 완전히 무너졌다. 실점이 많으니 경기 흐름 자체가 번번이 꺾일 수밖에 없다. 공격에선 김소니아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팀 성적은 최하위인데, 김소니아는 평균 18.7득점으로 리그 1위인 역설적인 상황이다.
김은혜 KBSN 해설위원은 신한은행의 이같은 부진에 대해 "한채진의 은퇴뿐만 아니라 변소정, 김태연, 김아름 등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주전이나 벤치멤버로 꾸준히 뛰었던 선수들이 대거 빠지게 되면서 새롭게 손발을 맞추게 된 게 첫 번째 이유"라면서 "특히 수비적인 문제가 크지 않을까 생각한다. 주축 선수 대부분이 수비에 약점이 많은 데다 올 시즌 80점 가까운 실점을 하고 있으니 흐름을 타는 것 자체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은 이어 "예를 들어 신한은행은 전체적으로 신장이 작다 보니 빅맨이 있는 팀엔 더블팀을 많이 시도하는데, 더블팀조차 상대가 너무 쉽게 빠져나올 수 있는 수비를 한다. 무의미하고 체력만 소모하는 수비 상황들이 있다"면서 "공격에서도 전체적으로 공을 만지면서 플레이를 해야 한다. 그래야 중점적으로 공격하는 선수가 아닌 다른 선수들에게 찬스가 왔을 때도 넣어줄 수 있는 슛감을 유지할 수가 있다. 지금은 볼을 돌리다가 김소니아에게 마무리를 미루는 플레이들이 보인다. 득점 루트가 제한적이다 보니, 김소니아가 견제를 받았을 때 풀어가는 해법이나 옵션이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