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시즌 V리그 남자부 공격종합(성공률) 부문 1위는 외국인 선수가 차지했다. 국내 공격수가 타이틀을 차지한 건 2020~21시즌 정지석(대한항공)이 마지막이다.
올 시즌(2023~24) 또 한 명의 국내 공격수가 이 부문 맨 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대한항공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 임동혁(24)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18일 기준으로 공격성공률 58.16%를 기록, 53.85%를 기록한 아흐메드 이크바이리(현대캐피탈)에 크게 앞서 있다. 임동혁은 퀵오픈(62.91%) 시간차(72.73%) 후위(60.96%) 공격 부문도 2위에 올라 있다. 현재 가장 위력적인 공격수다.
임동혁은 지난 9월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AG)에 국가대표 일원으로 출전했다. 이미 정상급 기량을 인정받고 있는 국내 라이트다. 다만 소속팀에서는 출전 기회가 많지 않은 편이다. 라이트는 서브 리시브 가담하는 대신 공격에 집중하는 게 일반적인데, 통상적으로 구단들은 이 포지션에 외국인 선수를 영입해 기용한다. 대한항공은 링컨 윌리엄스와 3시즌째 동행하고 있다.
임동혁은 그동안 외국인 선수가 컨디션 난조나 부상으로 빠져 있을 때 존재감을 발휘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링컨이 허리 부상 탓에 2라운드부터 제 컨디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임동혁은 외국인 선수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웠다. 지난 10일 KB손해보험전에선 개인 한 경기 최다 득점(42)을 기록하며 펄펄 날았고, 13일 한국전력전에서도 23득점을 기록하며 3연패에 빠진 대한항공을 구했다.
임동혁은 "최근 팀이 나에게 공을 많이 보내는 전술을 쓰고 있다. 감독님과 (세터) 한선수 선배가 믿어주시다 보니 이에 부응하기 위해 더 힘을 내고 있다"라며 최근 맹활약하고 있는 배경을 전했다. 이어 임동혁은 "공격 기회가 많아지다 보니 더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자만감이 아닌 자신감을 갖고 경기에 임하고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링컨이 복귀하면 다시 자리 경쟁을 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임동혁은 백업 라이트. 어느덧 입단 7년 차가 된 임동혁은 멘털 관리 노하우도 생겼다. 그는 "예전에는 '과연 내가 외국인 선수처럼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대등한 경쟁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외국인 선수가 아닌 같은 포지션으로 보고 경쟁할 것"이라고 했다.
또래 공격수들의 선전은 임동혁에게 자극제다. 나경복이 이적한 뒤 에이스로 올라서 우리카드의 리그 1위를 이끌고 있는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 김지한, 최근 한국전력 7연승을 이끈 레프트 임성진이 대표적이다. 이들 모두 1999년생이다.
최근 세 선수의 경쟁은 임성진이 2라운드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되며 더 치열해졌다. 김지한은 "밀리지 않고 싶은 사람이 한 명 더 늘었다"라고 했다.
임동혁은 "정말 좋은 현상 같다. 같은 나이의 친구들이 요즘 매체 기사를 통해 자주 언급되고 있는 것을 잘 안다. 그만큼 경기력이 좋아진 것이다. 그들이 활약하는 모습을 보면 '더 잘해야겠다'라는 자극이 된다. 물론 배우는 것도 많다"라며 반겼다. 그러면서도 임동혁은 대한항공의 통합 4연패 달성에 기여해 마지막에 웃겠다는 의지도 감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