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겪어보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틸트(Tilt) 말이다. 틸트는 갑자기 난조에 빠지는 것을 말한다. 멀쩡하게 잘 하다가 실수를 연속해서 하는 것을 뜻한다. 한 홀에서 실수를 여러 번 하거나 몇 홀에 걸쳐 실수를 계속 하는 것이다.
독자는 틸트를 겪어 본 적이 있는가? 틸트는 포커나 도박에서 먼저 사용한 말이다. 긴 시간 동안 플레이를 잘 하다가 어떤 사건을 계기로 갑자기 말도 안 되는 플레이를 해서 돈을 크게 잃는 것이 틸트이다. 보통 '틸트가 왔다'라고 표현한다. 포커는 골프와 비슷한 점이 많다. 아차, 포커는 골프와 비슷한 점이 많다고 한다.
'위너스 틸트'도 있고 '루저스 틸트'도 있다. 위너스 틸트(Winner’s Tilt)란 크게 이기거나 행운이 따른 직후 갑자기 무너지는 것을 말한다. 루저스 틸트(Loser’s Tilt)는 그 반대다. 크게 잃거나 불운을 겪은 뒤에 망가지는 것이다.
버디를 하고 난 뒤에 갑자기 샷 난조에 빠지는 것이 위너스 틸트다. 홀인원을 하고 나서 머리 속이 하얗게 되어서 100타 넘게 쳤다면 위너스 틸트가 온 것이다. 잘 친 공이 스프링클러 헤드에 맞고 튕겨서 페널티 구역에 빠진 뒤에 무너진다면 루저스 틸트를 겪은 것이다. 강한 상대를 만나서 무리하다가 틸트가 오는 경우도 있다. 얕잡아 본 상대가 선전해서 틸트를 겪는 경우도 있고.
틸트가 오면 마음이 급해진다. 당연히 샷을 서두른다. 순식간에 샷이나 퍼팅을 해 버리고 후회한다. 자기 차례가 아닌데도 플레이를 하고 있다면 틸트가 온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자신감도 사라진다. 머리 속은 하얗게 되고. 실수를 한 번에 만회하려고 무리하게 된다. 뻔히 보이는데도 레이업을 하지 못한다. 레이업(Lay Up)이란 다음 샷을 잘 할 수 있는 곳으로 공을 보내는 것을 말한다. 파5에서 투 온 시도를 하는 대신 세컨 샷으로 가장 좋아하는 거리를 남기는 것이 대표적 레이업이다.
틸트가 오면 한동안 공들여 익힌 새 스윙 기술이 아니라 오래된 나쁜 습관이 튀어 나온다. 바디 턴 스윙을 배웠는데 어느새 손으로만 휘두르는 식으로 말이다. 빨리 홀이나 라운드가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하게 된다. 경기를 포기하다시피 한다는 말이다. 코스에 있는 장애물이 유난히 눈에 잘 들어온다. 그린 주변에 있는 깊은 벙커가 두려워 제 스윙을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틸트는 입스와 다르다. 입스는 멀쩡하게 잘 하던 스윙을 도무지 할 수 없게 되는 지경을 말한다. 한 홀이나 한 라운드가 아니라 상당히 오랫동안 말이다.
이에 비해 틸트는 그 홀이나 그 라운드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라진다. 틸트는 일시적이고 입스는 지속적이다. 틸트를 겪어도 샷 기술은 무너지지 않는다. 기술 보다는 전략이나 매니지먼트 또는 멘탈에 문제가 생겨 틸트를 겪는 경우가 많다. 입스는 샷 기술 자체가 무너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틸트는 일시적으로 멘탈이 나간 상황이다. 입스는 멘탈이 근본적으로 무너진 것이고.
틸트는 왜 오는 것일까? 성공하고 나서 흥분해서 멘탈이 무너져서 오기도 한다. '마음이 붕 떴다'는 말이 적절하다. 쉬운 샷을 놓치고 나서 기분이 나빠서 멘탈이 무너져 틸트가 오는 경우가 가장 많다. 실수를 한 탓에 목표를 달성하기가 어려워졌다고 생각하면 집중력을 잃는 경우가 있다. 이 때도 걷잡을 수 없는 틸트가 올 수 있다.
틸트가 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벗어나기 위해서 말이다. 프리 샷 루틴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과감하게 플레이 할 지 레이업 할 지 선택하는 상황이라면? 무조건 레이업 해야 한다. 행복한 순간을 떠올리는 것도 틸트에서 벗어나는 좋은 방법이다. 사랑하는 사람이나 애완동물을 떠올리는 것도 효과가 있다. 가끔 배우자를 떠올리고 틸트가 더 심해졌다는 사례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물을 마시고 심호흡을 하는 것도 좋다. 노래를 흥얼거리는 것도 효과가 있고. 조금 천천히 플레이 하는 것도 좋다. 장갑이나 골프공 같은 용품을 바꿔보는 것도 권장할 만하다. 골프가 아닌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은 노련한 골퍼가 많이 쓰는 방법이다.
틸트를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다.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너무 흥분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버디를 하든 스리 퍼팅을 하든 말이다. '승부는 길다'고 생각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버디를 하고 나서도 가볍게 손만 드는 프로 골퍼가 제법 많다. 괜히 그런 것이 아니다.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다. 자기 골프를 치는 것도 틸트를 막는 길이다. 상대가 장타를 치든 말든 내 게임 플랜대로 가야 한다. 그리고 골프 규칙을 잘 지키는 것도 필수이다. 고의든 아니든 규칙을 어기고 나서 무너지는 골퍼가 진짜 많다. '혹시 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면 샷이 잘 될 리가 없다. 물론 낯짝이 두꺼운 스팅어(Stinger)는 그렇지 않겠지만. 스팅어가 누구인지를 안다면 진정한 애독자이다. 모른다면 지나간 칼럼을 꼭 찾아보기 바란다.
‘뱁새’ 김용준 프로와 골프에 관해서 뭐든 나누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메일을 보내기 바란다. 지메일 ‘ironsmithkim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