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열린 2023 야구소프트볼의 밤 시상식, 반가운 얼굴이 행사장을 찾았다. 키움 히어로즈 투수 이명종(21)이었다. 아마추어 야구인들의 축제에 무슨 일로 찾아왔을까. 이명종은 “동생 축하해주러 왔어요”라고 말했다.
이명종의 동생 이예린(19·단국대)은 소프트볼 선수로, 이날 시상식에서 여자 대학 부문 ‘우수선수상’을 받았다. 이예린은 올해 전국종별소프트볼대회와 회장기 전국대회 등 3개 대회에 나서 9경기 7승 1패 평균자책점 2.26의 우수한 성적으로 수상자에 선정됐다. 동생의 수상이 뿌듯하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오빠는 “동생 시상식 많이 다녀봐서 익숙합니다”라며 웃었다.
오빠 따라 야구를 시작해 중학교 때 소프트볼로 전향한 이예린은 남다른 운동신경과 재능을 발휘하며 여러 시상식을 휩쓸었다. 2018 회장기 전국대회 홈런상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진 감투상 위주로 받더니, 올해 열린 3개 대회에서 최우수선수상과 우수투수상을 싹쓸이했다. 5년간 받은 전국대회 개인상만 13개. 오빠가 “시상식이 익숙하다”라고 할 만했다.
9월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소프트볼 국가대표팀에 발탁됐다. 첫 성인 국제대회에서 이예린은 3경기 2승 무패 평균자책점 1.11을 기록했다. 특히 9월 29일 홍콩과의 순위결정전에선 4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며 팀의 11-1 런어헤드 게임(야구의 콜드게임) 승리를 이끌며 완투승을 기록하며 성공적인 데뷔전을 마쳤다.
첫 국제대회를 큰 긴장 없이 치렀다. 오빠의 도움이 컸다. 평소에도 오빠에게 야구에 관한 조언을 많이 듣는다는 그는 “가슴에 태극기를 달았으니 절대 자만하지 말고 열심히 하고 와”라는 이명종의 말에 더 큰 힘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명종도 야구선수로서 태극마크를 다는 게 꿈이다. 하지만 국가대표는 동생이 먼저 경험했다. 이예린은 그래도 “오빠가 내 롤모델”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예린은 “오빠는 엄청난 노력파다. 팔이 아파도 마운드에 올라 흔들림 없이 공을 던지는 모습을 여러 번 봤다. 마운드에서의 멘털을 오빠에게 배우고 싶다”라고 말했다.
오빠에게 많은 도움을 받아온 만큼, 이젠 자신도 오빠에게 큰 힘이 됐으면 한다는 동생. 이예린은 “잘 챙겨주는 오빠가 정말 고맙다”라면서 “오빠가 정말 잘됐으면 좋겠다. 내년에는 더 멋진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라며 이명종을 응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