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패승승승. 한 세트만 더 내주면 패하는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나머지 세 세트를 내리 따내며 대역전승을 거두는 것을 ‘리버스스윕’이라고 부른다.
2005시즌 출범부터 지금까지 남자부에서는 정규리그 96번, 포스트시즌 4번 등 총 100번의 리버스스윕이 나왔다. 여자부는 총 79번(정규리그 75번, 포스트시즌 4번)의 리버스스윕을 경험했다. 남녀부 전체 경기 중 약 4.4%에 해당하는 비율로, V리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극적인 순간들이다.
리버스스윕을 가장 많이 만들어낸 팀은 남자부 대한항공과 여자부 한국도로공사다. 대한항공은 정규리그에서 20번, 포스트시즌에서 2번 등 총 22번의 리버스스윕 승리를 거뒀다. 한국도로공사는 여자부에서 정규리그 16번, 포스트시즌 1번 총 17번의 리버스스윕 승리를 거머쥐었다.
리버스스윕이 가장 많이 나왔던 시즌은 2018~19시즌으로, 남자부 정규리그에서만 총 11번의 리버스스윕이 나왔다. 시즌별 평균 5번의 리버스스윕이 나오는 걸 감안한다면, 두 배 이상 나온 2018~19시즌은 역대급이었다.
여자부에선 시즌별 평균 3.95개의 리버스스윕이 발생했는데, 2020~21시즌에선 총 8번이나 리버스스윕이 나왔다. 하지만 이 기록은 곧 깨질 가능성이 높다. 이번 시즌(2023~24) 여자부 3라운드 현재까지 총 6번의 리버스스윕이 나왔다. 남은 3라운드에서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대 5세트를 진행하는 만큼, 치열한 양상 속에 경기 시간도 길어지는 경우가 많다. 올해 10월 25일 열린 남자부 우리카드와 대한항공 경기는 총 165분이나 걸렸다. 역대 통산 최장 시간이다.
당시 2세트에서 대한항공이 32-32까지 가는 접전 끝에 34-32로 승리하며 승기를 잡았지만, 3세트에서 우리카드가 30-30 팽팽한 승부를 32-30으로 승리하며 분위기를 뒤집었다. 5세트도 듀스 접전이 펼쳐졌다. 승부는 우리카드의 3-2(13-25, 32-34, 32-30, 25-18, 17-15) 짜릿한 리버스스윕 승리로 끝이 났다.
이날 우리카드의 아포짓 스파이커 마테이는 무려 47점을 올렸고, 우리카드의 아웃사이드 히터 김지한 역시 20득점하며 공격에 힘을 실었다. 마지막 5세트 16-15 상황에선 2004년생 2년차 세터 한태준이 블로킹으로 혈투를 마무리 지었다. 이날 승리로 우리카드의 신영철 감독은 개인 통산 감독 최다승(277승) 기록에 이름을 올렸다. 기록이 쏟아진 경기였다.
여자부에선 2018년 10월 22일 한국도로공사와 IBK기업은행 경기가 눈에 띈다. 2018~19시즌의 시작을 알리는 개막전이었던 당시 경기에서 도로공사가 리버스스윕으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당시 IBK기업은행 소속이었던 고예림(현 현대건설)이 개인 통산 최다득점인 26득점을 기록하며 역전을 막아보고자 했지만, 한국도로공사의 에이스 공격수 박정아(현 페퍼저축은행)의 30득점 폭격을 꺾지 못했다.
이날 두 팀은 5세트 동안 총 148분의 혈투를 벌이며 여자부 역대 개막전 중 최장 시간 경기에 등극, 정규리그 최장 시간 경기 10위에 올랐다.
경기를 넘어 시리즈를 뒤집는 리버스스윕도 있었다. 지난 시즌(2022~23) 여자부 챔피언결정전에서 0% 가능성을 뚫고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 올린 한국도로공사가 그 주인공이다. 도로공사는 흥국생명을 상대로 1, 2차전을 모두 패한 후 3, 4, 5차전을 내리 승리하며 챔피언 왕좌에 올랐다. 최초의 리버스스윕 챔피언결정전 우승 시리즈였다. 1, 2차전 승리 후 100% 확률로 우승까지 이어진다는 공식을 깬 유일무이한 시리즈였다.
특히 챔피언결정전 5차전은 158분 동안 이어지며 여자부 역대 포스트시즌 최장 경기에 해당, 0%의 기적에 대기록을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