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구단 관계자가 프로야구 샐러리캡(연봉총액상한)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한 말이다. 래리 버드 룰은 미국프로농구(NBA)의 예외 조항으로 한 팀에서 3년 이상 뛴 선수에 한해 재계약 시 샐러리캡을 초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1980년대 보스턴 셀틱스의 상징인 래리 버드가 재계약할 때 적용돼 그의 이름이 붙었다.
올해부터 프로야구는 샐러리캡을 적용받는다. 2025년까지 3년 동안 선수단 총연봉이 매년 114억2638만원을 넘으면 안 된다. 기준 금액을 초과한 구단은 횟수에 따라 제재금이나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 하락의 징계를 받는다.
선수단 연봉을 인위적으로 제어하는 가장 큰 명분은 '공정 경쟁'이다. 2022년 11월 샐러리캡 상한액을 발표한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리그 전력 상향 평준화와 지속적인 발전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강조했다. 여기에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선수들의 연봉을 억제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포함됐다.
실제 샐러리캡이 도입돼 구단들의 투자가 신중해졌다는 평가다. 무턱대고 지갑을 열 수 없으니 자유계약선수(FA) 협상이 대부분 장기전 양상이다. 얼핏 제도가 순조롭게 적용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작지 않은 문제가 점점 커지고 있다. 바로 연봉 제한에 따른 부익부 빈익빈, 쏠림 현상이 심화하는 것이다.
샐러리캡이 적용되지만, FA 시장에선 '쩐의 전쟁'이 여전하다. 내야수 안치홍은 지난달 20일 롯데 자이언츠를 떠나 한화 이글스로 이적하면서 4+2년, 최대 72억원 '대박'을 터트렸다. 열흘 뒤 또 다른 내야수 양석환은 4+2년, 최대 78억원에 두산 베어스 잔류를 선택했다. 두 선수 모두 FA 시장의 예상가를 훌쩍 뛰어넘으며 돈방석에 앉았다. A 구단 관계자는 "샐러리캡 때문에 고민하더라도 결국 전력을 보강하려면 지갑을 열 수밖에 없다. A급이나 S급 선수를 향한 수요는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 같다"고 말했다.
샐러리캡은 일종의 파이다. 한 선수가 많이 먹으면 다른 선수에게 돌아갈 양은 그만큼 줄어든다. 결국 부족한 파이를 나눠 먹던 선수들이 마지막 단계에선 짐을 싸 구단을 떠나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질 수 있다. 최근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 다수의 구단이 베테랑을 '매물'로 내놓은 것도 비슷한 이유다.
입지가 애매한 선수들을 대거 정리, 샐러리캡의 여유를 만들고 이를 대어급 선수 투자에 활용하려는 기조가 곳곳에서 보인다. B 구단 관계자는 "샐러리캡을 폐지하자는 입장은 아니다. 그런데 제도의 역효과가 분명히 있다"며 "보완 장치가 절실하다. 지금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고액 연봉자만 남을 것"이라고 경계했다. 그러면서 꺼낸 게 바로 '래리 버드 룰'이다. 한 팀에서 오래 뛴 베테랑을 샐러리캡에서 제외하는 등의 예외 조항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지난 7월 리그오브레전드(LoL) 국내 프로리그를 운영하는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는 샐러리캡 도입을 발표했다. 눈길을 끄는 건 세부 수칙이었다. 팀에서 3년 이상 활약한 선수는 연봉의 30%, 국내대회 5회 또는 국제대회 3회 이상 우승한 선수는 50%만 샐러리캡에 반영하는 운용의 묘를 발휘한 것이다. 중첩 적용까지 가능해 우승 경험이 있는 베테랑의 경우 샐러리캡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C 구단 관계자는 "올해 처음 시행해 봤으니까, 문제점이 무엇인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 샐러리캡을 조금 더 세밀하게 접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