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가 올 시즌 홈구장으로 사용할 오라클파크는 메이저리그(MLB) 대표 '투수 친화적' 구장이다. MLB 통계 사이트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올해 오라클파크의 파크 팩터는 94로 리그 30개 구장 중 29위(1위 쿠어스필드·113). 시애틀 매리너스 홈구장 T-모바일파크(93)에만 간신히 앞섰다. 이정후의 타격 적응력이 어느 정도일지 관심이 쏠리는데, 더욱 주목해야 할 포인트는 '수비'다.
파한 자이디 샌프란시스코 야구 운영 부문 사장은 이정후의 입단식에서 "개막전부터 중견수를 맡을 거"라고 천명했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도 이정후의 활용 방안으로 리드오프와 함께 중견수를 언급했다. 이정후에게 중견수는 생소한 포지션이 아니다. 2017년 프로 입단 뒤 유격수에서 외야수로 포지션을 전환한 그는 2020년부터 중견수로 뛰었다. 정상급 수비 능력을 바탕으로 2018년부터 5년 연속 골든글러브를 받기도 했다. 국가대표 주전 중견수로 각광받았는데 MLB에서도 수비력을 인정받으려면 적응이 필수다. 특히 오라클파크에 부는 예측불허의 바람을 극복해야 한다.
현역 빅리거인 배지환(피츠버그 파이리츠)은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오라클파크를 두고 "모두에게 어려운 구장"이라고 의미심장한 얘길 했다. 오라클파크는 외야 펜스 뒤로 매코비만(灣)이 자리한다. 구장으로 부는 해풍이 상당한데, 이는 타격은 물론이고 수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오라클파크를 중견수로 뛰어본 배지환은 "(온라인) 야구 게임을 하듯이 바람이 여기저기서 불더라. 중견수로 나갔을 때는 실제 더 힘들었다. 바람의 방향을 확인하려고 매 경기 (외야에 있는) 깃발을 확인했다"며 "(뛰어본 곳 중) 시카고 컵스와 샌프란시스코, 두 팀 홈구장의 바람이 가장 강했다"고 회상했다. 시카고는 '윈디 시티(windy city)'로 불릴 정도로 바람이 거센 지역이다. 그 탓인지 컵스 홈구장 리글리 필드는 바람으로 악명 높다. 그런 리글리 필드와 비교된다는 건 샌프란시스코의 바람도 만만치 않다는 걸 의미한다.
비대칭 구장도 수비하는 입장에선 까다롭다. 오라클파크는 왼쪽과 오른쪽의 펜스 모양이 다르다. 특히 오른쪽 펜스는 홈플레이트까지 짧은 거리를 보완하기 위해 최대 높이가 24피트(7.32m)에 이른다. 배지환은 "벽이 일(一)자가 아니어서 공이 맞으면 어디로 튈지 예상하기 어렵다. 경기 전에 (바운드) 연습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바람에 까다로운 타구까지 섞이면 수비하는 데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정후도 이 부분을 인지하고 있다. 이정후는 지난달 귀국 기자회견에서 "좌중간 수비는 괜찮을 것 같은데, 우중간 수비는 어려울 것 같다. 좌중간까지는 (삼성 라이온즈 홈구장인) 삼성라이온즈파크 같은 느낌이 난다"며 "우중간은 조금 더 깊고 펜스가 벽돌로 돼 있어서 공(타구)이 어디로 튈지 예측이 잘 안 된다"며 "그런 부분을 잘 신경 써야 할 것 같다"고 경계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를 6년, 총액 1억1300만 달러(1471억원)에 영입했다. 구단 역사에 손꼽히는 대형 계약으로 취약 포지션을 보강했는데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이목이 쏠린다. 타격 못지않게 중요한 게 바로 '중견수 수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