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이 자구안 이행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자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추가 절차를 요구하고 나섰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며 마련한 자구안과 관련해 추가 ‘이행 확약’ 절차 장치를 논의 중이다. 약속했던 자구안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태영건설은 지난달 29일 만기가 도래한 1485억원 규모의 상거래채권 가운데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외담대) 451억원을 갚지 않았다. 태영건설 협력업체는 태영건설이 현금 대신 지급한 외상매출채권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받았는데, 이를 태영건설에서 상환하지 않은 것이다.
금융당국은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지난달 28일 "내일 상거래 채권을 모두 결제할 것으로 안다"고 공언했으나, 바로 다음 날 바로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앞서 태영그룹의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는 태영인더스트리를 사모펀드 운용사 KKR에 매각했음에도 외상매출채권을 갚지 않은 셈이다. 매각자금 중 60%인 1440억원 상당이 윤세영 창업회장 일가에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태영건설은 451억원어치는 협력사가 이미 은행에서 할인받은 어음이라서 상거래채권이 아닌 금융채권이 됐다는 입장이다. 워크아웃 신청과 동시에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에 따라 상환이 유예됐다는 취지다.
태영건설 지주사인 TY홀딩스가 워크아웃 직후 SBS 지분 매각이나 담보 제공 가능성이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낸 것과 관련해서도 채권단에서는 자구 노력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로 인해 3000억원 수준으로 거론되는 오너 사재 출연 규모도 더 커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산업은행은 오는 3일 처음 소집하는 채권자설명회에서 자구안과 경영 상황에 대한 주요 내용들을 논의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윤세영 창업회장은 2일 신년사를 통해 "워크아웃을 성공적으로 조기에 졸업하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구순의 나이에 경영자로 복귀한 그는 이날 "채권단은 물론 우리와 함께하는 현장의 협력업체와 그 가족, 수분양자와 입주예정자 등 모든 분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창업자인 저부터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작년 영업이익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흑자 부도를 막기 위해 워크아웃을 신청해야 하는 상황이 너무나 야속하고 안타깝지만 지금으로서는 이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