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비디오(MV)는 K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 콘텐츠가 됐습니다. 곡의 메시지, 콘셉트 등이 3분 가량의 뮤직비디오에 압축돼 있습니다. 새롭게 공개되거나 화제가 되는 K팝 뮤직비디오를 소개합니다.
“아직 난 뭔지 모르겠지”, “처음 느낀 이상한 떨림”, “왜 이렇게 나의 맘이 어지러운 걸까”
그룹 라이즈가 설레고 아련한 첫사랑을 전한다. 열병처럼 앓는 첫사랑의 감정이 빈티지한 분위기에 채워졌다. 포근하지만 차가운 겨울 속 멤버들의 탁월한 비주얼과 풋풋한 연기로 청춘 드라마를 완성했다.
‘러브 119’는 라이즈가 지난 5일 발매한 새 싱글이다. 발표 직후 국내 음원 차트 정상은 물론 아이튠즈 톱 송 차트에서 16개 지역 톱10에 오르고 일본 라인뮤직 실시간 송 톱100 차트 1위에 랭크되는 등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뮤직비디오는 일본 올로케이션으로 이뤄졌다. 첫 장면부터 일본 특유의 정갈하면서도 처연한 분위기가 녹아 있다. 일본 드라마와 애니메이션에서 등장하는 일본 현대식 주택에서 낮잠을 자고 있던 소희는 라디오 소리에 깜짝 놀란다. “하나의 발사체에 6개의 위성을 실어 보낸다”는 항공우주연구원의 인공위성 발사체에 대한 뉴스다. 곧바로 휴대폰 통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1월5일 6시 너는 사랑에 빠진다”는 문자가 도착한다.
“시작됐지. 이건 이머전시(Emergency, 응급상황)”라는 가사와 함께 본격적으로 청춘 드라마가 시작된다. 소희와 같은 내용의 문자를 받은 원빈은 이를 무시하다가 열차에서 단발의 한 소녀에게 눈을 떼지 못하고 성찬, 앤톤 등 나머지 멤버들 또한 비슷한 소녀를 마주치고 마음을 빼앗긴다. 이후 첫사랑에 열병을 앓는 멤버들의 모습 하나 하나가 설렘을 자아낸다. 짝사랑하는 여자아이를 몰래 훔쳐보거나 고백 내용이 담긴 쪽지를 몰래 전달하려는 과정에서 망설이는 모습 등은 누구나 있을 법한 첫사랑의 기억을 꺼내게 한다.
뮤직비디오는 설렘만을 전하지 않는다. “올해 발사한 인공위성 세 번째 발사체가 오늘 새벽 추락했습니다”라는 뉴스 소리가 들린 후엔, 실제 인공위성이 추락하는 하강 이미지와 함께 눈물 맺힌 멤버들의 슬픈 표정이 이어진다. 집과 교실에서 쏟아지는 빛, 노래방의 화려한 조명 등 따뜻한 배경도 지워진다. 검은색과 파란색이 섞인 밤의 분위기를 배경으로 열차의 금속에서 전해지는 차가움으로 가득 채워진다. 이후 검은색 코트를 입고 어딘가로 향하는 멤버들은 첫사랑과 영원한 이별을 암시하며 여운을 남긴다.
뮤직비디오는 라이즈를 은유하는 기호와 메시지들로 가득하다.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6개의 위성’은 6명의 라이즈 멤버들, ‘1월 5일’은 컴백일, ‘6시’는 앨범 공개 시간 등으로 라이즈의 ‘러브 119’를 표현한다. 여기에 첫 감정 연기에 도전한 멤버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듯 뮤직비디오의 서사를 직접 완성해 나간다. 소년미 넘치는 멤버들의 비주얼이 단연 돋보인다. 함께 공터에서 춤을 추거나, 길거리를 뛰어다니고 자전거를 타는 모습 등 학창 시절을 표현하는 장면들도 멤버들의 뛰어난 비주얼이 아름답게 녹아 들어 한 편의 청춘 드라마 같다.
뮤직비디오는 정반합의 서사 구조를 따라가면서 단순히 슬픈 이야기로만 끝나지 않는다. 소녀와 이별 후 과거 장면들이 병렬적으로 짧고 빠르게 이어진 다음 영혼을 상징하는 나비가 등장한다. 이후 라이즈를 상징하는 해가 떠오르는 이미지와 함께 따뜻함과 차가움을 동시에 담고 있는 설원이 펼쳐진다. 여섯 멤버들은 나비와 함께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 평원에서 웃음띤 얼굴로 뛰어놀면서 또 다른 메시지와 여운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