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가의 ‘공천 탈락’ 문제는 정치판에 비해 훨씬 가차없이 진행된다. 조금이라도 식상하거나 너무 오래 ‘누렸다’ 싶으면 여지없이 물갈이 대상이 된다. 영화계는 내심 ‘서울의 봄’과 ‘노량 : 죽음의 바다’가 조금 더 관객을 모으기를 기대했던 측면이 있다. 그런데 그건 ‘니들’, 곧 영화계의 생각일 뿐이다. 관객들은 냉정하다. ‘서울의 봄’은 1400만 고지는 힘들어 보인다. ‘노량:죽음의 바다’도 500만 문턱을 넘기 힘들어 보인다.
‘서울의 봄’이 1400만을 넘으면 역대 천만영화 순위에서 ‘국제시장’과 3~4위를 놓고 경쟁하게 된다. ‘명량’ 1761만, ‘극한 직업’ 1626만, ‘국제시장’ 1426만 순이다. 게다가 1450만명을 동원하면 매출액 면에서는 천만 영화 중 1위, ‘명량’을 앞서는 것으로 기록될 것이다. 티켓 가격이 그때와 달리 많이 올랐기 때문이고 관객의 허수(시사회 관객 등 무료 관객)가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쨌든 두 영화 모두 최종 관객수가 기대하는 수준 까지는 힘들어 보인다. 관객들이 어느 순간부터 냉정하게 다른 영화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관객들은 늘 옳다. 너무 한 영화를 밀어 주는 것도 문제라는 인식을 정확하게 갖고 있다.
영화계 관심은 이제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 2부가 성공할 수 있느냐 여부에 쏠리고 있다. 최동훈 감독이 만든 이 ‘비운의 역작’이 ‘서울의 봄’과 ‘노량: 죽음의 바다’가 가까스로 살려 낸 극장의 ‘목숨’을 이어가게 할 지, 아니면 거기에 찬 물을 확 들이 붓는 ‘대형 사고’를 낼지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황이긴 하다. 이 영화가 갖는 원초적인 문제는 결코 최동훈의 영화적 세계관이나 그의 상업 영화적 야심에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1100년대의 중세 시대와 수백 년 후의 미래 세계를 우주평행이론에 입각해 하나의 평행선에 놓고 그 두 가지의 세계가 어떻게 뒤섞이고 조우하는지, 그래서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현실 세계에서 얼마나 많은 신비한 일들이 벌어지는지, 또 그럼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이 세상과 더불어 인간의 삶이란 것이 얼마나 불가해(不可解)하고 불가지(不可知)한 것인지를 얘기하려 했다. 이른바 SF판타지를 통해 현실을 보다 정확하게 바라보려 한 것이 그가 ‘외계+인’ 1,2부를 만든 이유이다.
그러니까 최동훈 감독의 결정적인 패착은 작품 내부, 내면이 아니라 외부와 외양에 있는 것이었다. 플랫폼의 선택이 잘못됐다. 이런 거대하고 복잡한 스토리라면, 그러니까 지금의 ‘외계+인’ 2부가 ‘외계+인’ 1부 이야기를 앞뒤에서 설명하고 풀어내는 방식인 것이라면, 그런 순서를 가져 가야 할 작품이라면, 극장용 영화로는 만들지 말았어야 했다. 이건 8부작 OTT 드라마로 만들고 시즌 1의 인기 여부를 봐서 시즌2나 외전의 드라마를 따로 이어 갔으면 딱 좋았을 것이다. 과거 ‘킹덤’의 모델이 그런 것이었다. 에피소드당 길이도 40분 정도로 만들어서 보는 사람들의 몰입도를 강화시키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 것이다. 에피소드가 짧으면 한번에 정주행 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그리고 총 320분이면 약 5시간이 될텐데 그건 지금의 극장용 영화 1,2부를 합친 264분과 그리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러니 처음에 그냥 ‘눈 딱 감고’ OTT로 갔어야 옳았다.
그것도 꼭 최동훈 감독 탓만 할 절대적 이유는 되지 못한다. 그가 이 영화의 1부를 기획하던 2020년 이전에는 OTT의 위력이 이렇게 하늘로 치솟을지 예측하기 힘들었던 시대다. 코로나19가 단 기간에 세상을 바꿔 버렸다. 감독은 점성술사가 아니다. OTT가 ‘절대반지’가 될 줄 그 누가 알았겠는가.
극장가는 현재 ‘외계+인’ 2부를 조심조심 다루고 있다. 평단과 저널의 반응이 1부 때와는 사뭇 다르다. 일부에서는 ‘최동훈의 귀환’이라는 소리까지 나온다. 극장가는 이 영화가 엄청난 대박까지는 아니어도 한발 한 발 걸어 가서 2월의 ‘듄 파트2’로 이어지기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화는 때론 낙수효과로, 또 때로는 분수효과로 흥행세를 이어 간다. 지금 1월은 분수효과를 가져 가야 할 때이다. ‘외계인’ 2부를 시작으로 ‘웡카’같은 판타지 영화와 ‘듄 파트2’ 이어 달리기는 좋은 그림이다. 그 가운데 ‘위시’의 흥행세가 나쁘지 않고 뤽 베송의 ‘도그맨’처럼 의외의 작품도 있을 것이다.
한국은 모든 국민이 극장의 박스오피스 성적을 걱정하는 나라다, 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만큼 관객이 똑똑하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이제는 영화가 관객을 더 사랑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