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 해 성적표를 받아든 LG전자와 삼성전자의 희비가 엇갈렸다. 안 되는 사업을 과감히 접고 미래 먹거리에 올인한 LG전자는 경기 침체에도 끄떡없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한파로 최악의 시기를 보냈지만 글로벌 리더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 심기일전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전 세계 소비자들의 지갑이 닫혔던 지난 2023년에도 매출 신기록을 쓰며 선전했다.
LG전자가 최근 발표한 잠정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누적 매출은 84조2804억원으로 전년 대비 1%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3조5485억원으로 0.1% 감소하는 데 그쳤다.
LG전자 관계자는 "연간 매출은 주력 사업의 견고한 펀더멘털(기초체력)을 유지한 가운데, B2B(기업 간 거래) 사업 성장이 더해지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통상 잠정 실적은 매출과 영업이익 추정치만 짧게 공개하는데, 회사의 분석까지 덧붙인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수익 다변화에 성공했다는 자신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생활가전 사업은 경기 불황이 장기화하자 B2B에 집중한 전략이 주효했다. 연매출 30조원 시대를 열었을 것으로 기대된다.
LG전자는 제품 중심 사업 구조를 콘텐츠·서비스 등으로 확장하고, D2C(소비자 직접 판매)와 구독 영역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굴할 계획이다.
미래 모빌리티 선봉인 전장(자동차 전기 장치) 사업은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모바일에서 손을 뗀 지 3년이 채 되지 않아 핵심 축으로 부상했다.
출범 10년 만에 연매출 10조원을 넘겼을 것으로 관측된다. 전기차 부품과 램프 등 시너지 창출에 힘을 쏟을 방침이다.
LG전자는 차량용 통신 모듈인 텔레매틱스 시장에서 지난해 3분기 기준 글로벌 점유율 1위(23.8%)를 차지하며 모빌리티 필수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시장 기대치를 하회하며 주춤한 모습이다.
9일 공개한 잠정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은 258조1600억원, 6조5400억원으로 각각 14.58%, 84.92% 급감했다. 반도체 연간 적자는 14조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특히 증권가가 3조원 중후반대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했던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은 2조8000억원에 그쳤다.
반도체의 경우 D램 외 제품들의 부진이 이어졌으며, 스마트폰도 눈에 띄는 성장을 보여주지는 못했다는 진단이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흑자 전환을 실현한 D램에 비해 낸드는 일회성 재고 상각 비용이 반영된 것으로 파악된다"며 "스마트폰 출하량은 평년 대비 낮은 약 5000만대 수준에 그쳤을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기록적인 반도체 적자의 영향으로 지난해 1분기와 2분기 LG전자에게 영업이익으로 추월당하는 굴욕을 맛봤다.
하지만 3분기 곧바로 조 단위 영업이익을 회복했고, 올해 본격적으로 실적 개선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스마트폰이 구원투수다.
삼성전자 목표 주가를 10만5000원으로 제시한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작년 말까지 스마트폰 유통 재고가 감소하는 추세"라며 "이에 더해 온디바이스 AI가 적용된 '갤럭시S24' 출시 효과 등을 기대해 볼 만하다"고 했다.
그는 또 "D램 사업이 흑자 구간에 진입했다"며 "연중 D램 가격의 인상, HBM(고대역폭 메모리)3·3E에 따른 실적·모멘텀 개선이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