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프로농구 청주 KB 스타즈가 아산 우리은행을 적지에서 잡아냈다. 파죽의 5연승을 달리며 올 시즌 처음으로 우리은행과 격차를 1.5경기 차로 벌렸다. 박지수와 허예은이 날아오른 가운데 강이슬과 염윤아, 김민정 등도 고르게 활약했다. 김단비가 분전한 우리은행은 안방에서 쓰라린 패배를 당했다.
김완수 감독이 이끄는 KB는 14일 아산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2023~24 여자 프로농구 정규리그 원정경기에서 우리은행을 60-55로 제압했다. 지난달 23일 부산 BNK썸전을 시작으로 이어 온 연승 행진을 5경기로 늘린 KB는 16승 2패를 기록, 2위 우리은행(14승 3패)과 격차를 1.5경기 차로 벌렸다.
올 시즌 KB와 우리은행은 압도적인 양강 체제 속 살얼음판 우승 경쟁을 이어왔다. 한 팀이 달아나면 다른 팀이 곧바로 따라가는 양상이 이어졌다. 두 팀의 격차가 1.5경기 차로 벌어진 건 우리은행(당시 13승 1패)이 KB(11승 2패)에 앞섰던 지난달 22일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KB가 1.5경기 차 리드를 잡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양 팀 모두 약 2주 간 올스타 휴식기를 치르고 난 뒤 첫 경기라 경기 감각에 애를 먹었다. 그래도 후반 들어 치열한 공방전을 펼치며 숨 막히는 경쟁을 펼쳤다. KB는 2쿼터에 잡은 리드를 끝까지 지켜내며 선두 팀 다운 집중력을 보여줬다. 끈질긴 추격에 나선 우리은행도 끝내 승부를 뒤집진 못했지만 홈팬들에게 포기하지 않는 경기력으로 답했다.
KB에선 박지수와 허예은의 활약이 빛났다. 박지수는 17득점에 무려 21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냈다. 이 가운데 공격 리바운드는 9개나 됐다. 5개의 어시스트에 2개의 블록도 더했다. 허예은도 40분 풀타임을 뛰며 17점에 5리바운드 5어시스트 2스틸로 활약했다. 강이슬은 10득점 8리바운드, 염윤아와 김민정도 각각 9점과 7점으로 힘을 보탰다. 부상 복귀전을 치른 김예진은 10분 23초 간 3개의 리바운드와 어시스트, 스틸 1개씩을 기록했다.
우리은행은 1쿼터 박지현이 11점을 쓸어 담으며 활약했지만 5반칙 퇴장으로 물러난 게 변수가 됐다. 김단비가 3점슛 4개 포함 21점에 11점 7리바운드로 분전했고 최이샘도 11점 6리바운드로 힘을 보탰지만 4쿼터 막판 끈질긴 추격 끝에 결실까진 맺지 못한 채 고개를 숙였다.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휴식기 동안 쉴 선수들은 좀 휴식을 줬다. 올스타 브레이크라고 충전할 수 있는 건 덜했다. 계속 KB를 쫓아가 줘야 한다. 그게 맞다고 생각한다. 박지수 등 KB 선수들이 우리랑 할 때 집중력이 있다. 그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거다. 저희가 역부족이라는 걸 느끼지만, 상대가 최선을 다해주는 데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완수 KB 감독은 “올스타전을 한 뒤 호흡을 맞출 시간이 많지는 않았다. 일주일 정도 수비나 공격적인 부분을 다듬는 부분을 했다. 큰 틀은 바뀌지 않았다. 경기 감각이 아무래도 염려가 되는데, 저도 믿고 있고 선수들도 신뢰하고 있다. 안 될 때도 있겠지만 코트 안에서 선수들이 잘 풀어낼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1쿼터부터 불꽃이 튀었다. 먼저 기선을 제압한 건 원정팀 KB였다. 박지수의 절묘한 패스를 받은 허예은이 골밑 득점으로 포문을 열었다. 염윤아와 강이슬의 연속 득점이 더해졌다. 우리은행은 최이샘과 나윤정 등의 슛이 번번이 무위로 돌아갔다. KB가 1쿼터 초반 6-0으로 달아났다.
우리은행은 경기 시작 2분이 지난 뒤에야 박지현의 골밑 득점으로 반격에 나섰다. 나윤정의 3점슛과 박지현의 득점을 더해 단숨에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허예은이 다시 균형을 깨트리자 박지현이 역전 3점포를 터뜨렸다. 박지현은 홈 관중들 앞에서 세리머니를 더했다.
KB도 곧장 반격에 나섰다. 우리은행이 14-9로 달아나기 시작하자 허예은의 외곽포로 격차를 줄였다. 우리은행도 박지현의 골밑 돌파에 이은 레이업으로 점수 차를 벌린 뒤 최이샘의 점퍼를 더해 다시 달아났다. KB는 1쿼터 막판 염윤아의 연속 득점을 더했다. 1쿼터는 우리은행의 18-16 리드. 우리은행은 박지현이 홀로 11점을 책임졌고, 최이샘이 4점, 나윤정이 3점을 각각 보탰다. KB는 허예은이 8점으로 고군분투했고 염윤아도 6점으로 활약했다. 박지수는 득점은 없었으나 4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냈다.
1쿼터 주춤했던 양 팀 에이스들이 2쿼터에선 침묵을 깨트렸다. 김단비가 먼저 2쿼터 시작과 함께 외곽포를 성공시키며 이날 첫 득점을 만들어냈다. 이에 질세라 박지수도 김민정의 패스를 받아 골밑 득점을 성공시킨 뒤 추가 자유투까지 얻어내고 포효했다. 1쿼터에 자유투 2개를 모두 놓친 뒤 아쉬워했던 박지수는 이번 자유투는 놓치지 않았다.
기세가 오른 KB가 승부를 뒤집었다. 2쿼터 7분 36초를 남기고 강이슬의 패스를 받은 허예은이 골밑 득점과 함께 추가 자유투를 얻어내 자유투까지 성공시켰다. 22-21, KB가 빼앗긴 리드를 다시 되찾았다. 우리은행은 김단비와 이명관의 연이은 턴오버가 아쉬웠다.
역전에 성공한 KB의 상승세가 이어졌다. 김예진의 스틸에 이은 허예은의 속공이 실패로 돌아갔지만, 이어진 외곽 찬스에서 강이슬의 이날 첫 3점포가 터졌다. 여기에 박지수의 골밑 득점에 김민정이 3점슛 포함 5점을 홀로 책임지면서 격차를 더 벌렸다.
우리은행은 외곽포를 통해 분위기를 바꾸려 애썼다. 그러나 김단비, 고아라 등 3점슛이 잇따라 림에 맞고 나오는 등 좀처럼 결실을 맺지 못했다. KB도 자유투가 잇따라 실패로 돌아가면서 좀처럼 격차를 벌리지 못했지만 박지수의 골밑 득점에 염윤아, 강이슬의 자유투 1개씩을 더해 격차를 더 벌렸다.
결국 2쿼터는 KB의 36-25가 여유 있게 앞섰다. KB가 20점을 쌓은 2쿼터 우리은행은 단 7점에 묶였다. KB 박지수는 2쿼터에만 7점 4리바운드로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고 김민정(5점) 강이슬(4점) 등도 힘을 보탰다. 우리은행은 김단비가 4점, 최이샘이 3점을 각각 책임졌다.
후반 시작과 함께 우리은행이 대반격에 나섰다. 선봉은 에이스 김단비였다. 3쿼터 시작 12초 만에 3점슛을 성공시킨 데 이어, 박지수의 공격이 잇따라 무위로 돌아간 사이 또 한 번 외곽포를 적중시킨 뒤 주먹을 불끈 쥐었다. 11점 차로 시작한 후반은 순식간에 5점으로 줄었다.
이에 질세라 박지수가 재반격에 나섰다. 김단비의 파울로 얻어낸 자유투 2개를 모두 성공시킨 데 이어 강이슬의 슛이 무산되는 사이 공격 리바운드에 이은 추가 득점까지 더했다. 우리은행이 격차를 좁히면 KB가 곧장 달아나는 흐름이 이어졌다. KB가 42-36으로 상황에선 박지현이 5반칙으로 퇴장당하는 악재가 우리은행에 찾아왔다.
KB는 김민정과 허예은의 연속 득점으로 다시 격차를 벌리기 시작했고, 우리은행도 김단비의 막판 득점으로 추격 의지를 불태웠다. 3쿼터에선 김단비가 3점슛 2개 포함 10점에 3리바운드로 활약했다. KB는 박지수가 4점에 리바운드만 무려 9개를 잡아냈다. 리바운드 9개 중 5개는 공격 리바운드였다.
KB가 47-40으로 앞선 채 맞이한 운명의 4쿼터. KB가 강이슬의 3점슛으로 격차를 다시 두 자릿수로 벌렸다. 우리은행도 포기하지 않았다. 김단비가 중심에 섰다. 직접 수비 리바운드에 이은 추가 득점을 성공시킨 데 이어 박지수의 골밑 득점엔 외곽포로 응수했다. 4쿼터 중반 이후엔 양 팀의 공방전에 더욱 불이 붙었다. 치열하게 득점을 주고받았다. 김단비와 나윤정의 외곽포를 더한 우리은행이 52-58까지 추격했고, 종료 1분 57초를 남기고는 이명관의 3점슛까지 터졌다. 경기 막판 두 팀의 격차는 3점 차까지 좁혀졌다.
그러나 KB의 막판 집중력이 더 앞섰다. 승부에 쐐기를 박으려던 강이슬의 3점슛이 무위로 돌아가면서 자칫 동점을 허용할 위기 상황. 허예은이 이명관의 공을 결정적인 스틸로 따내면서 공 소유권을 되찾았고, 속공 득점까지 더했다. 이어진 우리은행의 공격마저 이윤미가 스틸로 흐름을 끊어냈다. 종료 23초를 남기고 고아라의 슛이 림에 맞고 나온 공을 박지수가 리바운드를 잡아내면서 사실상 경기에도 마침표가 찍혔다.
승장 김완수 KB 감독은 “우리 팀도, 우리은행도 서로 라이벌 팀이다 보니 부담을 가졌던 경기였던 것 같다. 양 팀 선수들 다 슛 성공률이 떨어졌다. 그래도 우리 선수들이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결정적인 순간 (허)예은이와 (이)윤미의 스틸이 나왔다”며 “(박)지수와 (강)이슬이도 하던 대로 잘해줬다. (김)민정이가 초반에 나와서 분위기를 가져오는 역할을 해줬다”고 했다.
다만 김 감독은 “앞으로 더 보완해야 될 부분들은 슛 성공률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팬분들도 결국 슛이 들어가는 걸 보고 싶어 하시지 않나. 선수들에게 경기 후 물어봤을 때도 ‘못한 경기’라고 했다. 이긴 건 이긴 거지만, KB 팬분들도 많이 와 주셨는데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경기력을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결국 중요할 때 박지수에게 리바운드나 세컨드샷을 준 게 패인이 됐다. 사실 KB도 오늘 슛 컨디션이 좋지는 않았다. 60점이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쉬운 결과가 나왔다”며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 팀에 뛸 수 있는 선수가 많지가 않다. 그런데도 선수들이 열심히 해주고 있다. 1, 2위 맞대결인데도 원사이드 게임이 되지는 않을까 신경이 쓰였다. 저득점이었지만 그래도 재미있는 경기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