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대표 라이벌 구도가 2024시즌 전부터 불타오르고 있다. 울산 HD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김태환이 ‘맞수’ 전북 현대로 이적하면서 두 팀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전북은 김태환을 자유계약(FA)으로 영입했다고 지난 14일 발표했다. 울산 팬들에게 충격을 준 이적이었다. 군 복무 시절을 제외해도 2015년부터 7년 넘게 주전으로 뛴 핵심 선수가 라이벌 팀으로 적을 옮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울산의 대표 ‘싸움닭’인 김태환을 향해 그동안 팬들이 열렬한 지지를 보낸 터라 이번 이적의 여파가 큰 분위기다. 김태환은 전북 등 라이벌 팀들과 일전에서 경기가 과열 양상으로 흘러갈 때면 항시 앞선에서 상대 선수들과 다투는 등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울산 서포터는 팀의 기세를 올려주는 그를 아꼈다.
물론 김태환은 2023년 12월 31일 자로 울산과 계약이 만료된 상황이다. 이때 수비력 강화를 꾀하는 전북이 손을 내민 것이다. 전북 팬들은 가장 까다로웠던 선수가 팀에 온 것을 반기는 분위기다.
사실 K리그에서 라이벌 팀으로 이적하는 것은 꽤 흔한 일이다. 비중이 크지 않은 선수라면 그 여파가 작지만, 팀 내 가장 오랜 기간 활약한 선수 중 하나가 으르렁대던 곳으로 떠나면 팬들의 상처는 깊다. 무엇보다 울산 서포터는 김태환이 울산에 있는 자신의 카페에서 ‘작별 인사’를 하고 전북으로 이적한 것에 분노하고 있다.
1년 전 아마노 준(요코하마 F. 마리노스) 이적 파동이 있었던 터라 팬들은 더욱 마뜩잖은 반응을 보인다. 당시 울산과 임대 계약을 마친 아마노가 전북으로 향하면서 홍명보 울산 감독과 입씨름을 벌였다.
아마노 효과가 오래가진 않았다. 두 팀의 라이벌전을 향한 관심은 이전만 못 했다. 아마노 사건 덕에 두 팀이 맞붙은 개막전은 활기를 띠었지만, 이후에는 전북이 우승 경쟁에서 밀리면서 ‘현대가 더비’의 긴장감은 다소 떨어졌다. 울산이 압도적인 전력을 자랑하며 리그 2연패를 달성하면서 뜨거웠던 현대가 두 팀의 경쟁심도 다소 사그라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올 시즌 반등을 노리는 전북이 울산 간판 수비수인 김태환을 품으면서 기류가 확 바뀌었다. 김태환은 전북 이적 후 “나에게 녹색 유니폼을 건넨 전북의 판단이 최고의 결정이었다는 것을 증명하겠다”며 “전북은 나의 가치를 인정하고 나는 전북을 선택했다. 올 시즌 K리그 최고의 합작품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전북은 지난 시즌 득점 2위(17골)를 차지한 티아고, 센터백 이재익, 국가대표 출신 미드필더 권창훈과 이영재 등을 영입하면서 곳곳에 전력을 보강했다. 울산도 심상민과 황석호 등을 데려오면서 스쿼드를 강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