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고양 소노 가드 이정현(24·1m87㎝)이 다시 한번 코트를 지배하는 활약을 펼치며 부상 우려를 씻었다. 이정현의 복귀에 힘입은 소노는 후반기 반격을 바라본다.
이정현은 지난 2021년 한국농구연맹(KBL) 신인드래프트 전체 3순위로 고양 오리온(현 고양 소노)에 지명돼, 입단 첫해부터 정규리그 전 경기 출전에 이어 플레이오프(PO)에서도 맹활약한 가드다. 특히 지난 시즌에는 정규리그 평균 15득점, PO에선 20.1득점의 활약으로 열세로 평가받은 소노의 ‘감동 농구’를 이끈 주역이기도 했다.
프로 3년 차를 맞이한 이정현은 평균 20.8점, 6.2어시스트(이상 국내 선수 1위)를 기록하며 더욱 물오른 기세를 뽐냈다. 그런 그를 막아선 건 부상. 지난 12월 초 상대 선수와 경합하다 오른 어깨 인대 손상을 입었다. 3년 차인 이정현이 장기 부상을 입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복귀 후 경기력에 대한 우려가 쏟아진 배경이다.
3주 넘게 휴식을 취한 이정현은 지난 5일 서울 SK전에서 복귀하며 시동을 걸었다. 복귀 후 첫 2경기에선 슛 감각을 찾는 데 어려움을 드러냈지만, 올스타 휴식기 이후는 달랐다. 지난 17일 고양 소노 아레나에서 열린 안양 정관장과의 홈경기에서 이정현은 3점슛 7개 포함, 32점 12어시스트를 기록하며 93-86 승리를 이끌었다. 특히 승부처인 4쿼터에서 치나누 오누아쿠의 득점을 도운 데 이어 26초를 남겨두고는 5점 차로 달아나는 3점슛을 터뜨리며 쐐기를 박았다.
이정현이 올린 32점은 올 시즌 자신의 단일 경기 최다 득점 2위 기록이었다. 12어시스트는 커리어 하이 타이기록. 부상 우려를 말끔히 씻어낸 퍼포먼스였다. 소노는 이날 승리로 정관장과 순위를 바꿔 7위에 올랐다.
이정현은 경기 뒤 방송사와 인터뷰에서 “팀의 2연패를 끊고 싶었다. 순위 싸움에 있어 중요한 길목이다 보니 더 집중했다”면서 “무엇보다 올해 초 복귀 후 홈에서 거둔 첫 승리여서 기쁘다”라며 웃었다. 이어 자신을 향한 상대의 집중 견제에 대해선 “항상 압박을 받다보니 적응하고 있다. 신경 쓰지 않고 좋은 플레이를 하려고 한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정현의 완벽한 복귀는 소노 입장에서 천군만마다. 그는 여전히 테이핑을 하고 있지만, 통증은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단 관계자는 “어깨 부상이다 보니 휴식에 전념했다. 다행히 선수 본인은 전혀 통증이 없다고 한다. 테이핑은 예방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소노는 이정현을 앞세워 후반기 반등을 노린다. 소노의 또 다른 주포 전성현은 허리 부상 탓에 복귀 시점이 불투명하지만, 종아리 근육 부상으로 빠졌던 가드 한호빈은 훈련에 참가하며 복귀를 바라본다. 이어 부상 선수들의 공백을 박종하·김민욱 등이 출전 시간을 늘려가며 메워주고 있다. 봄 농구 마지노선인 6위 울산 현대모비스와의 격차는 3.5경기. 소노는 4년 연속 봄 잔치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