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거란 전쟁’이 때아닌 역사 왜곡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시청률 순항을 이어갈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20일 KBS2 ‘고려 거란 전쟁’ (이하 ‘고거전’) 측은 낙마사고 후 의식을 되찾은 현종(김동준)이 김은부(조승연)의 탄핵을 막아낼 대비책을 모색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핏기 없는 얼굴로 정전에 나타난 현종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최근 ‘고거전’은 역사 왜곡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 지난 17~18회 방송에서 군현제(지방관을 파견해 호족을 억누르고 왕권을 강화하는 정책)를 놓고 현종과 강감찬이 갈등을 빚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르면 현종은 강감찬에게 지방관을 선발할 것을 지시했지만, 강감찬이 이를 따르지 않자 한림학사승지직에서 파직했다.
가장 논란이 된 건 강감찬이 현종의 지시로 군현제를 정비하던 형부시랑 김은부를 탄핵할 것을 상소하자, 현종이 화를 못 참고 강감찬의 목을 조르려 한 장면. 실제 고려사에 따르면 현종은 당시 환갑을 넘은 나이였던 강감찬을 극진히 대접했다. 이에 누리꾼들은 “왜 현종을 ‘금쪽이’(말을 안 듣는 어린아이를 일컫는 인터넷 용어)로 만드냐”며 분노했다.
또 고려사에 따르면 강감찬은 1012(현종 3년) 한림학사승지에 오른 지 1년 만에 동북면행영병마사로 파견됐는데, 이는 현종과 갈등으로 파직된 게 아니다. 여진의 침입에 대비하려는 목적이었다.
역사적 사실과 다른 내용에 ‘고거전’ 원작 소설을 쓴 길승수 역사 작가 역시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길 작가는 지난 15일 자신의 SNS에 “제가 쓴 원작과 역사책을 KBS에 제공했다. 그것을 이용해 (대본을) 쓰면 되는데, (작가가) 자기 고유의 대본을 쓰겠다고 저러고 있다. 재밌게 쓰거나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데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간상 실력이 뒷받침될 수도 없고, 대본 작가가 늦게 합류해 연구할 시간이 거의 없었다”며 “다음주 부터는 대본 작가가 정신을 차리기를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평균 9~10% 시청률을 유지하며 토일 드라마 중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고거전’. 다음 주부터는 역사 왜곡으로 잃었던 민심을 되찾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