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으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 진출을 바라보던 중국 축구대표팀의 도전이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중국축구 역사상 조별리그 무승은 48년 만의 일이고, 무득점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직 탈락이 확정된 건 아니지만 가능성은 희박하다. 중국이 16강으로 진출할 수 있는 확률이 겨우 1.1%에 불과하다는 전망도 나왔다.
중국은 23일 오전 0시(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조별리그 A조 최종전에서 개최국 카타르에 0-1로 졌다. 앞서 타지키스탄, 레바논과 잇따라 0-0 무승부에 그쳤던 중국은 조별리그를 3경기 연속 무득점에 2무 1패의 초라한 성적으로 마쳤다.
같은 시각 타지키스탄이 레바논을 2-1로 꺾으면서 중국은 조 3위로 떨어졌다. 카타르가 승점 9(3승)로 1위, 타지키스탄이 승점 4(1승 1무 1패)로 2위에 각각 올라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3위로 처진 중국은 이제 다른 조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이번 대회는 6개 조 1, 2위가 16강에 진출하고, 각 조 3위 중 성적이 좋은 상위 4개 팀도 16강 진출권을 얻는다.
이미 2연승으로 16강 진출은 물론 조 1위까지 확정한 카타르는 이날 아크람 아피프, 알모에즈 알리 등 핵심 선수들을 대거 빼는 로테이션을 가동했다. 그런데도 중국은 끝내 카타르 골문을 열지 못한 채 고개를 숙였다. 만약 이날 카타르를 이겼다면 중국은 자력으로 16강 진출을 확정할 수 있었지만, 그 기회를 살리지 못한 채 기적을 바라야 하는 상황이 됐다.
다만 각 조 3위 중 상위 4개 팀에 드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만은 않다. 중국의 승점이 겨우 2점에 그친 데다, 득실차(-1)는 그나마 나아도 다득점(0골)에서 완전히 밀리는 탓이다. 지난 2019년 아랍에미리트(UAE) 대회의 각 조 3위 경쟁에선 승점 3~4를 챙긴 팀들이 16강으로 향했다. 심지어 승점 3을 얻은 레바논은 베트남과 페어플레이 점수 경쟁에서 밀려 탈락의 쓴맛을 봤다. 중국처럼 2무 1패, 무득점에 그쳤던 팔레스타인은 조 3위 중 성적이 가장 낮아 탈락했다.
이번 대회 역시도 이미 2개 팀이 중국보다 앞선 상황이다. D조 인도네시아, E조 바레인은 중국보다 1경기 덜 치르고도 이미 승점 3을 쌓았다. 남은 3개 조 가운데 이제 2개 조에서 승점 3 이상을 챙기는 팀이 나오면 중국은 그대로 탈락한다. 축구 통계 업체 옵타는 중국이 조 3위를 통한 16강 진출 확률은 1.1%로 내다봤다. 인도(20.6%) 키르기스스탄(21.2%) 홍콩(27.4%) 등 다른 팀들이 모두 20% 이상 확률을 가진 가운데 중국만 유일하게 한 자릿수 확률이다.
기적을 바라기엔 다른 조 대진 등이 중국에 워낙 불리하다. 이미 3위 팀이 중국의 승점을 넘은 D조와 E조를 제외하고, 나머지 3개 조는 모두 3위와 4위 간 맞대결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오만과 키르기스스탄이 격돌하는 F조는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3위 팀이 중국을 앞서게 된다. 오만과 키르기스스탄이 무승부에 그치더라도, 오만은 중국과 득실차는 동률이지만 다득점에서 앞서기 때문이다.
결국 중요한 건 B조의 시리아-인도, C조의 팔레스타인-홍콩전이다. 이 2경기 중 1경기만이라도 승패가 갈리면 중국의 탈락은 확정된다. 중국이 극적으로 16강으로 향하기 위해선 시리아가 인도와 0-0으로 비기되 경고 2장 이상을 받아야 하고, 동시에 팔레스타인과 홍콩도 무승부에 그쳐야 한다. 그래야 시리아를 페어플레이 점수에서, 팔레스타인을 득실차에서 각각 앞서 16강으로 향할 수 있다. 아직 가능 16강 진출의 길은 열려 있지만, 그 가능성이 1.1%에 그치는 배경이다.
중국 현지에서도 극적인 16강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소후닷컴은 “중국 대표팀이 기적적으로 본선에 진출하기 위해선 인도(B조 4위) 홍콩(C조 4위) 모두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16강 진출을 위한 조건을 모두 만족하려면 기적을 바랄 수밖에 없다. 솔직히 16강 진출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분석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79위인 중국은 이번 대회에서 106위 타지키스탄, 107위 레바논과 잇따라 무득점 무승부에 그쳤다. 대거 로테이션을 가동한 최종전 카타르(58위) 전에선 전반 슈팅 수에서 8-4로 앞서는 등 공세를 펼치고도 상대의 ‘원더골’을 막지 못해 결국 쓰라린 패배를 당했다. 이날 중국의 슈팅 10개 중 골문 안쪽으로 향한 유효 슈팅은 단 2개였고, 이 가운데 웨이스하오는 문전에서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선 결정적인 기회를 살리지 못한 채 머리를 감싸 쥐기도 했다.
중국이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건 1976년 대회 이후 무려 48년 만이다. 당시엔 본선에 6개 팀만 출전해 3개 팀씩 2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렀는데, 중국은 1무 1패의 성적에 그친 바 있다. 조별리그가 4개 팀 체제로 개편된 뒤에는 이번이 처음이다.
나아가 조별리그에서 단 1골도 넣지 못한 건 중국축구가 아시안컵에 참가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98.9%의 가능성을 따라 중국의 16강 좌절이 확정되면, 중국축구 역사에 이번 대회는 무득점·무승 탈락이라는 굴욕적인 역사를 남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