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포스트, 디애슬레틱 등 현지 매체들은 23일(한국시간) "다저스가 제임스 팩스턴(36)과 계약을 앞뒀다"고 발표했다. 계약 기간은 1년, 연봉 1100만 달러(147억원)에 인센티브가 더해진 구조다.
팩스턴은 통산 10시즌 동안 빅리그에서 뛴 베테랑 왼손 선발 투수다. 통산 10시즌 156경기에 오롯이 선발로만 등판해 64승 38패 평균자책점 3.69를 기록했다. 지난 시즌 평균 구속이 시속 95.2마일(153㎞)로 여전히 빨랐지만, 19경기 7승 5패 평균자책점 4.50에 그쳤다. 그보다 앞서 2시즌에서는 부상과 부진으로 각각 5경기, 1경기 등판에 그쳤고 평균자책점도 6점대였다.
다소 충격적인 투자다. 액수 자체가 놀랄 정도는 아니지만, 돈을 쓴 게 다저스라서다. 다저스는 이미 올 시즌 메이저리그(MLB) 역사상 가장 많은 돈을 썼다. 오타니 쇼헤이와 10년 7억 달러(9358억원)에 계약하더니 트레이드로 영입한 타일러 글래스나우에게는 5년 1억 3500만 달러(1805억원) 연장계약을 안겼다. 기존 주전 3루수 맥스 먼시와는 2년 2400만 달러(321억원) 계약을 더했다. 외야수 제이슨 헤이워드와 900만 달러(120억원), 구원 투수 조 켈리와도 800만 달러(107억원)에 재계약했다.
이어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으로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 참여한 야마모토 요시노부에게 투수 역대 최장, 최고액인 12년 3억 2500만 달러(4345억원) 계약을 안겼다. 야마모토의 친정팀 오릭스 버팔로스에는 5062만 5000 달러(677억원)도 지불했다. 여기에 외야수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에게 1년 2350만 달러(314억원) 계약을 더했다. 합쳐 12억 7512만 5000달러(1조 7036억원). 5억 달러 수준이던 종전 단일 스토브리그 최고 투자액을 아득히 넘었다.
그런데 여기에 팩스턴이 더해졌다. 디애슬레틱의 짐 보든 칼럼니스트는 앞서 다저스의 올 겨울 움직임을 두고 'A+' 학점을 주면서도 "다저스가 스프링캠프 이전에 투수를 추가하더라도 놀라지 마라"고 예견했다. 그리고 그 말대로 선발 투수인 팩스턴이 더해졌다.
팩스턴을 더한 건 시즌 초 선발진에 여유를 두기 위해서로 보인다. 현지 매체들은 다저스가 부상 재활에서 막 돌아온 워커 뷸러를 5월 이후에 기용할 것이라 전망한다. 야마모토, 글래스나우, 바비 밀러, 에밋 쉬한 등을 선발로 쓰게 되지만, 이들 모두 부상 변수가 있다. 6선발 체제 예상도 나오는 가운데 팩스턴을 더해 휴식일을 부여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클레이튼 커쇼의 행방은 여전히 물음표로 남게 됐다. 2008년 다저스에서 데뷔해 한 팀에서만 뛴 커쇼는 통산 210승 92패 평균자책점 2.48을 기록한 '원 클럽맨' 레전드다. 지난 시즌 종료 후 어깨 수술을 받은 그는 올 여름 복귀를 자신했으나 그보다 늦게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FA(자유계약선수) 신분인 상황에서 다저스와 당연히 재계약하고 재활할 것이라 전망됐다. 그러나 다저스가 이후 오타니를 시작으로 대형 영입을 이어가는 동안 커쇼의 소식은 들리지 않는 중이다. 이미 4차 사치세 기준선을 한참 넘어서 올해 팀 연봉이 3억 달러 이상인 다저스가 커쇼와 재계약할 가능성이 조금 더 옅어졌다.
물론 어차피 가성비를 논하는 게 의미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다저스가 커쇼와 재계약하고, 재활에만 집중시킬 가능성도 있다. 커쇼는 오랫동안 고향 팀 텍사스 레인저스, 친정 팀 다저스 외에는 뛰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 텍사스 역시 선발 투수가 부족하지만, 재활이 필요한 커쇼를 영입할 상황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