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명의 레전드 출신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는다. 사비 에르난데스(44) FC바르셀로나(스페인) 감독이 올 시즌을 끝으로 팀을 떠나게 됐다.
바르셀로나는 28일(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사비 감독이 오는 6월 30일 구단을 떠난다고 발표했다”라고 전했다. 사비 감독은 같은 날 열린 비야레알과의 홈 경기에서 3-5로 대패한 뒤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사임 사실을 전했다.
사비 감독은 “며칠 전부터 고민했지만, 오늘이 발표할 순간이었다”라고 설명하며 즉흥적인 결정은 아님을 분명히 했다. 특히 그는 “문제가 되고 싶지 않다. 2년 전과 마찬가지로, 바르셀로나의 해결책이 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사비 감독은 “상황의 긴장감을 없애고, 라커룸, 코치진, 구단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약간의 여지를 줄 것”이라고 믿는다. 그는 “남은 4개월 동안 모든 것을 바칠 것이다. 리그 우승을 위해서 말이다. 여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끝으로 팀이 우승하더라도, 이 결정을 번복하지 않을 것임을 덧붙였다. 그의 계약 기간은 2025년까지인데, 1년 먼저 팀을 떠나게 됐다.
사비 감독은 지난 2021~22시즌 11월, 로날드 쿠만(네덜란드) 감독의 뒤를 이어 친정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당시 바르셀로나는 리그 4승 4무 3패로 극도의 부진에 빠진 상황이었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에서도 첫 4경기서 2승 2패에 그치며 최악의 출발을 했다.
사비 감독은 리그 데뷔전에서 승리한 뒤, 후반기 리그 7연승을 달리는 등 나름 반전을 이루기도 했다. 하지만 UCL에선 조별리그에서 탈락했고, UEFA 유로파리그(UEL) 8강에서 프랑크푸르트와 만나 합계 3-4로 패하며 일찌감치 짐을 쌌다. 슈퍼컵, 국왕컵에서도 연이어 쓴잔을 들이켰다. 유일한 수확은 리그에서 2위까지 올라온 것이었다.
‘2년 차’ 사비 감독은 달랐다. 팀은 특히 리그에선 적수가 없었다. 주전 선수들의 탁월한 활약 덕에, 바르셀로나는 ‘숙적’ 레알 마드리드에 무려 승점 10 앞선 여유 있는 우승을 차지했다. 유일한 아쉬움은 UCL에서 조별리그 2승 1무 3패에 그친 결과였다. 바르셀로나는 2년 연속 UEL으로 향했는데, 이번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에 막혀 일찌감치 고개를 숙였다.
사비 감독은 올 시즌에는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 28일 기준 리그 3위(승점 44)지만, 이미 레알과는 10점이나 차이 난다. 2위 지로나에 8점이나 뒤진 상태이기도 하다. 주전 선수들의 기량 하락과 부상이 겹친 데 이어, 팀의 경기력 역시 하락했다는 평이다. 결국 사비 감독의 사임이라는 극약 처방까지 내린 모양새다.
물론 사비 감독의 말대로, 아직 4개월이라는 시간이 남았다. UCL에서도 16강에서 나폴리(이탈리아)와 격돌한다. 국왕컵에서는 이미 탈락한 만큼 일정상에도 여유가 있는 편이다. 현재 부상 선수들이 대거 복귀한다면, 후반기 반등 가능성이 남아 있다.
한편 사비 감독에 앞서,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 역시 올 시즌을 끝으로 사임한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클롭 감독은 2년 전 구단과 재계약하며 장기 집권에 대한 가능성을 키웠으나, ‘번 아웃’으로 인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지난 26일 밝혔다.
김우중 기자 ujkim50@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