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361억원을 받는 로베르토 만치니 사우디아라비아 감독의 황당한 조기 퇴근이 고용주인 사우디아라비아축구협회의 심기를 건드렸다.
사우디아라비아는 31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에서 한국과 격돌했다. 연장까지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고, 승부차기에서 한국이 4-2로 앞서 8강에 올랐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경기 중반만 해도 여러 면에서 유리한 상황이었다. 먼저 경기장 관중석의 90% 이상을 자국 팬이 메워 홈경기나 다름없는 열띤 응원을 받았다. 또 후반 초반에 선제골을 넣은 후 후반 정규시간이 끝날 때까지 1-0 스코어를 지켜 승리를 눈앞에 둔 듯했다.
그러나 후반 추가시간 한국 조규성(미트윌란)이 동점 헤더 골을 성공시켰고, 연장전에서도 한국이 더 거센 공격을 밀어붙였다.
승부차기에서 양팀은 2-2까지 팽팽하게 이어가다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세 번째와 네 번째 키커가 모두 실축해 패색이 짙어졌다.
이때 만치니 감독은 그대로 벤치를 벗어나 라커로 향했다. 확률상 사우디아라비아가 승리할 수 있는 확률이 남아있었고, 아직 경기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감독부터 떠나버린 것이다. 원팀이라는 개념으로 볼 때 모두가 하나되어 뭉쳐서 응원을 이어가야 할 승부차기에서 감독이 현장을 외면한다는 것은 비상식적인 기행에 가깝다. 만치니 감독은 부인했지만, 세계 최고 연봉을 주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무시하는 행동으로 비칠 수도 있다.
아랍권 일간 아샤르크 알아우사트에 따르면 야세르 알미세할 사우디축구협회장은 31일(한국시간) 만치니 감독의 행동이 적절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알미세할 회장은 현지 중계방송사와 인터뷰에서 "만치니 감독이 (그라운드를) 떠난 건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이라며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만치니 감독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만치니 감독이 끌어낸 (사우디의) 경기력에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만치니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조기 퇴근'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사과한다. 경기가 끝난 줄 알았다"면서 "누구든 존중하지 않으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