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본지와 인터뷰에 응한 박진섭(전북 현대)은 태극 마크를 달고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 나서는 게 ‘꿈’이었다. 그는 한국의 최종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꿈을 이뤘고, 4경기에 출전하며 ‘비밀병기’로 거듭났다.
불과 7년 전인 2017년 K3리그 격인 내셔널리그 대전 코레일 소속이었던 박진섭은 지난해 28새의 나이로 처음 성인 대표팀에 발탁되며 ‘신데렐라 스토리’의 주인공이 됐다.
그의 이야기는 카타르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사실상 아시안컵 최종명단 포함 여부도 불투명했던 박진섭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조커’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이번 대회 클린스만호가 치른 5경기 중 4경기에 나서는 등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물론 선발 출전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수비형 미드필더와 센터백으로 뛸 수 있는 박진섭은 주로 수비를 강화해야 하는 후반 막판에 투입돼 알토란같은 활약을 펼쳤다. 클린스만 감독이 매 경기 후반 막판만 되면 박진섭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이유다.
특히 호주전에서 장점을 가감 없이 뽐냈다. 팀이 아슬아슬한 1점 차 리드를 쥔 연장 후반 1분 피치를 밟은 박진섭은 마음 급한 호주의 롱패스를 번번이 끊어내며 철벽 수비를 펼쳤다. 호주전을 제외한 다른 경기에서도 한국은 그가 그라운드를 밟은 후 골을 내주지 않았다.
오는 7일 열리는 요르단과 대회 준결승전에서도 ‘비밀병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클린스만호는 바레인과 조별리그 1차전에서 옐로카드를 받은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호주와 8강전에서도 1장을 추가하며 4강전에 결장한다. 요르단을 상대로는 울산 HD 듀오 김영권과 정승현이 짝을 이룬 포백을 가동할 가능성이 크지만, 클린스만 감독이 수비형 미드필더를 내리는 방식의 스리백 활용을 고민하는 만큼 박진섭 기용을 고려할 수 있다.
박진섭은 클린스만호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 중이지만, 소속팀 전북에서는 센터백으로 뛰고 있다. 스리백의 한 축을 맡아도 그리 어색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혹여 박진섭의 준결승전 선발 출격이 무산된다고 해도 교체로 출전할 가능성이 상당하다. 한국이 일찍이 승기를 쥔다면, 요르단의 공세를 잠재우기 위해 클린스만 감독이 또 한 번 박진섭 카드를 꺼낼 수 있다.
아시안컵을 통해 클린스만호의 믿음직한 ‘방패’로 자리매김한 박진섭. 남은 여정에서도 그의 스토리가 이어질지 기대가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