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린 송 감독이 자신의 첫 연출작인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가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각본상 등 두 개의 주요 부문에 노미네이트가 되자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관계자에게 보인 반응이다. 그리고 송 감독의 이런 반응처럼 정말 ‘패스트 라이브즈’의 질주는 크레이지하다.
셀린 송 감독은 6일 오전 온라인 간담회를 통해 이 같은 기쁨을 한국 취재진과 나눴다. 그는 “‘패스트 라이브즈’는 인디 영화고 이런 영화는 기자분들의 서포트가 없이는 잘될 수가 없다. 이렇게 큰 관심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또 배급 파트너인 CJ ENM이 글로벌적으로 힘을 많이 써주고 있다며 그쪽에도 감사 인사를 남겼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CJ ENM과 미국 할리우드 스튜디오 A24가 공동으로 투자배급하는 영화. CJ ENM으로서도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이 영화는 지난해 6월 뉴욕과 로스앤젤레스에서 리미티드 개봉한 이후 샌프란시스코, 워싱턴, 시카고 등 북미 톱25개 지역을 포함한 전국에서 확대 개봉됐다. 처음 ‘패스트 라이브즈’가 공개된 게 지난해 1월 ‘제39회 선댄스 영화제’에서였으니 1년 넘게 뜨거운 관심을 이어가고 있는 셈. 1일까지 ‘패스트 라이브즈’는 전 세계 유수의 시상식에서 67관왕에 올랐고 197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대기록을 세웠다.
이런 식지 않는 관심에 셀린 송 감독은 거듭해서 감사 인사를 했다. 그는 “정말 영광이라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영화에 있는 콘셉트인 ‘인연’이라는 것은 한국에선 누구나 아는 말이지만 세계 대부분의 사람은 모르는 것이다. 이 영화가 아카데미에 가고 그러면서 많은 관객들이 인연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느끼는 걸 봤다. 고무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셀린 송 감독의 부친은 영화 ‘넘버3’으로도 대중에게 친숙한 송능한 감독이다. 셀린 송 감독은 한국에서 태어나 12살까지 살다 캐나다로 이민을 간 한국계 캐나다인. 송 감독은 부친의 반응에 대해 “자랑스러워했다. 가족들 모두 신나고 행복해했다”고 짧게 밝혔다. 이런 걸 보면 재능도 유전인가.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주로 활동하던 연극 극작가가 첫 장편 연출작으로 단번에 오스카의 선택을 받는 것은 그야말로 기적과 같은 일이다. 송 감독의 말마따나 “미쳤다”고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심지어 송 감독은 대학 시절 심리학자의 꿈을 꾸며 그쪽을 전공했다. 연극쪽으로 길을 튼 건 대학원 때부터다.
그렇다면 ‘패스트 라이브즈’가 연극이 될 가능성은 없었을까. 송 감독은 “시각적으로 보여줘야 할 부분이 많은 작품이었기 때문에 영화의 형태가 적합하리라 봤다”고 답했다. 아주 뉴욕스러워야 하는 분도, 아주 한국스러워야 하는 부분도 있었고 시간의 흐름도 잘 표현해야 했다. 그래서 영화를 선택했고, 그 선택은 적중했다.
다음 달 ‘패스트 라이브즈’의 국내 개봉을 앞둔 송 감독. 그는 “무엇보다 한국 관객들에게 영화를 보여드린다는 게 긴장이 많이 된다”면서 “아무쪼록 좋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빨리 한국에 가서 많은 분들과 만나고 싶다. 신나는 긴장감”이라고 인사했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서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첫사랑 나영(그레타 리)과 해성(유태오)이 24년만에 뉴욕에서 다시 만나 끊어질 듯 이어져온 그들의 인연을 돌아보는 이틀간의 운명적인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각본상에 노미네이트 됐으며 국내에선 다음 달 6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