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에 1980년대생 사령탑이 나왔다. 세대 교체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추세. 곧 '출범둥이' 감독도 나올 수 있다.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감독이 경질되는 내홍을 치른 KIA 타이거즈가 13일 새 사령탑을 선임했다. 이범호(43) 타격코치를 감독으로 승격했다. KIA는 지난달 30일 배임수재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김종국 전 감독과 결별하고, 그동안 새 감독 물색에 집중했다. 이름값 높은 야구인들이 거론됐지만, 어수선한 팀 상황을 고려하고, 십수 년 동안 팀을 지킨 인물을 현장 수장으로 선임해 안정을 꾀했다.
이범호 감독 선임이 주목 받는 이유 중 한 가지는 연령이다. 그는 1981년 11월 25일생이다. 앞서 사퇴하거나 경질된 감독의 대행을 맡은 사례는 있었지만, 정식 감독으로 계약한 1980년대생 지도자는 이범호 감독이 처음이다. 현역 최고령인 1982년생 추신수(SSG 랜더스) 김강민(한화 이글스) 오승환(삼성 라이온즈)보다 한 살 많다. 10개 구단 감독 중에서는 1976년생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과 박진만 삼성 라이온즈 감독이 '종전' 최연소였다.
이미 30대 중반 이전에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일찍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1980년대생 야구인이 많다. 지난 시즌까지 KT 위즈 메인 타격 코치를 맡아 지도력을 인정 받은 김강 코치는 박경수(1984년생) 박병호(1986년생)보다 어린 1988년생이었다. 키움 히어로즈 김창현 수석 코치는 1985년생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도 KIA의 선택은 눈길을 끈다. 아직 현장 지도자 중에는 1950년대생, 프로야구 출범 초기 뛰었던 야구인도 있다. KIA 코칭스태프도 대부분 이범호 감독보다 선배다.
KIA는 팀이 나아갈 방향성을 제시하고, 선수단을 뭉치게 만들 수 있는 리더십을 갖췄다면, 연령과 상관 없이 중용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이다. 이범호 코치는 선수 시절 일본 리그까지 진출한 정상급 3루수였다. 그동안 팀 고참과 지도자로 보여준 인망뿐 아니라 명성도 높다. 이런 점이 두루 반영된 선임이다.
KBO리그는 1982년 출범했다. 1981년생 이범호가 사령탑에 오르며, 출범둥이 사령탑 등장도 예고했다. '황금 세대'로 불린 1982년생 중에는 시대는 대표하거나, 한 팀을 상징하는 야구인도 있다. 팀 상황, 경력, 선임 기조에 영향을 받겠지만, 최근 감독 선임 추세를 고려하면 먼일이 아닐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