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 수비수 에릭 다이어가 자신을 영입한 토마스 투헬 감독의 거취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그는 자신을 1군으로 기용해 준 투헬 감독이 올 시즌 뒤 떠난다는 사실에 “실망스럽다”라고 말했다.
뮌헨은 25일 오전(한국시간) 독일 뮌헨의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RB 라이프치히와의 2023~24 분데스리가 23라운드에서 2-1로 이겼다. 케인이 후반 추가시간 결승 득점 포함 2골 활약으로 팀 승리를 견인했다. 다이어는 선발 출전해 풀타임 활약하며 힘을 보탰다.
이는 뮌헨의 공식전 3연패를 끊는 승리이자, 투헬 감독의 예고 사임 소식 뒤 첫 승리였다.
뮌헨은 지난 21일 홈페이지를 통해 “다가오는 여름 투헬 감독과의 동행을 마치기로 합의했다”라고 전했다. 애초 2025년 6월까지인 계약을 조기에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구단은 얀-크리스티안 드레센 뮌헨 CEO와 투헬 감독의 ‘건설적인 논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해석이 많다. 지난 3월 뮌헨 지휘봉을 잡은 투헬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본격적인 보강을 통해 선수단을 새로 꾸렸다. 특히 전방에 해리 케인, 후방에 김민재를 품었다. 겨울에도 사샤 보이, 에릭 다이어 등을 품으며 아낌없이 투헬 감독을 지원했다.
하지만 시즌 중반이 지난 시점, 뮌헨의 성적은 기대치를 밑돈다. 1위 레버쿠젠과의 격차는 어느덧 승점 8에 달하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16강 1차전에서도 라치오(이탈리아)에 0-1로 져 위기 상태다. 선수단 내부에선 조슈아 키미히가 수석코치와 충돌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투헬 감독 역시 선수단과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보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에 뮌헨이 칼을 빼 든 모양새다.
한편 투헬의 예고 사임으로, 입지가 애매해진 선수가 있다. 바로 다이어다. 다이어는 지난 1월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뮌헨과 임대 계약을 맺었다. 뮌헨은 지난여름 수비진을 제대로 보강하지 않아 전반기 내내 얇은 선수층으로 고전했다. 김민재만이 자리를 지켰을 뿐, 다요 우파메카노와 마테이스 더 리흐트는 번갈아 자리를 비웠다. 3선 미드필더인 키미히와 레온 고레츠카도 경기력이 크게 떨어져 비난의 대상이 됐다.
이때 투헬 감독의 선택은 다이어였다. 다이어는 올 시즌 엔제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으로부터 철저히 외면받아 벤치를 지킨 자원. 하지만 다이어는 잉글랜드 국가대표 출신에, 중앙 수비수와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책임질 수 있는 자원이다. 마침 오는 6월 토트넘과 계약이 만료되는 탓에, 뮌헨은 저렴한 가격으로 다이어 임대를 이뤘다. 과거부터 케인과 절친한 사이였다는 것도 적응에 유리할 것이란 시선이 있었다.
실제로 다이어는 투헬 감독 아래서 6경기 중 4차례나 선발로 나섰다. 특히 라이프치히와의 경기에선 김민재를 대신해 선발 출전했다. 뮌헨의 선발 명단이 발표됐을 때, 팬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경기 직전에 휴식 차원에서의 결정이라는 사실이 전해졌다.
다이어는 이날 걷어내기 5회·슈팅 블록 1회·인터셉트 1회·볼 경합 승리 3회 등 수비에서 무난한 활약을 펼쳤다. 실점 장면에선 다소 커버가 늦었던 점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패스 성공률 90%(88회 성공/98회 시도)·롱 패스 성공 4회·터치 109회 등으로 빌드업에서 제 몫을 했다. 특히 팀이 1-1로 팽팽한 흐름을 이어간 후반 추가시간, 그는 에릭 막심 추포-모팅에게 절묘한 롱패스를 건넸다. 이 공은 케인에게 연결돼 팀의 결승 득점으로 이어졌다. 다이어의 장기가 제대로 발휘된 장면이었다. 이 득점으로 뮌헨은 공식전 연패 기록을 3에서 멈췄다.
한편 경기 뒤 다이어에게 투헬 감독의 거취에 대한 질문이 오갔다. 이에 다이어는 스카이스포츠 독일판을 통해 “실망스럽다. 그가 나를 이곳으로 데려왔고, 우리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매우 훌륭한 감독이기 때문에, 그 결정이 아쉽다. 하지만 지난 몇주 동안 우리는 팀으로서 부진했다. 결과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이제 우리는 가능한 한 시즌을 잘 마무리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케인 역시 비슷한 소감을 전했다. 그는 “구단이 결정을 내렸다. 선수들은 감독과 클럽에 대한 책임을 가지고 남은 시즌 동안 모든 것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우리가 성적을 내지 못했다는 걸 알고 있다. 매 순간 열심히 싸우고 노력해야 한다. 오늘 우리가 그렇게 했다”라고 돌아봤다.
김우중 기자 ujkim50@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