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유투버 조팡매의 영상에 출연한 공격수 고재현이 황선홍 23세 이하(U-23) 대표팀 감독에게 보낸 자필 편지 중 일부다. 지난해 여름 항저우 아시안게임(AG) 직전 대표팀에서 낙마한 그가 지난해 황선홍 감독과 나눈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지난 26일 K리그1 2024의 개막을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 직전 취재진과 만난 고재현은 자신의 앞 테이블에 앉은 조영욱(FC서울)에게 부러움이 담긴 시선을 보냈다.
이유가 있었다. 조영욱은 지난해를 끝으로 국방의 의무를 마치고 소속팀으로 복귀했다. 여름에는 항저우 아시안게임(AG)에서 금메달까지 목에 걸며 조기 전역했다. 반면 고재현은 시즌 뒤 입대한다.
고재현에게도 기회가 없던 건 아니다. 그 역시 조영욱과 함께 꾸준히 황선홍호에 이름을 올렸다.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정우영(슈투트가르트) 등 유럽파, 송민규(전북 현대) 고영준(파르티잔) 등 역대급 공격진에서도 고재현 역시 유력한 발탁 후보였다. 황선홍 감독은 고재현에게 중앙 미드필더·윙 등 다양한 임무를 맡기며 중용했다. 고재현의 23세 이하(U-23) 대표팀 커리어(7경기 2골)가 모두 황선홍호에서 쓰인 기록이다.
결과적으로 고재현은 최종 명단에서 낙마했다. 아쉬움은 그만큼 컸을 터. 유투버 조팡매의 영상에 출연한 그는 지난해 12월 열린 K리그 40주년 행사에서 황선홍 감독이 그려진 카드에 자필 편지를 썼다. 24일 공개된 영상에서 그는 “감독님, 논산은 많이 추울 것 같아요. 하지만 전 괜찮아요. 남자라면 군대를 다녀와야죠. 하지만 너무 했어요”라고 적어 팬들에게 웃음을 안겼다.
행사장에서 만난 고재현에게 이에 대해 물어봤다. 고재현은 “사실 지난해 황선홍 감독님과 통화를 했다. 감독님께서도 ‘너무 신경 쓰이고 마음이 아프다’고 말씀해 주셨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같이 함께하자는 얘기를 나눴다”라며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럼에도 바로 앞자리에 앉은 조영욱의 존재는 부러워 보일 수밖에 없었다. 고재현은 “조영욱 선수의 여유 있는 뒷모습이 부럽다. 입대가 현실로 다가온 느낌이다”라며 웃으면서도 말끝을 흐렸다.
본 행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정정용 김천 상무 감독이 “고재현 선수가 빨리 입대했으면 좋겠다”고 하자, 고재현은 “일단 개막전에서 매운맛을 보여드리고 입대하겠다”라고 당차게 응수했다. 그럼에도 흔들리는 고재현의 눈빛과, 웃음을 참지 못한 조영욱의 표정이 연신 대비됐다.
입대를 앞둔 고재현은 올 시즌 팀의 부주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복잡한 심경을 뒤로하고, 이번 시즌 팀을 더 높은 순위로 올리고 싶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그는 “대구라는 팀은 울산 HD, 전북 현대와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좋은 팀이다. 꼭 두 자릿수 이상 득점을 넣어서,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