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호는 올해로 프로 21년 차 베테랑이다. 해외 진출 없이 KBO리그를 꾸준히 지킨 그는 지난 시즌까지 2233경기에 출전, 박용택(은퇴·2237경기)에 이어 타자 부문 경기 출전 역대 2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정규시즌을 2000경기 넘게 소화하는 동안 KS 우승 반지는커녕 KS를 단 한 경기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을 거치면서 플레이오프(PO) 문턱을 넘은 것도 세 번(2011·2012·2021)에 불과하다. 2021년 정규시즌 2위로 PO에 직행, 개인 첫 KS 진출 희망에 부풀었다. 당시 강민호는 "한 번도 KS에서 뛰어보지 못했다. 그래서 우승을 확정 순간에 (상대편이더라도)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뛰어나가는 장면조차 보지 못했다. 꼭 KS에 나가고 싶다"고 외쳤으나 두산 베어스에 덜미가 잡혔다. 현재 일본 오키나와에서 훈련 중인 강민호는 "팀 우승과 개인 목표는 똑같다. 동기부여가 확실하다. KS 우승"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강민호의 포지션은 체력 소모가 큰 포수다. 불혹에 가까운 적지 않은 나이. 개인 성적이 하락할 수 있지만 경쟁력은 여전하다. 지난해 125경기에서 타율 0.290(434타수 126안타) 16홈런 77타점을 기록했다. 팀 내 홈런 공동 1위, 타점 2위. 2022년 소폭 하락했던 공격 지표를 대부분 정상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그는 "팀에 김재성, 김도환, 이병헌 등 젊고 유망한 선수(포수)들이 많다. 그 선수들과 경쟁에서 이겨야 경기에 나갈 수 있다"며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몸을 잘 만들려고 노력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거 같다"고 흡족해했다.
지난해 눈에 띄는 지표 중 하나는 도루였다. 2018년부터 5년 동안 도루 시도를 전혀 하지 않았는데 2023시즌 7번 뛰어, 6번 성공했다. 강민호는 "팀 성적이 안 좋았기 때문에 어떻게든 도움이 되는 플레이를 하려고 노력했다. 아무래도 내가 도루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시도했다"라며 "앞으로도 어떻게든 팀에 도움 되는 플레이를 하겠다"고 말했다.
강민호는 2024년 삼성의 '키맨'이다. 삼성은 외국인 투수 2명을 모두 교체했다. 새롭게 영입한 선수(코너 시볼드·대니 레이예스)들이 KBO리그에 안착하려면 투수를 리드하는 포수의 역할이 중요하다. 코너는 "강민호와 더 친해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관계를 발전해 나가고 싶다"고 기대를 내비쳤다. 강민호는 "(외국인 투수들의) 한국 오기 전 영상을 보면서 국내 타자를 어떻게 공략할지 공 배합을 연구(고민) 중이다. 이전 투수들과 투구 스타일이 달라 서로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겨우내 삼성은 불펜 보강에 집중했다. 자유계약선수(FA)로 KT 위즈와 키움 마무리 투수였던 김재윤과 임창민을 동반 영입했다. 내부 FA로 풀린 '끝판왕' 오승환과 재계약하기도 했다. 강민호의 KS 꿈을 실현하기 위한 첫 번째 퍼즐이 잘 맞춰졌다. 강민호는 "최근 몇 년 동안 경기 후반 뒤집혀 승리를 놓친 경기가 많았다. 확실히 불펜 투수가 보강되면서 허리가 탄탄해졌다"며 "지고 있더라도 뒤집을 힘이 생길 거다. 앞에 나오는 선발 투수들이 불펜에 믿음을 가지고 좀 더 좋은 투구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흐뭇해했다.